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통 무술인 태극권이 파킨슨병의 진행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나왔다.
지금까지 파킨슨병의 증상을 일시적으로 조절하는 약물만 개발됐을 뿐, 질병의 진행을 막거나 느리게 하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그런데 태극권만으로도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전 연구에서도 태극권이 파킨슨병에 미치는 단기적인 효과가 밝혀진 바 있지만,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서는 파킨슨병 증상 완화부터 전반적인 건강 개선 효과에 이르기까지 태극권의 장기적인 이점이 입증됐다.
파킨슨병
파킨슨병은 퇴행성 뇌 질환의 일종으로, 운동 조절과 도파민 생성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기저핵의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한다.
이에 파킨슨병 환자들은 인지 및 운동 장애, 근육 경직 또는 떨림, 균형감각 상실,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파킨슨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력, 유전적 요인과 독성물질 노출 등 환경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살충제, 제초제, 중금속과 같은 독성물질에 노출될 경우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파킨슨병 환자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한국의 파킨슨병 환자 수는 2010년 6만 1565명에서 2021년 11만 6504명으로 11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었다.
태극권의 이점
파킨슨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더욱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상하이자오퉁대학 연구진은 태극권이 파킨슨병 예방 및 증상 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3년 반 동안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를 A그룹(143명)과 B그룹(187명)으로 나눴다.
A그룹은 파킨슨병 표준 치료와 함께 태극권 수업을 받았다. 태극권 수업은 1시간씩, 일주일에 두 번 진행됐다. 그 반면에 B그룹은 파킨슨병 표준 치료만 받았다.
이 기간에 연구진은 환자들의 약물 투여량, 질병 진행 상태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A그룹과 B그룹 사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됐다.
태극권을 수련한 A그룹 환자들 중 단 1.4%만 운동 장애를 경험한 반면, B그룹에서는 그 비율이 7.5%까지 늘어났다.
또 A그룹에서는 근육긴장이상증을 경험한 환자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B그룹에서는 1.5% 이상이 이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A그룹의 2.8%가 경도 인지 장애, 7%가 하지불안증후군을 경험했는데 B그룹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9.6%, 15.5%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태극권을 수련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수면 및 삶의 질이 개선됐으며, 인지기능 저하의 진행도 더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이번 연구가 피험자 330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관찰 연구임을 감안하면 명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태극권을 수련한 환자들의 질병 진행이 대조군보다 더딘 것은 파킨슨병에 대한 태극권의 장기적인 이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의학 학술지 ‘신경학, 신경외과 및 정신의학 저널’에 실렸다.
또 다른 효과
태극권의 잠재적인 건강상 이점은 과거부터 광범위하게 연구돼 왔으며, 일부 연구에 따르면 암이나 심장질환 등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 암
2019년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태극권을 수련한 암 환자들은 항암치료로 인한 피로가 감소하고,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신체 협응력도 개선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태극권이 유방암 환자의 세포 염증 감소와 관련이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 심혈관질환
한 연구에 따르면 태극권은 심혈관질환 환자의 심리 상태를 개선해 전반적인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한 만성 심부전 환자는 태극권을 수련한 뒤 우울증이 개선됐으며, 한 고혈압 환자는 신체 건강이 증진되고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인지 기능 및 기타 이점
한 연구에 따르면 태극권을 30~60분간, 일주일에 세 번 수련하면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이 향상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미국의 류마티스학회와 관절염재단은 무릎 퇴행성관절염 등의 관절 질환 환자에게 태극권 수련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관절 통증을 완화하고 신체 균형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