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처한 3고(高) 현상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변_강성진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회 의장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同)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한반도선진화재단 국가전략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한국은행이 최근 ‘2024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을 발표한 이후 정부 당국을 비롯한 언론·학계가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희망 섞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3% 성장(전년 동기 대비 3.4%)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1% 이내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매우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 준 것이죠.”
“글로벌 복합위기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한 경제 상황에서 정책 당국이 경기부양을 본격적으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 더욱 그렇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가 채택하고 있는 높은 이자율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어서 민간 부문에서의 투자 환경의 어려움도 변하지 않은 상태여서 더욱 그렇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제성장률을 견인한 요인은 무엇인가요?
“높은 경제성장률을 견인한 요인을 보면 더욱더 고무적입니다. 먼저 정부가 경기부양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간 부문의 기여도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민간 부문의 기여도는 1.3%인 데 반해 정부 부문의 기여도는 0.0%였습니다. 민간 부문의 기여도를 보면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죠. 그리고 수출을 중심으로 한 대외적 요인만 아니라 내수 부문의 기여도도 높게 나왔고요. 대외거래 기여도는 0.6%인데 내수 부문의 기여도는 0.7%였습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해도 될까요?
“하지만 2024년 1분기의 기대 이상의 경제성장률만 가지고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금리·고환율·고유가라는 3고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1980년대와 다르게 원화 가치의 하락, 즉 달러 가치의 상승이 이제는 한국 경제에 반드시 이롭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우리의 경제발전 단계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 등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소위 글로벌 복합위기가 해소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이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우선 섣부른 경기부양책을 시행해서는 안 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서 이자율 인하나 추경을 통한 정부지출 증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선거에서는 경제를 책임져야 할 여당에서 일부 부문이지만 부가가치세를 인하해 민간 소비를 증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경제성장보다는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었죠. 현재 가장 중요한 대응 방안은 3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3%가 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영국 및 독일 등도 여전히 높은 물가상승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다른 국가들도 아직은 경기부양책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3고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요?
“경기회복을 견인할 민간부채 및 기업부채 대응 방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고금리와 경제침체가 지속되면서 민간 수요의 잠재성이 매우 훼손된 상태입니다. 작년 말 기준 1886조4천억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시한폭탄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실화된 건설업계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가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확산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 2월 말 은행의 연체율이 0.51%였는데 이는 지난 5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라고 합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PF 부실로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의 6.6%와 7%의 높은 연체율입니다.”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요?
“경제 전체의 생태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미 저성장 궤도에 진입한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는 경제구조가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ecosystem)가 체계적으로 이뤄져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규제 혁파입니다.”
“이는 이미 198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민간의 활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한 규제개혁, 개방화 및 민영화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혁신 부문에서도 혁신적 아이디어가 실질적인 산업화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과감한 규제개혁에 있습니다. 노동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 산업인력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국내 교육기관에서 이루어지도록 하여 저출생에 의한 학령인구 감소의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저출생 문제 해소 방안도 절실해 보입니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나오는 당연한 얘기지만, 장기적 성장잠재력 강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저출생 문제에 대한 접근도 경제활동인구 확보라든가 인구 감소와 같은 경제적 측면이 아닌, 인간으로서 그리고 가족으로서 행복을 증대한다는 차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정부와 정치계가 눈치를 보면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죠. 젊은 세대들이 현재 세대를 믿고 자신들의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지도록 확실한 연금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장기적인 대응 방안이 있다면요.
“한국은 해방 이후 다양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으나 정부와 국민이 단결해서 극복하고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경제성장을 달성한 국가입니다. 그러나 현재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달성해 명실상부한 선진국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과거에 시행했던 경제발전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의 정부 주도, 국가 주도적인 권위주의적인 경제정책으로는 더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모든 정책을 다 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판단입니다. 민간의 경쟁력과 역동성이 정부 부문을 이미 앞지른 지 오래입니다.”
-경제발전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정부가 아닌 시장, 즉 민간의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시각이 변화해야 합니다. 민간의 유인책(incentive)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전환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민간을 중심으로 한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하는 방안입니다. 구체적으로 ▲규제 혁파 ▲외국인력의 산업 인력화 강화 ▲이민정책의 확대에 의한 저출생 문제 보완 ▲상속세 제도의 글로벌 기준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노사관계의 선진화 등입니다. 제도변화의 기준은 유사한 경제 수준의 국가들에 맞춰 글로벌 스탠더드를 기준으로 하면 됩니다. 여기에 정부는 사회복지정책을 강화해 고령층의 높은 빈곤율, 사회적 갈등, 저소득층과 영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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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이슈 & 포커스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