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4不청년’…공산당 제도가 만든 시대의 압력을 거부하다

차이나뉴스팀
2023년 07월 12일 오후 5:42 업데이트: 2023년 07월 12일 오후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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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히 투쟁하자”, “거칠고 사나운 파도(驚濤駭浪)를 넘을 준비를 해야 한다”, “100년 만의 대변화 국면(百年變局)을 맞고 있다” 등 최근 들어 자주 등장하는 중국 당국의 극단적인 표현에서 문화대혁명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대내외의 긴장이 고조되고, 경제는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고, 청년 실업률은 급등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젊은이들에게 ‘쿵이지(孔乙己)의 장삼(長衫)을 벗고 노점을 차리고 스스로 고생을 사서 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젊은이들은 공산당 제도가 만든 시대적 압력을 거부하고 ‘탕핑(躺平·자포자기하고 드러눕는다)’을 선택하며 “이제 20대인데 왜 이렇게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하느냐”고 되묻는다.

쿵이지는 루쉰의 동명 소설(1918년작)에 등장하는 주인공으로, 청나라 말기의 도태한 지식인이다. 쿵이지는 가난뱅이지만 지식인의 환상에 사로잡혀 마을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면서도 끝까지 장삼을 고집한다.

중국 당국, 노점경제 다시 언급

1998년생으로 올해 전문대를 졸업한 앤젤 샤오(蕭) 씨는 현재 광둥성 포산(佛山)시에서 노점을 운영하고 있다. 거리는 한산하고 손님도 별로 없다.

샤오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자신은 주로 디저트와 음료를 판매한다고 했다. 그녀는 이날 화지아펀(花甲粉·바지락당면) 25인분밖에 팔지 못했다며 노점 자릿세 100위안과 원가를 제외하면 200위안을 벌었다고 했다.

졸업 전 샤오 씨는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인터넷 1인미디어를 하기도 했다. 또 몇 달 동안 노점을 차리기도 했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지금은 집에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노점상을 하고 있다.

2020년 5월, 리커창 당시 총리가 경제를 살리고 날로 심각해지는 실업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노점경제’ 활성화를 추진했지만 그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3년 동안 지속된 제로(0) 코로나 정책이 끝나면서 보복 소비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연초에 경기가 반짝 반등했으나 지난 4월부터 다시 둔화하고 있다. 미·중의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외국인 투자 철수, 부동산 시장 침체, 노동시장 약세, 정부 및 가계 부채 급등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은 당국이 노점경제를 다시 꺼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올해 초 베이징과 상하이가 노점상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고 저장성 항저우, 광둥성 선전 등 다른 주요 도시들도 그 뒤를 따랐다.

최근에 도심 곳곳에 등장하고 있는 푸드 트럭. | 웨이보

선전의 가오(高)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내가 사는 동네의 거리에는 매일 저녁 6~7시에 각종 노점 차량들이 나온다. 야시장에는 각종 간식, 과일튀김 같은 것들을 파는데, 때로는 새벽 두세 시, 심지어 더 늦게까지 장사를 한다. 대부분 외지인이고, 현지인들은 거의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대부분 중장년층이 노점을 운영했지만 대학생 실업군이 등장하면서 노점상을 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들은 샤오홍수(小紅書), 틱톡 등의 소셜 플랫폼을 이용해 노점 위치, 상품 품목 등을 홍보하고 경영 경험 등을 공유한다.

광둥의 한 당구장 책임자인 류(劉)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당구장 바로 뒤 상가에 노점을 차리고 밀크티, 과일, 초밥 등을 파는 젊은이가 꽤 많다”고 했다.

중국 당국, 실업과 노점경제 연관성 부인

당국은 노점경제와 청년실업의 연관성을 애써 부인하고 있다. 또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00년대생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노점을 차려 2주 만에 1만여 위안의 수입을 올렸다”, “젊은 직장인들이 낮에는 고급 오피스텔에 출근하고 밤에는 노점상으로 변신한다” 등의 제목은 노점을 차리는 것이 생계를 위한 궁여지책이 아니라 신세대의 달라진 직업관을 반영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청년 실업은 경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정치 문제이다. 국가 통계 부서가 실업률 수치를 미화하는 것 외에도 중국의 대학과 국영기업에는 공산당 위원회가 있어 그들 역시 데이터 조작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 유학생 장아이룬(張艾倫)은 에포크타임스에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많은 학교가 취업률을 조작하고 있다. 학생들은 아무 회사나 찾아가 취업했음을 증빙하는 도장을 받아 오거나 인턴 증명서를 제출해야 졸업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도장만 찍어오면 실제로 취업했는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취업률은 그만큼 높아지겠지만 실제로는 취업을 하지 못했다.”

당구장 책임자인 류씨는 “지난해 우리 업소에 전자상거래를 전공하는 대학생이 실습하러 왔고, 실습을 마친 뒤 도장을 찍어줘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중국의 한 국제학교 교사였던 천훙위안(陳泓元)은 에포크타임스에 공기업에서 인사를 관리하는 동창생에게 들은 상황을 전했다. 그 동창생에 따르면, 일부 공기업은 직원이 부족하지 않는데도 채용공고를 내서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허상을 만들어낸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5월 청년실업률이 20.8%에 달하는 상황에서, 올해 대학 졸업생이 1160만 명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국 젊은이들에게는 ‘대학을 졸업하면 실업자가 된다’는 것이 징크스가 됐다. 사진은 2021년 6월 후베이성 우한의 화중사범대학 학부생 졸업식 장면. | STR/AFP/연합

당국이 민간 기업 규제를 강화하면서 인터넷 기술 기업, 교육 기업 , 부동산 기업 등 전통적으로 대학 졸업생을 많이 고용하던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가장 하찮은 일로 여겨졌던 배달 업계에도 대학생들이 대거 몰리면서 이들의 일거리와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퇀(美團)’이 2020년 발표한 라이더 취업 보고서에 따르면, 라이더 295만2000명 중 전문대 이상 학력을 가진 자가 24.7%를 차지했고, 그중 전문대생 52만8000명, 학부생 14만4000명, 대학원생 이상 5만7000명이었다.

네이멍구 후허하오터에 사는 마루이(馬瑞)는 2021년, 2022년 두 차례 대학원 입학시험을 봤다. 그는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취직을 하려고 노력했다.

마루이는 에포크타임스에 “내가 파악한 바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도 그중의 하나다”라고 했다.

샤오 씨는 젊은이들이 노점을 차리는 이유는 일자리 구하기도 어렵고 월급도 적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지인 류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지금은 장사가 잘 안 된다. 많은 사람이 매일 손해를 보고 있다. 상가 3분의 1이 문을 열지 않고 있고, 야시장을 찾는 사람도 드물다. 예전에는 공장에 취업하는 것보다 노점상을 하는 게 나았는데, 지금은 그 반대가 됐다”고 했다.

장아이룬은 “노점상은 경쟁이 너무 심해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은 우한의 한 군만두를 파는 노점. | 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연합

젊은이들, 공산당 체제가 초래한 시대적 압력 거부

고용 상황이 심각해지자 관영매체는 젊은이들에게 “쿵이지의 장삼에 갇히지 말라”며 “시진핑 주석이 대학생들에게 보낸 답장에서 ‘농촌에 가서 스스로 고생을 사서 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관영매체가 젊은이들에게 ‘쿵이지의 장삼을 벗어던지라’고 한 데 대해 천훙위안은 지금 석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도 다투어 배달을 하고 있다며 더 이상 어떻게 더 몸을 낮출 수 있냐고 반문했다.

류씨는 “공산당 치하의 중국에서 고생을 하는 것은 보람이 없다. 그것을 아버지 세대를 통해서 확인했다. 지금 젊은이들은 정말로 다 탕핑을 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전적으로 환경에 달려 있다”며 자신도 탕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는 ‘4불(四不)청년’이다.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하고, 집도 안 사고, 아이도 가지지 않는다. 내가 노력하지 않는 게 아니라 노력해도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큰 부성애는 내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지 않는 것이다.”

이 말을 네티즌들이 널리 퍼나르면서 ‘4불청년’이 새로운 인터넷 유행어가 됐다.

장아이룬은 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것도 일종의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일종의 저항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항하고 피 흘리는 혁명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일종의 비협조적인 행동을 취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삶을 잘 사는 것인데, 탕핑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일 수 있다.”

중국 경제가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노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대부분 중장년층이었지만, 대학생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노점상에는 젊은 얼굴이 점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 거리에서 노점을 차리고 있는 젊은이.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연합

천훙위안은 젊은이들이 탕핑을 선택하는 이유가 생계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1941년, 1942년 전란과 기근으로 궁핍이 극에 달한 시기에 태어난 인구가 800만 명(1941년: 893만, 1942년: 887만 명)이 넘는데, 올해 예상 출생인구가 이보다 적다. 지금이 아무리 나쁘다 해도 그때보다는 낫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그때는 언젠가는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없다는 점이다. 외국 기업들이 빠져나가고 민영기업이 줄도산하고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시진핑이 황제가 돼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젊은이들이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