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실신피집행인’ 명단 보름째 업데이트 멈춰
최근 신용불량 급증… “불편한 통계 또 감췄다” 반응
중국 경제의 쇠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청년실업률 공개가 중단된 것처럼 정부에 불리한 경제 데이터에 대한 발표가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공개가 중단된 것은 ‘실신피집행인(失信被執行人)’ 명단이다. 이는 범죄나 채무불이행 등으로 사회적 신용을 잃고 집행 대상이 된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로 ‘신용 불량자’에 해당한다.
상환 능력이 있는데도 의무 이행을 거부하거나 허위 소송, 재산 은닉 등으로 집행을 피하는 이들을 포함하고 있어 ‘악덕 채무자’로 이해되기도 한다.
중국 대법원인 ‘최고인민법원’ 산하 ‘집행정보공개망’이 발표해 온 ‘실신피집행인'(신용불량자) 명단은 이달 6일 총 849만 6435명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갱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국은 갱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3~4년 전까지 중국 신용불량자 수는 하루 평균 약 2천 명씩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증가폭이 가파르게 늘어나 하루 평균 약 3천 명으로 늘어났다.
중국 전체 신용불량자가 850만 명이라는 숫자 역시 실제 채무불이행 수치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한 금융전문매체는 사법부 내부 데이터를 인용해 중국 내 신용불량자가 올해 들어 하루 평균 증가폭이 1만 명을 넘어섰으며 총 2600만 명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사회신용시스템에 채무상환 연체 기록이 있는 사람은 3억 70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6개월 이상 연체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은 8623만 명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신용불량자 명단 공개 중단에 대해 “(불편한) 수치 업데이트를 중단했다. 이는 곧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 중고 주택 매물 숫자가 17만 채에서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베이징 주택 가격과 매물 건수는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의 동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의 하나다.
국가 통계국이 매월 발표하는 ’70개 중·대도시 분양 주택 판매 가격 변동 상황’에서도 수도 베이징의 최상단에 위치한다.
베이징 주택건설위원회(주건위)에 따르면, 베이징의 중고주택 매물 건수는 지난 9월 초 15만1000건에서 11월 16만9000건으로 두 달 만에 2만 건 가까이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규 주택 판매 건수는 10%이상 감소했고 중고 주택 판매 건수는 25% 급감했다. 집을 사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팔겠다고 내놓는 사람들은 기록적으로 늘어났다. 이 역시 중국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로 여겨진다.
올해 7월 ‘사상 최악’을 기록했던 청년실업률은 비공개 전환 후 11월 현재에도 여전히 발표되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가 개선될 조짐도 나타나지 않는다.
잇따른 ‘불편한 경제지표’ 발표 중단에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