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글로벌 최저 법인세 15%’ 이행 법안 승인 여부가 새로운 경제 이슈로 떠올랐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0일(현지 시각) 미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의회가 세계 136개국이 합의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 이행 법안을 승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최저 법인세 15% 이행 법안이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3조5천억 달러(약4186조원)의 천문학적 규모 예산안에 포함돼 통과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미국이 제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전 세계에 확신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136개국이 최저 15%의 세율을 적용하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 계획에 지난 1일 합의했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세계 모든 나라가 최소한 15%의 법인세를 제정하기로 한 것이다.
OECD 37개 회원국 법인세 평균은 23.7%이며 최고세율 기준으로 가장 낮은 헝가리는 9%, 프랑스는 32%다. 한국은 27.5%로 평균보다 3.8%포인트 높다. 미국은 25.8%이다.
미 백악관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 합의 이후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합의에 대해 환영했다고 논평했지만, 합의 이행은 의회의 법안 통과에 달렸다.
상원 공화당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를 이행하려면 국제조약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제조약 승인에는 상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즉 전체 100석 중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이 48석에 우호적인 무소속 2석을 더해 50석을 차지하고 있다. 표결에서 공화당과 50 대 50으로 동률을 이룰 경우 민주당 소속 상원의장 캐스팅 보트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공화당 의원 17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 67석의 찬성표 얻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공화당 의원들도 바이든 행정부의 조세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이다.
지난 수년간 공화당 의원들은 전반적으로 세금 인상을 기피해 왔으며,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여왔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 합의에 대해 비판하는 의원들도 있다.
비당파적 성향의 ‘합동조세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을 이끌고 있는 케빈 브래디, 마이크 크레이포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근시안적인 국내 세금 아젠다를 진전시키기 위해 글로벌 합의를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인 공화당 팻 투미 상원의원 역시 “의회가 67석 이상의 찬성표로 글로벌 조세 합의를 비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투미 의원은 “예산 협상안에 포함된다면 변수가 있겠지만, 미국은 수십년 역사의 조세조약을 맺고 있다. 이런 조약들을 바꾸려면 상원 비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조약 승인이 아닌 단순 법안으로 이번 법인세 합의 이행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우려가 공화당 쪽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옐런 장관은 “미국인 5천만명이 사회보장 급여를 받지 못할 것이고 군인 급여도 제때 지급되지 못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대재앙이 초래될 것”이라고 연방정부 부채상한선 증액을 의회에 재차 요구했다.
지난 7일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 지도부는 현행 28조4천억 달러(약 3경3966조원)인 연방정부 부채상한선을 오는 12월 3일까지 4800억 달러(약 574조원) 일시 증액하기로 합의하며 연방정부 셧다운(운영중단) 사태를 일단 모면했다.
그러나 두 달간 유예기간을 둔 임시방편으로, 12월 초에 연방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 부도 위기가 다시 닥칠 수 있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에 부채상한선을 높이려면 의회가 아닌 ‘예산조정권(reconciliation)’을 발동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정권을 발동하면 과반 찬성만으로 통과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조정권을 발동한 측이 전적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