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사퇴한 지 20여 일 만에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황우여 위원장이 “재창당 수준을 뛰어넘는 혁신을 추진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4·10 총선 참패 이후 보수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에 상응하는 행보를 걷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연 황 비대위원장은 “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겠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이날 황 위원장은 “우리는 가정과 종교, 국가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는 정당”이라며 “(우리 당이) 결코 보수 가치를 약화·훼손해 ‘사이비 보수’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사이비 보수로 변질되는) 유혹은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분열시킨다”고 지적, “착취구조를 정당화하는 공산, 사회주의와 제국주의 이념을 모두 배척한다. 보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과의 협치와 관련 “우리와 다른 이념 정당인 야당 민주당은 나름대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존중해야 한다”며 “여야의 이견은 정반합의 변증법적 승화를 거쳐 하나의 목소리가 돼야 한다”고 짚었다.
또 여당과 대통령실의 관계가 수직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의 비서실장, 정무수석이 모두 바뀌었고, 이제 당과 공식 절차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위원장은 “비대위의 임기는 6개월이지만, 그사이 전당대회를 마치고 새 지도부를 구성하면 임무를 종료하게 된다”며 “전당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함은 물론, 화급한 민생, 초미의 관심사인 당 혁신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만 ‘당원투표 100%’ 전당대회 규칙 변경 문제에 있어서는 “나는 단독 당직자가 아닌 위원장이기 때문에 비대위를 구성한 후 합의를 해야 한다. 이 문제는 당헌·당규 개정에 따른 여러 가지 절차와 요건이 있다. 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시 입장을 말하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의 네 번째 비대위원장이다. 차기 전당대회가 오는 6~7월로 예상되고 있어 황우여 비대위는 두 달여간 ‘관리형 비대위’로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