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성(省)인 광둥성의 부동산업계가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광둥성 부동산 개발업체 85개가 가입한 ‘광둥성부동산업협회’는 최근 광둥성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심각한 자금난을 호소했다.
이 협회는 “업체들은 주택 판매가격을 낮춰서라도 자금난을 해소하려 했지만, 정부가 가격 인하를 금지해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지난해 약 360조 원의 막대한 부채 규모(추산)로 파산 위기에 빠진 헝다그룹 사태로 중국 내수경제발전을 이끈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위축됐다.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잇따라 경영위기에 빠졌다.
상하이·베이징보다 더 잘나가는 도시인 선전이 위치한 광둥성은 중국에서 잘사는 지역을 논할 때 항상 상위에 꼽히는 지역이다. 특히 선전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릴 정도로 부동산 거래가 가장 활발하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찬바람을 선전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공표한 지난 4월 주요 70개 도시의 주택가격지수에서는 전년 동월 대비 47개 도시가 하락했다.
이는 전월(3월) 주택가격지수가 하락한 38개 도시에서 9곳이 더 늘어난 수치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침체되자 올해 4월 이후 100개 이상 도시에서 주택매매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광둥성 부동산 업체들은 이 같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협회는 광둥성에 보낸 서한에서 “대출이 막혀 분양을 완료하지 못하면서 자금을 회수할 길이 없다”며 “팔지 못하니 수익이 없고 채무 상환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한은 또한 일부 지방에서 부동산 시장의 추가 침체를 막기 위해 실시한 주택가격 인하 금지명령이 경영난을 타개하려는 부동산 기업들의 자구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둥성 부동산 업체들은 중소도시에서 주택 재고를 빨리 줄이고 생존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택 가격을 할인하고 있었으나, 집값 폭락으로 인한 혼선을 우려한 지방 당국의 규제로 진퇴양난에 처했다.
협회는 또한 부동산 기업에 대한 규제와 대출 조건 완화, 법인세율 인하 등을 요구했다.
재미 경제학자 리항칭(李恒靑)은 “중국의 경제정책과 금융기관 운영은 기본적으로 국유기업을 우대한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민간기업이 정부에 규제 완화나 부양책을 요구해도 돌아오는 것은 실망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4월 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주재한 회의에서 2020년부터 시행 중이던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60여 개 도시에서 완화 정책이 시행됐지만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