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과 관계없다던 중국, 로비 의혹…위마오춘 “中 공산당 패닉”

한동훈
2024년 04월 20일 오후 8:09 업데이트: 2024년 04월 20일 오후 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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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틱톡 매각법’ 본회의 상정
트럼프 전 정부 대중정책 설계자 “법안 통과 막으려 뭔가 할 것”
RFA “오히려 중국과 틱톡 관계 드러내 역효과”

미국에서 틱톡과 중국 간 관계를 끊기 위한 법안이 상원 통과를 앞둔 가운데,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이 미 의회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 활동을 벌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오히려 이번 로비활동으로 틱톡과 중국과 관계가 확실해졌다고 분석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대중 정책, 대중국 공산당 정책을 설계한 위마오춘 박사는 “중국 공산당이 당황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7일 중국 공산당(중공) 산하 중국 외교관들이 미국 상하원 보좌관들과 개인적으로 만나 ‘틱톡 금지법’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중공 외교관들은 틱톡과 중국의 관계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틱톡이 중국 기업이라고 주장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 상하원 보좌관들에 따르면 중공 외교관들은 “미국이 외국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해 주지 않는다”며 “중국 기업에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외교관은 ‘틱톡 매각법’이 “틱톡 주식을 소유한 미국 투자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것”이고 “틱톡의 이사회 멤버가 모두 중국 국적자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틱톡의 모기업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이지만, 틱톡은 싱가포르와 미국 LA에 본사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는 중국계가 약 76%에 이르며, 상장기업 80%를 화교 자본이 점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틱톡은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거리 두기를 해왔으며, 중국 공산당 정권과의 관계성도 거듭 부인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들이 미국 연방의회 의원 보좌관들을 만나 틱톡에 대한 로비를 했다는 매체 보도는 양측의 관계를 짐작게 한다는 게 미국의 중국 문제 전문가 위마오춘(미국명 마일즈 위) 박사의 지적이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중국센터 센터장인 위 박사는 “틱톡 소유권은 정치적 문제”라며 “사상과 의견의 통제, 즉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하에 있는지, 아니면 자체적인 발언권이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틱톡 금지법’으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이 법안의 정확한 명칭은 ‘ 외국이 적대적으로 통제하는 응용 프로그램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안’이다. ‘틱톡 매각 법안’으로도 불린다.

이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면 틱톡 운영사(중국 바이트댄스)는 180일 이내에 틱톡 지분을 매각해 분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앱스토어에서 틱톡을 차단하고 틱톡의 웹 호스팅 서비스를 종료시킬 수 있다.

틱톡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통제되는, 상대국에 피해를 주려는 적대적인 목적에 언제든 이용될 수 있는 안보위협이라는 미국 의회의 판단이 배경되고 있다.

사진은 2022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틱톡 오피스 빌딩. | Mario Tama/Getty Images

위마오춘 박사는 “정말로 틱톡이 중국 정권과 무관하다면, 중국 공산당 당국은 이를 공개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은밀하게 의회에 접근해 로비를 벌였다. 투명하게 밝힐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미 국무부 중국 정책 보좌관을 지낸 위마오춘 박사는 “현재 미국 의회는 당파를 초월해 대중국 정책만큼은 매우 높은 수준의 완전한 합의에 도달해 있다”며 법안의 상원 통과 가능성을 높게 봤다.

미 하원은 20일 ‘틱톡 매각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미국의 법안은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해 대통령이 서명하면 정식 법률로 발효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하면 서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위마오춘 박사는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이 ‘틱톡 매각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을 들어 “미 의회가 ‘틱톡 매각 법안’을 빠르게 처리하자, 중국 공산당이 당황하는 것으로 보인다. 로비 외에도 뭔가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FA는 중공 외교관들의 개인적인 로비로 인해 틱톡과 중국 정권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부각되고 있다며 미국외교정책협회(AFPC)의 중국 전문가 마이클 소볼릭 연구원을 인용해 “중국 대사관의 로비가 중국 당국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미국 의회의 틱톡 처리 의지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틱톡에 대한 별다른 입장 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다수 의원들은 물론 바이든 행정부까지 1억 7천만 명의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보유한 틱톡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전직 틱톡 직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틱톡에서 근무하는 동안 거의 2주마다 수십만 명의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에 전송했다”고 말한 바 있다.

틱톡은 자체 알고리즘을 사용해 이용자의 취향과 이용 패턴을 분석, 끊임없이 콘텐츠를 제안해 이용자를 붙잡아두는 한편, 미국 청년층에게 이념과 사상을 주입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자극적인 짧은 동영상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시청하는 행위에 틱톡의 새로운 포인트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중독성이 더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최근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출시된 틱톡 라이트 버전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도록 틱톡에 요청했다.

기존 틱톡을 앱테크 형태로 출시한 틱톡 라이트는 동영상을 시청하면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이 포인트를 바우처나 기프트 카드 같은 상품으로 교환해준다.

EU는 이런 인센티브 시스템이 이용자에게 정신 건강을 해치고 중독성 있는 행동을 증가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