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순 평론가 “국제정세, 3불 약속했던 4년 전과 크게 달라”
“어정쩡한 안미경중 행보로 버티기에는 국제정세 엄중”
북한이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정부가 중국에 약속한 3불 정책이 더는 유지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북핵 방어용 무기가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며 한한령(限韓令) 및 혹독한 경제 보복을 단행했다.
이후 한국은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중국에 ‘3불(不) 정책'(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 동맹 등 불가)을 표명한 바 있다.
황 평론가는 “3불 정책은 한중 간에 맺은 조약이나 협정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어떤 조처도 없이 우리 스스로 중국에 약속함으로써 운신의 폭을 좁혔다”고 말했다.
더구나 “2017년 3불 정책을 약속했을 당시와 달리 4년 동안 국제정세가 크게 바뀌었다”면서 “3불 정책이 유지되면 위험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내년에 정권 교체 여부에 따라 3불 정책이 유지될 수도, 폐기될 수도 있다”며 “국제정세가 4년 전과 달리 더욱 치열해진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운이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사드 추가배치 및 3국 공조 더욱 필요”
황 평론가는 “북한의 무기개발 등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사드 추가 배치와 한·미·일 공조가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자강도에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거론하며 “현재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만으로는 부족하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사드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자폭탄, 수소폭탄에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신형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있는 북한을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건 중국”이라며 “중국이 그 역할은 하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면서 우리한테 사드를 없애라는 건 우리보고 죽으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사드를 추가 배치해야 하는 이유가 북한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황 평론가는 “5천 년 역사 동안 한반도를 호시탐탐 노렸던 중국은 300기 가까운 핵탄두를 가지고 있고 항공모함도 두 척이나 만들어서 근육을 과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북한보다 중국이 더 큰 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가장 잘못한 일은 2015년 천안문 망루에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대규모 열병식을 지켜봤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고 이후 외교 참사로까지 회자되며 한중 간 비대칭 외교를 초래한 계기로 분석되기도 한다.
황 평론가는 “당시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들이 모인 중국 전승절 행사에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사실상 우리 정부가 친중으로 기울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허울 좋은, 미꾸라지 같은 행보로 어정쩡하게 버티기에는 국제정세가 너무 엄중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중 간 패권 전쟁이 점점 가열차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차기 정부는 3불 약속을 파기하거나 아니면 미국과 등을 지고 중국에 매달리는 것 중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 선택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우리 선조들이 국제정세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러시아에 붙었다 미국에 기웃거렸다 하면서 결국 일본에 국권을 상실한 불행한 역사의 도돌이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 평론가는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이나 북한이 대한민국을 그나마 겁을 내면서 어렵게 대하고 저자세로 아쉬운 소리라도 하는 경우는 한·미·일 공조가 튼튼했을 때였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편입해야”
황 평론가는 3불 정책을 폐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국제정치라는 게 부득이하게 강국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은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확대대상국으로 한국을 가장 먼저 꼽은 뒤 일본, 인도, 독일을 나열했다”고 설명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 등 5개국이 기밀정보를 공유하는 동맹이다. 미국 하원 군사위는 지난 2일 기존 ‘파이브 아이즈’에서 한국, 일본 등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담은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처리했다.
황 평론가는 “이를 통해 중국 시진핑 정부의 무모한 일대일로를 차단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조만간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19년 8월 2일 러시아와 1987년 체결했던 중거리탄도미사일협정(INF)을 파기했다. INF는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조약이다.
황 평론가는 “INF 조약으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가 중거리 미사일을 생산하지 못하는 사이 중국은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늘리며 전력을 강화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국제정세가 불안할수록 우리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상호확증파괴 전략’으로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하기에는 현실적 문제가 있지만 동맹 차원에서 미국 MD에 편입하는 것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상호확증파괴 전략(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은 냉전 시대 미국이 핵무기 3만기를 확보하면서 구사한 전략이다. 핵무기 4만기를 가진 소련이 미국에 섣불리 핵무기를 사용했다가는 자신도 파멸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줌으로써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여부를 두고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보수층을 다시 분열시키려는 전략적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른바 보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수층에서 극심한 분열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황 평론가는 “지난해 총선을 거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극도로 작아졌다”며 “박 전 대통령 사면·복권을 보수 분열의 카드로 쓰기에는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새천년민주당 대표비서실 부실장과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 언론특보, 한국복지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