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상오토바이(제트스키)를 타고 중국을 탈출해 한국으로 밀입국한 외국인이 중국 인권운동가로 밝혀졌다.
지난 20일 인천해양경찰서는 “지난 16일 중국 산둥성에서 수상오토바이를 타고 300km를 이동해 인천해역으로 밀입국을 시도한 30대 중국 국적 남성을 검거했다”고 전했다. 남성은 한국 입국을 결심하고 중국에서 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해경은 22일 오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남성을 검찰에 송치했다.
싱크탱크 다이얼로그차이나 한국지부 이대선 대표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제트스키를 타고 한국으로 밀입국한 외국인은 중국 인권운동가 취안핑(權平·35)”이라며 “그는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한국에 왔다. 그가 한국에서 조사를 잘 받고 난민 신청 절차까지 잘 마무리하도록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AF), 미국의소리(VOA) 등도 해당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에 밀입국한 사람은 중국 인권운동가 취안핑”이라고 보도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취안핑은 중국 조선족 출신으로 2012년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를 졸업했다. 귀국 후 SNS를 통해 중국에서 체포된 인권변호사와 홍콩 민주화운동을 지지하고 ‘6·4 톈안먼 사건’을 추모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인권 활동을 진행해 왔다.
중국 인권 사이트 ‘유권망(維權網)’에 따르면 취안핑은 2016년 9월 말, SNS에 “중국 공산당 건국기념일(10월 1일)에 시진핑 풍자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길거리 시위를 하겠다”는 문구와 함께 시진핑을 아돌프 히틀러에서 빗댄 ‘시틀러(XITLER·시진핑+히틀러)’ ‘시바우즈(習包子·시진핑+중국 찐빵)’ ‘돈 살포자(大撒幣·금전 외교)’ 등이 적힌 흰 티셔츠를 입은 셀카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그는 곧바로 중국 공안 당국에 체포됐다. 2017년 2월 15일, 중국 당국은 ‘국가권력 전복 선동’ 혐의로 취안핑을 기소해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취안핑의 중국 탈출을 두고 그의 친구인 미국 조지아대 박사과정 학생 구이(古懿)는 VOA에 “취안핑이 감옥에서 석방된 후에도 중국 당국은 계속 그를 협박·감시했다. 그는 앞서 수차례 중국 탈출을 시도했으나 매번 실패했다”며 “자유를 위해 목숨 걸고 혼자 바다를 건너 ‘중국’이라는 감옥을 탈출한 그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안핑의 조부모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주한 이민자다. 취안핑은 한인이며 전체주의 사회에서 탈출한 한국 동포인 셈이다. 탈북자를 환영하는 한국 정부가 취안핑을 일반 밀입국자로만 간주하지 말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몇 년 새 해외로 망명하는 중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이를 ‘줄타기(走線)’라고 부른다. 중국의 대표적 소셜미디어 위챗(微信)에서 ‘줄타기’ 키워드의 검색량이 2021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올 1, 2월 두 달 동안에만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의 위험한 지역인 ‘다리엔 갭’을 지나 미국-멕시코 국경에 도착한 중국인이 2000여 명을 기록했다. 현지 정부와 이민을 돕는 민간 기관들은 이렇게 많은 중국인이 북쪽으로 향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인권단체 대화원조협회(對華援助協會)의 푸시추(傅希秋) 회장도 지난 3월, 협회가 미국에 막 입국하는 중국인들의 도움 요청을 매주 접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불법 입국하는 중국인의 수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 추 회장은 “중국의 인권 상황과 종교의 자유가 더욱 악화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 시기에 엄격했던 미국의 국경 정책이 후퇴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중국인들이 국경을 넘는 게시물 등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많은 사람에게 일종의 편승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