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담당관 엠마 레일리 변호사 “이유 없이 출근 거부돼”
“제보자 보호 프로그램도 종료 예고”…유엔은 논평 거부
유엔(UN) 인권기구가 중국 정부에 인권운동가 명단을 넘긴 사실을 폭로했던 내부고발자가 신변 보호 프로그램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밝혔다.
미국 폭스 뉴스는 15일(현지시각)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인권담당관인 엠마 레일리(Emma Reilly) 변호사가 유엔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엔과 중국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외부에 공개했다는 이유다.
레일리 변호사는 지난 2019년 10월 자신이 소속된 유엔 인권기구인 인권고등판무관실이 중국 당국에 반체제 인사들의 명단과 동향을 보고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미국 연방의회 의원들과 정부 고위관리들에게 보냈다.
이는 같은 달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 참석자 가운데 중국 당국이 요주의 인물로 지명한 인권운동가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통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 명단에는 티베트인과 위구르인 인권활동가들이 포함됐다.
해당 명단을 넘겨받은 중국 당국은 인권활동가 본인은 물론 그들의 가족을 협박, 체포, 고문하는 방법으로 인권활동가를 압박해 회의 참석을 포기하도록 했으며, 이 과정에서 가족 한 명은 사망했다는 게 레일리의 설명이다.
그녀는 “순전히 인권에 대한 지지”로 내부고발을 했지만, 그 결과 소속 기관 상사를 포함해 유엔으로부터 압력이 시달렸고, 2020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의해 공익제보자 보호 프로그램 대상자로 지정돼 겨우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유엔이 보호 프로그램 지정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일리는 폭스 뉴스에 “지금 고위 관리자들은 도덕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내가 왜 나의 급여나 복지보다 사람의 생명을 우선시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유엔은 나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관리들이 인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중국 정부에 비밀리 넘겨주는 정책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번 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권고등판무관실의 일부 고위관리가 겉으로는 매우 도덕적인 척했지만, 퇴직이 다가오자 중국이 원하는 것을 중국에 제공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는 등 본모습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한때 유엔의 공익제보자 단체 대표를 역임한 에드워드 플래허티 변호사는 폭스 뉴스에 “유엔은 내부고발자를 보호한다고 해왔지만, 정작 유엔 자신의 내부고발자인 레일리 사건을 통해 실상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플래허티 변호사는 “유엔은 비밀유지 규정 위반 혐의로 레일리를 해고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유엔 내부고발자들은 이렇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행정부의 모든 기관은 공익제보자에 대해 매우 정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현 유엔 체제에서는 어떤 공익제보자가 살아남을지 아닐지 장담할 수 없다”며 미 의회에 유엔에 대한 자금지원과 면책 특권 부여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직 유엔 조사관인 피터 안토니 갈로 국제 변호사는 폭스 뉴스에 “레일리의 사건은 유엔이 명확히 잘못된 행위를 지적하는 직원을 억압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는 레일리 같은 공익제보자에게 불리하다”고 밝혔다.
현재 레일리는 명확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채 인권고등판무관실로부터 출근이 거부됐다.
그녀는 “이는 유엔이 모든 직원들에게 새로운 보스인 중국을 기쁘게 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엔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으며, 레일리가 공익제보자 프로그램에서 제외됐거나 검토 중인지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폭스 뉴스는 전했다.
/강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