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 67% “나는 중국인 아니라 대만인” 정체성 여론조사

프랭크 팡
2024년 01월 19일 오후 7:36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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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인 다수가 자신의 정체성을 ‘대만인’으로 인식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자신을 중국인이라 여기는 대만인은 전체 중 3%에 불과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는 지난 16일(현지 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퓨리서치는 지난해 6월부터 그해 9월까지 18세 이상 대만인 2277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중 67%가 자신을 대만인이라 여긴다고 응답했다. 28%는 자신을 대만인이자 중국인으로, 3%는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자신을 중국인이라 여기는 대만인의 비율이 최근보다 훨씬 더 높았다.

이런 변화는 대만인들이 중국공산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반기를 드는 동시에, 그들이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 등의 가치에 대해 인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설문조사에서는 ‘연령’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18~34세의 83%가 자신을 대만인이라 여긴다고 답했으며, 불과 1%만이 자신을 중국인이라 여긴다고 말했다.

그 반면에 35세 이상은 61%가 자신을 대만인으로, 4%가 자신을 중국인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퓨리서치는 “대만인들의 정체성 인식은 정당 지지 성향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신을 대만인이라 여기는 응답자들은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을 더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득표율 약 40%로 차기 총통에 당선됐다. 이로써 민진당은 ’12년 연속 집권’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대만 국기 하강식 | 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지도자들은 라이칭더 당선인의 역사적인 승리를 축하했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6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개입, 군사 도발 등 중국의 대만 접근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에 압력을 가한 것이 중국공산당에 거부감을 지닌 이들을 더욱 결집하도록 했다. 결국 중국의 이익에 완전히 반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중국공산당, 대만에 대한 주요 위협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만인들은 대부분 중국공산당을 ‘주요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66%가 “중국공산당이 대만에 큰 위협이 된다”고 답했다. 19%는 “약간의 위협”이라고 말했으며, “위협이 아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10%에 그쳤다.

이런 경향은 젊은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18~34세의 72%는 “중국공산당이 주요 위협”이라고 밝힌 반면에, 35세 이상은 65%가 이같이 응답했다.

정당 지지 성향으로 나눠 보면, 중국공산당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비율은 국민당 지지자(59%)에 비해 민진당 지지자(78%)에서 더욱 높게 나타났다.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는 지난 15일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그 대신 중국과 수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 하원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공특위)’ 수석 위원인 라자 크리쉬나무르티 하원의원(민주당·일리노이주)은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국공산당의 강압 전술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은 이에 대응해 대만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