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대변인 “대만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중국은 다르다”
대만 총통 선거가 끝나자마자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한 남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에 미국이 우려를 표명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대만과의 단교를 결정한 나우루 정부의 조치는 주권적 결정”이라면서도 “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만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이자,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적 파트너”라며 “중국은 이와 다르다. 수교의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국가가 대만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민주주의, 투명성, 법치 등의 가치를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의 수석 분석가인 유안 그레이엄은 “나우루 정부의 대만 단교 결정 시기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며 “이 외교적 전환에는 중국공산당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대만 중앙통신은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한 이래 8년간 10개국이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었다. 중국이 이를 정치적 도구로 삼아 국제무대에서 대만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로써 대만 수교국은 12개국으로 줄었다. 과테말라, 파라과이, 에스와티니, 아이티, 팔라우, 바티칸 등이다.
밀러 대변인은 “미국은 대만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대만의 국제사회 참여를 지원할 것이며, 경제적 유대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곡된 내러티브
사실상 대만 주재 미 대사관 역할을 수행하는 미국재대만협회(AIT)의 로라 로젠버거 회장은 지난 16일 대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우루 정부의 결정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나우루는 ‘유엔 결의안 2758호’를 근거로 대만과의 단교를 결정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해석”이라며 “유엔 결의안 2758호는 대만의 국가적 지위나 외교관계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이 결의안이 대만을 압박하고 국제무대에서의 목소리를 제한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며 “이처럼 왜곡된 내러티브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GMF)’는 2022년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대만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기 위해 유엔 결의안 2758호의 의미와 맥락을 어떤 식으로 왜곡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국제화함으로써 이를 유엔 결의안 2758호의 내용과 교묘하게 뒤섞어 왔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이 결의안의 진짜 의미를 혼동하도록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중국의 은밀한 시도로 인해 결의안의 내용이 기존 의도와는 다르게 변질됐다”고 전했다.
세계보건총회(WHA)의 대만 배제는 중국이 대만의 국제적 입지를 제한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만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WHA에서 배제됐다.
마리오 디아즈-발라트 미 하원의원(공화당·플로리다주)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우루가 대만과 공식적인 관계를 끊은 것은 중국의 강압적인 전술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자유롭고 민주적인 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대만의 노력은 중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