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중공 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시진핑이 직접 인민대표대회 네이멍구(内蒙古) 대표단을 만나 중국어 교육 보급 확대를 주문했다. 또한 시진핑이 네이멍구의 석탄 관련 부정부패를 거론하며 “죗값은 언젠가는 치러야 한다”고 해 장내가 침묵에 휩싸였다고 중공 당 매체들은 전했다.
중공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5일 막을 올렸다. 중공 기관지 런민일보 해외망에 따르면 시진핑은 이날 네이멍구 대표단 심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민대표대회에 직접 참석했다. 그는 연설에서 이틀 동안 네이멍구 위원회가 석탄 자원 분야의 위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적인 정비 상황을 중앙에 보고하는 것을 보았다고 이야기했다.
시진핑은 네이멍구 부패 척결에 중요한 분야로 석탄 분야를 꼽았다. 그는 또 공산당 관리가 되면 국가 자원을 가지고 뇌물을 받고 권력과 돈을 거래한다며 “그 죗값은 언젠가는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도는 시진핑의 이 발언으로 “장내가 침묵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네이멍구 1400여 명 ‘정리’
지난 6일 중앙기율위원회 국가감시위원회 홈페이지는 네이멍구 석탄 자원 분야에서도 불법적인 문제가 만연해 현지 정치 생태계에서 가장 큰 ‘독’이 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소수의 당원 간부가 불법 상인과 결탁해 석탄 자원을 현금인출기 삼아 권력을 키우고, 그 권력으로 사리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 글에 따르면 네이멍구 자치구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병폐를 뿌리 뽑기로 했다. ‘석탄을 이용해 부패를 저지르는’ 해묵은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자치구는 40여 개 전문팀을 꾸려 석탄 관련 법규 위반 문제를 ’20년간 수사’했고, 지금까지 1400여 명을 ‘정리’했다.
시진핑, ‘문화적 공감대’ 강조
관영 매체에 따르면 시진핑은 지난 5일 네이멍구 대표단 심의에 참석했을 당시 ‘문화적 공감대’를 강조하며 ‘국가 공용어 문자(중국어)’의 보급을 위해 국가 통일 교재 사용의 전면 추진을 요구했다.
시진핑은 또 이른바 ‘중화민족공동체 의식 교육’을 특히 청소년 교육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각종 그릇된 사상적 관점에 반대해야 한다”는 등의 요구도 했다.
시진핑의 이 같은 발언은 부패 척결이라는 칼을 빌려 중국어 교육을 강력히 시행하기 위함이라는 외부 분석이 나왔다. 누군가 말을 듣지 않으면 반부패라는 명목으로 끌어내릴 것이다.
지난해 8월 말 9월 초, 중공은 네이멍구 소수민족학교에 핵심 교육 과정을 몽골어가 아닌 중국어로 가르치라고 요구하며 국가 공용어 문자 교육 추진은 시진핑이 제시한 이른바 ‘중화민족 공동체’의 수요라고 강조했다.
이런 움직임은 몽골족에 대한 ‘멸족’ 정책으로 간주돼 현지에서는 수만 명이 거리로 나가 대규모 항의를 일으켰고 수업 거부 운동이 벌어졌다. 당국의 강력한 탄압 속에 그동안 약 5000명이 체포되고 9명이 자살했으며 체포된 사람들은 이른바 ‘법치교육센터’, 신장과 같은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
몽골족 ‘멸족’ 행보에 관리들도 보이콧
외신들은 “중공 정부가 현지 관리에게 TV에 출연해 정부의 공용어 정책에 지지를 표명하도록 강요했으나 일부 관리가 이를 거부해 사임했으며, 커스커텅기(네이멍구 행정구역) 3개 소목(네이멍구 목축 지역 행정 단위)의 서기와 소목장, 학교장 등 총 6명이 사임했다고 전했다.
당초 네이멍구TV 몽골어팀 직원 7명 역시 공용어 정책에 반발해 수갑과 족쇄를 찬 채로 경찰서에 끌려가기도 했다. 내부 관계자는 현재 네이멍구 전체가 입을 다물고 있다며 당국이 현지 취재를 시도하는 기자들을 수시로 감청하거나 미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현지의 반발이 끊이질 않자 지난해 말에도 시위자를 검거했으며 전국적으로 중국어 교사 300명을 차출해 네이멍구 민족학교에 파견할 계획이다. 몽골족 문화 멸절이라 비판받는, 중공 고위층의 중국어 교육 강제 추진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네이멍구 정부 측은 지난 2월 가을 학기부터 전 지역 민족언어수업학교 일부 학급에서 세 과목을 중국어로 수업한다고 발표했으며, 현지에서 통과된 이른바 ‘민족 단결 촉진 조례’도 5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네이멍구 자치구 교육청 후위안(侯元) 청장과 자치구 정부 비서장 바오전위(包振玉)는 보직에서 해임됐다.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 자리도 이 때문에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천샤오장(陳小江) 전 중앙기율위원회 부서기가 한족(漢族)으로선 최초로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