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판매 1위 알뜰 화장품 ‘포모니’ 5년 만에 파산

강우찬
2023년 09월 11일 오후 1:11 업데이트: 2023년 09월 11일 오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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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저가 화장품 브랜드 잇따른 폐업
외국산 고가 제품 시장은 20~30% 성장

중국의 저가 화장품 브랜드 ‘포모미(Fomomy)’가 이달 7일 파산을 알렸다. 두 달 사이 저가 화장품 업체 두 곳이 문을 닫았다.

경제매체 ‘베이징상보’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내년 봄을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포모미는 장난기 가득한 패키지 디자인을 내세워 주로 소셜미디어에서 젊은 층 이용자들의 큰 인기를 끌며 성장해 왔다. 중국 패션·화장품 주요 유통플랫폼인 티몰(天猫)과 틱톡의 중국 오리지널 버전인 ‘더우인(抖音)’에서 한때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이 흔히 그렇듯 포모미 역시 중국식 명칭이 따로 있다. 가볍고 경솔하다는 뜻의 ‘푸치(浮氣)’이다. 하나에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에 관심을 보이며 들뜬 상태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심지어 파산 공고문에서 이런 분위기를 드러냈다. 회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마케팅이 아니다. 우리는 정말로 파산했다”며 “지난 6개월간 살아남을 방법을 열심히 찾아봤지만, 회사 빚이 늘어나면서 8자리(수십억대)에 가까워져 여기에서 그만두는 것이 더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18년 “뷰티 시장의 성별 편견에 저항하는 달콤하고 쿨한 브랜드가 되겠다”며 파격적인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였다. ‘화장품이자 무기’라는 슬로건과 함께 내놓은 제품 중 폭발적 반응을 얻은 것은 담배케이스 같은 포장의 면봉 제품이었다.

그러나 2022년까지 승승장구하던 포모미는 올해 들어 경영난에 빠졌다. ‘베이징상보’는 그 원인으로 ‘품질’을 꼽고 있다.

차별화된 패키지로 색다른 것을 찾는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저가 화장품 치고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립글로스 제품은 지속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다른 제품도 패키지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저가 화장픔 브랜드 시장 자체의 진입 장벽이 낮아 신규 업체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었고 기존 브랜드에서도 중저가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이 회사가 경영난에 처하게 된 요인으로 꼽혔다.

중국의 공공정책연구기관인 판구(盤古·반고, 중국 창세신화에 나오는 거인) 싱크탱크의 장한(江瀚) 연구원은 “다른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의 경쟁 속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안착시키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경제난에 ‘알뜰’ 화장품 시장 된서리

중국에서는 저가 화장품 브랜드를 ‘핑자(平價)’ 화장품이라고 부른다. 평균 가격, 적당한 가격의 화장품이라는 정도의 의미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알뜰’에 가깝다.

2017~2018년 중국에서는 알뜰 화장품 브랜드 런칭 붐이 일었다. 이들 업체는 현지화된 마케팅에 힘입어 성장했지만 여기에는 공산당의 선전선동에 취약한 중국 청년층의 ‘애국소비’도 작용했다. 한국 브랜드들은 사드 보복의 여파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시장은 더욱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2021년 8월에는 한국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진출 8년 만에 ‘에뛰드하우스’의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 철수를 선언했다.

베이징상보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중국 및 외국 화장품 브랜드 총 13개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미국 메이크업 브랜드 ‘메이블린’, 미국의 초저가 화장품 ‘엘프(elf)’가 포함됐다. 모두 100위안(약 1만8천원) 이하 제품이 주력이었던 브랜드들이다.

반면 고가와 중저가 제품 시장은 성장세다. 중저가 화장품 시장은 2년간 10~20%의 성장률을 보였고 고가 브랜드의 성장률은 이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제로 코로나 이후 예상했던 경제 회복이 늦어지면서, 저소득층의 소비 감소로 알뜰 화장품 시장이 위축되는 사이 여력이 있는 구매자들은 오히려 중급이나 고급 제품으로 갈아타면서 중국 화장품 시장이 양극화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고급 화장품 시장에서 로레알, 에스티로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등 상위 3사의 점유율은 41.1%로 압도적이다.

또한 화장품 브랜드 ‘SK-II’를 보유한 미국 프록터앤드갬블(P&G), 일본 시세이도 등의 업체들도 저가 화장품 사업을 매각하고 중·고가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신문은 경쟁으로 인한 경영난 속에도 일부 중국 기업들은 저가 화장품 사업을 정리하고 스킨케어 분야로 전환하는 등 시장 트랜드에 맞춰 변화하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