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졌으며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일본 언론인이자 경제 전문가인 츠치야 히데오(土谷英夫)가 지난 3일 니폰닷컴(nippon.com) 기획 기사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편집위원, 논설위원, 칼럼니스트를 역임한 그는 현재 니폰닷컴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1971년 시장화와 인터넷화의 기원(2004)>이 있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이 일정 규모(중간 소득, 1인당 GDP 10000~12000달러)에 도달한 후 성장이 둔화돼 정체되는 상황을 뜻한다. 통상 함정에 빠진 국가는 임금 상승으로 인해 수출 경쟁력을 잃고 고부가가치 시장과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게 된다.
츠치야는 “중국의 올해 4~6월 GDP 성장률은 0.8%로, 1~3월 성장률 2.2%에 비해 경기가 둔화됐다”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이 더뎌서가 아니라 약 20년간 팽창한 부동산 등의 거품이 꺼지고 있는 데 따른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츠치야는 국제통화기금(IMF) 발표를 인용해 “중국 GDP에서 민간 투자의 비중은 2004년 이후 줄곧 40%를 넘었고(2006년 39.8%) 민간 소비 지출을 계속 상회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이런 통계가 집계된 국가는 중국뿐”이라고 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14년 6월 X(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을 인용해 “중국의 2011~13년 3년간 시멘트 소비량은 66억 톤으로 미국이 20세기 100년간 소비한 45억 톤을 넘어섰다”며 “중국의 인프라·부동산 버블은 뿌리가 깊다”고 설명했다.
2020년 8 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사울 로고프 하버드 경제학 교수는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잠재적으로 불안정한 정점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로고프 교수는 당시 부동산 부문은 중국 GDP의 30%를 차지하는데, 부동산 가격이 20% 감소하면 GDP는 5~10% 하락할 것으로 예견했다. 그해 9월 중국 부동산 대기업 헝다 그룹의 경영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중국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거듭하는 가운데 소비가 회복되지 않고 수출도 줄고 있다. 중국 내 생산 기지는 해외로 이전되고 있다.
토지 매매로 수익을 창출하는 지방정부는 매출 급감으로 재정 위기에 처했다. 1만여 개의 정부 산하 지방 금융 플랫폼은 총 8조4650억 달러(1경1130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은행과 함께 금융 위기의 근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경제 위기를 두고 ‘중국 경제 일본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츠치야는 반론을 제기했다. 일본은 선진국이 된 후 경제 거품이 터졌기 때문에 중국의 상황은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그에 따르면 시진핑이 집권하기 전인 2012년 2월, 로버트 졸릭 당시 세계은행 총재 주도로 세계은행과 중국 공산당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연구원들은 <중국 2030> 보고서를 작성했다.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는 시장 경제로 전환하고 독점 산업에 민간 기업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낭비를 줄이고 법률에 따라 깨끗하고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국가를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국유 기업을 민영화하는 대신 기업을 확대·강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국유기업 합병을 추진하는 한편, 민간 및 외국 기업에 중국 공산당 지부 설립을 강요했다. 사교육 산업 단속 등 민간 기업을 공공연하게 억압해 1000만 명 이상이 실직하고 학원강사 일자리가 거의 사라졌다. 츠치야는 “중국 당국은 세계은행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며 “1인당 GDP만 보더라도 중국은 이미 중진국”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현재 국내외 정치·경제 환경과 경제의 실상을 보면 중국은 이미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