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중국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가 시진핑이 지난 1월 11일 성부급(省部級·장차관급) 주요 지도간부 세미나에서 한 연설 내용을 실었다. 제목은 ‘시진핑: 새로운 발전 단계를 파악하고, 새로운 발전이념을 관철하며, 새로운 발전구도를 구축한다’이다. 이 글은 시진핑의 현 시국에 대한 판단, 즉 현 세계의 주요 특징을 ‘혼란(亂)’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고, 최근 들어 중공이 대외적으로 전면적인 대립 자세를 보여주는 이유도 설명했다.
중공 언론, 시진핑 연설 내용 연달아 보도
지난 1월 11일 시진핑이 발언한 후 공산당 기관지는 “(시진핑이) 시기(時)와 형세(勢)는 우리 편에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정력(定力)과 저력(底氣)이 있는 이유다…우환 의식을 강화하고, 마지노선 사고를 고수하고, 언제든지 더 복잡하고 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내부 순환이야말로 불안정한 국제 정세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하고, 생존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게 한다…예측할 수 있거나 예측할 수 없는 각종 광풍과 폭우, 거친 파도 속에서도 우리의 생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중공 고위층이 안팎으로 궁지에 빠져 있는 상황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시진핑이 말하는 “시기와 형세가 우리 편에 있다”는 논리가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고, 중공의 어떤 저력을 갖고 있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다.
2월 25일 칭하이(青海)성 치롄(祁連)현 신문망은 이 현의 당서기 허빈(何斌)의 강화 내용을 ‘현(縣)급 지도간부들이 당의 19기 5중전회 정신을 학습하는 세미나에서의 발언’이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시 주석은 국제 정세를 언급할 때 ‘서강동약(西强東弱·서방이 강하고 동방이 약하다)’은 지금까지 쌓아온 것이고 역사이며, ‘동승서강(東升西降·동방은 떠오르고 서방은 가라앉는다)’은 지금 무게를 더해가는 것으로, 미래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했다. 그리고 미·중 간의 전략적 게임에 대해서는 ‘오늘날 세계 최대의 혼란(亂)의 근원은 미국이다’, ‘미국은 우리 나라의 발전과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다’는 등의 중대한 판단을 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시진핑은 미국이 쇠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공은 조만간 미국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5일 중국 ‘관찰자(觀察者)’ 사이트도 성부급 주요 지도간부 세미나에서 밝힌 시진핑의 강화 내용을 천이신(陳一新) 공산당 정법위 비서장이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리드글에서 이렇게 썼다.
“백 년에 없었던 대변화의 시기와 백 년에 없었던 역병이 겹치면서 세계가 격동하는 변혁의 시기에 들어섰다. 중국의 굴기(崛起·급부상)가 큰 변수다…‘동승서강’이 추세라 국제 구도는 우리에게 유리하다. 미국의 견제와 압박은 큰 위협으로, 조우전(遭遇戰)이자 장기전이다. 코로나19는 큰 시험대로, 리스크이고 도전이자 전기가 될 수 있다.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전 세계 각 방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구시(求是)에 실린 기사는 이 같은 내용을 뒷받침했고, 시국에 대한 시진핑의 주요 판단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현 세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혼란(亂)’이다”
시진핑은 “중국은 세계 2위 경제체, 1위 공업국, 1위 상품교역국, 1위 외환보유국”이라고 했다.
시진핑은 이를 세계 제패의 밑천으로 본 것이 분명하다. 그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지금 세계는 백 년에 없었던 대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오늘날 세계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바로 이 ‘난(亂)’ 자이고, 이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대유행에 대한 대응에서 각국의 리더십과 제도의 우월성 차이가 현저하게 드러났다. 시기와 형세는 우리 편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정력과 저력이 있는 이유다.”
시진핑의 이 발언은 중공이 팬데믹을 이용해 패권을 노리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중공은 각종 기회를 이용해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고 혼란 속에서 패권을 도모해 왔다. 중공은 고의로 우한 폐렴 바이러스를 퍼뜨려 확실히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것은 놀랍게도 중공이 말하는 ‘시기와 형세’ 그리고 ‘저력’이 됐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얼마 전 “시진핑은 (중공을) 세계 최대로 만들기에 급급하다”며 “시진핑은 (민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21세기에 (전체주의) 중국과 겨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바이든의 말은 대충 반(半)은 맞는다. 시진핑은 지금이 바로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적기라고도 했다.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전략적 기회의 시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기회와 도전에는 새로운 발전과 변화가 있는데, 총체적으로 기회가 도전보다 크다.”
“모든 적극적인 요소를 동원하고, 단결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단결하고, 전력을 다해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세운 목표를 끝까지 실현해야 한다.”
시진핑이 ‘시기와 형세’ ‘저력’ ‘중요한 전략적 기회’를 대대적으로 거론한 것은 자신의 권위를 세우고 부하들에게 용기를 주고 또 자신이 저지른 일련의 심각한 실수를 회피하려는 것이다. 중공이 역병을 이용해 패권을 노림으로써 전 세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었고 중국도 큰 상처를 입었다. 중공의 마스크 외교, 역병 책임 회피, 늑대전사 외교 등은 모두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다. 특히 미중 관계가 급속도로 파탄나면서 실제로 국제적으로 고립돼 궁지에 빠졌다.
“내부와 외부의 리스크가 전례 없이 상승했다”
시진핑은 정책 결정에서 범한 실수는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당면한 대내외적 어려움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회의 주요 모순의 변화와 국제 역량의 대비가 심각하게 조정되면서 직면한 내·외부 리스크가 전례 없이 상승하고 있다. 반드시 위기의식을 높이고 ‘최저선 사유(底線思維·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사고)’를 견지하고,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시진핑은 외부의 위기보다 내부의 위기를 더 우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 한 말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안전이라는 이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발전이라는 빌딩이 심하게 흔들리게 될 것이다.”
“용감하게 투쟁해야 할 뿐만 아니라 투쟁을 잘해야 하고 전면적으로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억제력을 키워야 한다.”
“큰 기복이 생기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산업사슬이 안정적이고 안전하도록 확보해야 하고,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야만적인 성장을 방지해야 한다.”
“대규모 실업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 “각종 군중시위 사건을 효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단계마다 다른 자물쇠를 달아서 국가 안전에 관련된 각종 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런 발언은 모두 내부의 안전 문제를 말하고 있다. 중공은 외부의 거대한 압력에 직면했을 때 정권이 무너지고 권좌를 잃는 것부터 우려한다.
시진핑은 또 이런 말을 했다.
“소련은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로, 눈부신 성과를 거뒀으나 후에 실패하고 해체됐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소련 공산당이 인민을 이탈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특권 관료 집단이 됐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중공 권력자들 가운데 사회주의를 믿는 이가 어디 있는가. 그들은 사실상 모두 마르크스가 묘사한 권력자본가가 돼 옛 소련 공산당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그들은 마르크스 이론이 철저히 실패했다는 또 하나의 예시를 연출하고 있다. 중공 고위층은 마르크스의 이 사기적인 논리를 이용해 정권을 유지하고 권력자들의 이익을 지키려 할 뿐이다. 중공은 지금 옛 소련의 전철을 밟고 있고, 현 중공 고위층의 행보는 이 역사적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내부 순환’이라는 용어가 나온 실제 배경
시진핑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경제 세계화가 역류를 만났다. 국제 경제의 순환 구도가 심각하게 조정되고 있다. 코로나19도 이 역(逆)세계화 추세를 심화해 각국이 자국만 챙기는 경향이 높아졌다.”
“전염병 유행의 충격으로 글로벌 산업사슬 공급망이 국지적으로 끊겼다.”
“많은 기업에 필요한 해외 원자재가 들어오지 못하고, 해외 인력이 들어오지 못하고, 상품이 나가지 못해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현재 형세가 이미 매우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대량 수입, 대량 수출의 환경과 조건이 이미 변했다.”
“지난해 4월, 나는 국내 대순환을 주체적으로 이뤄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말들은 중공 고위층이 전 세계 공급사슬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내부 순환’ 말고는 사실상 방법이 없음을 시사한다. 시진핑은 공급사슬의 해외 이전을 만류하지 않았다. 이는 대외 관계에서 범한 실수를 덮으려는 것이고, 전염병을 이용해 패권을 도모하려는 전략이 실패한 사실을 감추려는 것이다.
시진핑은 마오쩌둥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아무리 복잡하고 심각하고 참담한 환경이라도 군사 지도자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독자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조직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적에 의해 수동적인 지위로 내몰리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신속하게 능동적인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런 지위로 회복하지 못하면 그다음은 실패다.”
시진핑은 최근 광시(廣西)성 샹장(湘江)전투기념관 답사에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視死如歸) 죽고자 하면 산다(向死而生). 용맹하게 전진하자. 가장 어려울 때 견지해 나가자”라는 소감을 밝혔다.
중공이 대외적으로 공격에 나선 것이 바로 이 주동(主動)을 쟁취해야 한다는 논리였고, 실제는 최후 발악이었다. 중공 내부에서든 일반 국민이든 ‘내부 순환’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내부 순환’의 사고로는 시진핑이 묘사한 “세계 2위 경제체, 1위 공업국, 1위 상품 무역국, 1위 외환보유국” 지위를 이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무엇으로 패권을 다툴 것인가?
시진핑은 ‘내부 순환’을 선수(先手)를 쓰는 것이자 능동적인 전략적 선택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중공 각급 관리들이 그에게 계속 충성하도록 설득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호식의 당 문화 언어로는 더 이상 대다수 중공 나관(裸官·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가족을 해외로 보내고 홀로 중국에 남아 있는 관리)들을 속이기 어려울 것이다.
‘구시’지는 밝힐 수 없는 내용을 많이 숨겼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드러난 내용만으로도 대외적으로 전면 대결하는 중공의 최근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공 고위층은 곤경에서도 기어이 소위 주동(主動)권을 얻으려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중공의 연명을 위해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지기 위함이고, 일련의 정책적인 실수를 덮기 위함이고, 내부 투쟁에서 빌미를 잡혀 실각하지 않기 위함이다.
시진핑이 그린 ‘큰 떡’은 중공 각급 관료들의 허기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다. 중공이 지난달 30일 정치국 회의를 열어 경제 상황과 경제 업무를 분석·검토한 결과 공산당 기관지의 보도의 톤이 현저히 낮아졌고, 시진핑의 단독 발언도 또다시 빠졌다.
시진핑은 정치국 내에서 모두를 납득시키기 힘들다고 느꼈을지 모른다. 그래서 ‘구시’지는 1월 11일 성부급 주요 지도간부 회의에서 시진핑이 언급한 발언 내용을 꺼내 공개했을 것이다.
중공 정국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조용하지 않다. 금융 관련 사업을 벌이는 13개 인터넷 금융 회사가 소환된 것은 또 다른 내부 투쟁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 중공의 이른바 대외 강경론이 과연 능동적 지위를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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