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태평양 섬나라들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머내시 소가발레 솔로몬제도 총리와 만나 치안유지 협력 등 9개 문서로 구성된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공식적으로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총서기는 “중국과 태평양 섬나라들은 모두 개발도상국”이라며 “협력의 틀 안에서 상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회담에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가발레 총리의 방중은 2019년 대만과 단교 이후 두 번째다. 지난 9일부터 오는 15일까지 6박 7일의 일정으로 중국 공산당 간부와 정부 관계자들을 두루 만날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소가발레 총리가 이번 방중을 계기로 중국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베이징 장쑤 광둥을 방문할 것이라며 “양국 관계나, 쌍방이 관심을 가지는 국제적·지역적 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솔로몬제도 총리실에 따르면, 소가발레 총리의 이번 방중은 중국 국무원 리창 총리의 초대로 이뤄졌으며 비용은 전부 중국 측이 부담하기로 했다.
인구 약 70만 명의 솔로몬제도는 36년간 대만의 수교국이었으나, 2019년 4월 소가발레 정권이 들어선 후 친중으로 방향을 틀었다. 같은 해 9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며 친중 행보에 속도를 내왔다.
그로 인한 자국 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2021년 11월에는 솔로몬제도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의회 건물과 차이나타운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불탔다. 시위대는 소가발레 정권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으로부터 뒷돈을 받는 등 국익을 해쳤다고 항의했다.
시위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호주 정부가 경찰부대를 파견한 뒤에야 상황은 진정됐다. 그러나 이후 소가바레 장권은 중국과 치안 유지를 구실로 관계를 더 가까이했다.
작년에는 중국과 비밀리에 안보 협정을 추진 중인 사실이 드러나 미국과 호주, 주변국에 경계심이 고조됐다. 안보 협정 초안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민의 안전과 사업 보호’를 위해 솔로몬제도로 군대를 파견하고 해군기지까지 설치할 권리를 갖게 된다.
미국 등 서방 민주 진영이 공산주의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가운데, 이 협정은 중국이 남태평양에서 해양 작전에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기업 화웨이는 솔로몬제도에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필요한 자금은 솔로몬제도가 중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1% 금리로 6600만 달러(약 857억원)를 대출받아 조달했다. 소가발레 정권은 “역사적인 금융 파트너십”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의회는 채무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이 밖에 중국 국영기업이 수도 호니아라에서 항만 재개발 및 스포츠 스타디움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솔로몬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말레이타섬은 주총리인 다니엘 수이다니를 중심으로 대만과의 관계 유지를 요구하고, 중국과의 밀착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소가발레 정권의 압력하에 주 의회는 세 차례의 불신임 투표 끝에 수이다니 주총리를 퇴임시켰다. 그의 후임자는 취임 직후 중국 대사관을 예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솔로몬제도를 비롯해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가 중국과의 협력을 심화하고 있는 것에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 올해 2월 미국은 솔로몬제도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중국의 접근을 경계하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호주 또한 솔로몬제도에 경찰 훈련과 장비품을 제공하며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 6월 말 리차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솔로몬제도를 방문해 “필요한 한 안보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호주는 지난 2021년 소가발레 정권의 요청에 따라 폭동 대응을 위해 파견한 200명의 경찰 부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파견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반면, 중국의 태평양 영향력은 무역 증가, 인프라 투자, 원조 등으로 확대일로에 있다. 중국은 동시에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추진 중이다. 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 역시 201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