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 시간), 미국의 사설 보안업체 ‘글로벌 가디언(Global Guardian)’이 주최한 웨비나(웹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과 투자사에 “격화하는 미·중 대결 속에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중국 사업을 철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가디언은 기업과 개인 고객을 위해 위협과 긴급 상황을 식별·대응하는 등 보안 솔루션을 제공한다. 연중무휴 24시간 운영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130여 개국에서 전담팀을 보유하고 있다.
데일 버크너 글로벌 가이던 최고경영자(CEO)는 웨비나에서 “지난 40년간,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예측해 왔다. 지금 우리는 그 갈등의 ‘창(window)’으로 진입했다”며 “갈등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전략 태세에 대한 미 의회의 평가를 인용해 “중국의 재래식 군사력 강화로 인해 오는 2030년 아시아의 재래식 군사 균형은 깨질 수 있다. 또 중국은 대만과의 충돌을 염두에 두고 국가 안보 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변경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의 핵(核) 역량을 ‘덜 위험한’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간 중국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버크너는 중국 당국이 △2016년 11월 ‘네트워크안전법’ △2021년 6월 ‘데이터안전법’ △2021년 8월 ‘개인정보보호법’ △2023년 2월 ‘개인정보 역외제공 표준계약 규정’ △2023년 4월 개정된 ‘반간첩법’을 발표한 사실을 언급하며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13개 서방 기업의 임원이 중국 당국에 의해 7개월 이상 구금됐고, 이런 일은 매달 일어나고 있다.
그는 중국에 직원을 파견하는 기업에 “정보기관 출신, 군인 출신, 언론·인터넷을 통해 중국 공산당 또는 중국 당국의 정책을 비판했던 사람, 외국 국적자 등을 중국에 보내면 안 된다”며 “기업은 직원이 구금될 경우를 대비해 미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버크너는 중국 비즈니스의 중기적 위험 요인으로 대만해협의 갈등을 꼽았다.
그는 “대만은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 참여한 대만 국민 55%가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賴清德)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라이칭더 후보는 자신이 ‘실리주의적 대만 독립운동가’로 자칭하지만, 중국 당국은 그를 ‘분열 분자’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라이칭더 후보가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면 대만해협의 갈등이 더 악화할 거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이날 웨비나에 참석한 글로벌 가디언의 수석 정보 분석가 제브 파인투흐는 “대만해협에서 제한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60%이고 전면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35%인 반면, 갈등이 외교 협상으로 해소될 가능성은 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파인투흐는 중국·러시아·이란·중동 전담 지정학 분석가이기도 하다.
그는 “중국인민해방군(중국군)이 특정 선박이나 항공기가 대만 항구에 정박하는 것을 막는 방법으로 대만을 부분적으로 봉쇄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이런 봉쇄는 전쟁 행위가 아니라 이른바 ‘평화적 의도’로 타이베이에 들어가는 무기 등 ‘밀수품’을 차단하는 행위라고 주장할 것”이라며 “베이징은 대만을 포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만과 국제사회에 대만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입장에서 봉쇄는 전쟁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타이베이와 워싱턴의 움직임에 따라 봉쇄를 강화하거나 완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파인투흐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대만해협 봉쇄로 인해 미국과 중국 간의 전면 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 제조업을 운영하던 다수 기업이 생산라인을 다른 국가로 이전하기 시작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저숙련 제조와 고숙련 제조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 단계 제조업을 독점하고 있다”며 “전쟁이 발발하면 중국에 사업장을 둔 중간 단계 제조업체는 하룻밤 사이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중국에 제품을 판매하는 모든 기업이 중국에 대한 제재나 해상통로 봉쇄로 인해 제품을 중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대만해협에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면 소비재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세계는 2차 세계대전 시기의 경제 붕괴를 다시 겪게 된다”고 파인투흐는 우려했다.
글로벌 가디언의 고문 위원으로 웨비나에 참석한 존 오코너 JH 휘트니 인베스트먼트 회장 겸 CEO는 “미국 기업의 중국 철수를 돕기 위해 미 국방부, 정보 당국, 위험 관리 당국 등으로부터 관련 전략과 도구를 개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관리·비즈니스·운영 위험 3가지 범주, 10가지 요인으로 구성된 ‘지정학적 전략 위험 평가’ 도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시가총액 50억 달러(6조8000만 원) 이상의 글로벌 기업 약 1600개를 해당 도구로 분석한 결과, 이 기업들 가운데 50% 이상이 중국과 얽혀 있어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 없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면 기업 운영이나 수익성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거라는 뜻이다.
오코너 회장은 “이제 중국 시장 철수 문제는 다수 기업 이사회의 최우선 고민거리가 됐다”며 “연금, 재단, 기부금, 401k 미국 기업 퇴직연금 관리자 등 기관 투자자도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모두가 전쟁을 대비해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시장 철수 방안에 대해 그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중국 법률에 따라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 200명을 철수시켰다”며 “중국과 미국의 정보 보안법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가지 법을 동시에 준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중국은 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법률이 상충한다는 이유로 철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