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탈출 중국 인권변호사, 라오스서 ‘여권’ 문제 삼아 체포

정향매
2023년 07월 31일 오후 8:04 업데이트: 2023년 07월 31일 오후 9:14
P

중국에서 탈출한 중국 인권변호사 루스웨이(盧思位)가 27일(이하 현지 시간) 라오스에서 체포됐다고 미국 AP 통신이 보도했다. 

루스웨이 변호사는 중국에서 ‘709 사건’ 때 체포된 인권변호사, ‘6·4 톈안먼 기념 술’ 사건 당사자 등을 변호했다. 709 사건은 중국 당국이 2015년 7월 9일 300여 명에 달하는 인권변호사를 구속한 사건이다. ‘톈안먼 기념 술’ 사건은 한 중국인이 2019년 ‘6·4 톈안먼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술을 만들었다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루 변호사는 지난 2015년 중국 인권변호사들이 함께 결성한 ‘신공민(新公民) 운동’에도 참여했다. 신공민 운동은 농민공, 철거민, 고문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률 지원과 공익 소송 등에 앞장서고 있다. 

루 변호사는 2020년 8월 대만으로 망명하기 위해 밀항을 시도하다 해상에서 붙잡힌 홍콩인 12명의 사건 변호에도 참여했다. 중국 당국은 2021년, 홍콩인 12명을 위해 변호했다는 이유로 루 변호사의 면허를 취소했다. 같은 해 당국은 루 변호사가 방문 학자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포함해 그의 출입국을 금지했고, 이후 루 변호사는 미국에 거주하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루 변호사는 이날 라오스에서 태국행 기차에 오르자마자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태국 방콕을 경유해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과 만날 계획이었다. 

루 변호사의 아내 장춘샤오는 28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에 “어제(27일) 남편이 보낸 문자를 받았다. 경찰 3명에게 체포됐다는 내용이었다. 그 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씨는 “남편이 중국으로 송환될까 봐 매우 걱정된다. 그가 중국에 돌아가면 당국은 반드시 그를 감옥에 보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 씨에 의하면 중국 당국은 루 변호사가 중국에 거주할 당시 그를 조사하거나 기소하지는 않았지만, 루 변호사 집 문 앞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줄곧 감시했다.

미국 인권 단체 ‘차이나에이드’ 설립자인 밥 푸 목사는 AP 통신에 “루 변호사의 가족이 2주 전에 ‘그가 중국에서 탈출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푸 목사는 “라오스 경찰은 루 변호사의 여권을 문제 삼아 그를 체포했다”며 “이번 일에는 분명 중국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라오스 경찰의 행동은 베이징 당국이 반체제인사에게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새벽 푸 목사의 연락을 받고 라오스 주재 미국대사관과 다른 동맹국의 외교 시스템에도 이번 사건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푸 목사는 “루 변호사가 미국에 건너와 가족과 재회할 수 있도록 라오스 정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