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20년 대선 재실시 요구 “FBI가 선거 개입”

한동훈
2022년 09월 05일 오전 10:12 업데이트: 2022년 09월 05일 오전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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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은폐 의혹과 관련해 “대규모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2020년 대선 재실시를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내가 2020년 대선에서 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FBI가 헌터 바이든 노트북 이야기를 선거 전에 덮어 감췄음이 결정적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헌터 바이든 노트북’은 조 바이든의 둘째 아들 헌터가 집 근처 수리업체에 맡겼다가 깜빡 잊고 찾아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북이다.

이 노트북의 하드디스크에는 헌터가 주고받은 이메일이 저장돼 있었고, 이 이메일에는 헌터와 바이든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등이 우크라이나, 중국 등 외국 대기업과 거래관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담겨 있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주류 언론은 ‘러시아가 만들어낸 가짜 이메일’이라고 주장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거대기술기업(빅테크) 역시 이메일에 담긴 바이든 일가 의혹을 보도한 뉴욕포스트 기사를 검열하고 차단했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난 현재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주류 언론은 보안 전문가들을 인용해 해당 이메일이 위조됐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며 러시아의 위조라던 입장을 바꿔 진짜 이메일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FBI가 헌터의 노트북과 이메일이 진짜라는 뉴스가 퍼지지 못하도록 빅테크에 협조를 요청했다는 사실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확인됐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코미디언 출신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FBI 관계자들이 2020년 대선 직전 회사 직원들과 만났으며, 그 결과 페이스북에서 헌터의 이메일에 관한 보도를 검열했다고 시인했다.

또한 공화당 상원 론 존슨 의원은 FBI 내부고발자들이 자신에게 연락했으며, FBI가 헌터의 노트북에 관한 조사를 천천히 진행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바이든에게 부정적인 소식이 퍼지는 것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는 것이다.

최근 그 비중이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소셜미디어는 미국 성인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주요 채널이다. 2020년 당시 대선 전 퓨리서치 조사에서는 미국 성인 71%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 8월 초 실시된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가한 미국인 79%는 헌터의 이메일에 관한 “진실한” 보도를 접했다면 2020년 대선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FBI가 페이스북과 접촉해 바이든 일가에 관한 의혹이 담긴 헌터 이메일 관련 뉴스를 검열하도록 논의한 사실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는 우리 나라에서 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의 대규모 사기 및 선거 개입”이라며 “정당한 승자를 선언하거나, 혹은 최소한의 해결책으로 2020년 선거가 바로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왜곡됐다는 것을 선언하고 즉시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터 이메일은 2020년 11월 미국 대선 막판 폭탄급 이슈였다.

해당 이메일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입수한 뉴욕포스트는 대선을 보름여 앞둔 10월 중순, 바이든의 아들 헌터와 외국 기업 간 거래 정황에 관한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이러한 외국 기업에는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에너지 분야 대기업 ‘중국 화신에너지’도 있었다.

기사가 나오고 며칠 뒤 헌터의 전 사업파트너였던 토니 보불린스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트북에 저장된 이메일과 여타 메모들이 모두 진짜”라고 증언했다.

그가 진짜라고 말한 이메일에는 중국 화신에너지와 거래 당사자들의 지분 비율을 설명하는 이메일이 포함됐다.

이 이메일에는 “(지분) 10은 빅 가이를 위해 H가 가진다”라고 적혀 있었다. 기사에서는 문맥상 H를 헌터로 추정했으며, 보불린스키는 ‘빅 가이’가 바이든 대통령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포스트가 이 기사를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에 올리자,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해당 계정을 2주 이상 차단하고 기사가 공유되는 것을 막았다.

2020년 대선이 끝나고 바이든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수개월 만인 2021년 3월 잭 도시 당시 트위터 CEO는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뉴욕포스트 기사를 차단한 조치는 “완전한 실수”라며 “프로세스 오류”라고 주장했다.

도시 CEO는 “말 그대로 프로세스 오류에 불과했다”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혹은 불리하도록 인위적으로 조작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누가 뉴욕포스트의 헌텅 이메일 스캔들 기사를 차단하기로 결정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