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어느 아파트에 “입주민의 민원으로 직원들이 전원 사퇴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포항 한 아파트에 붙은 종이라는 설명과 함께 안내문이 찍힌 사진이 공유됐다.
사진 속 안내문에는 이곳 아파트 경비원들이 입주민들을 향해 작성한 글이 담겼다.
경비원들은 “태풍으로 인해 숨 쉴 틈도 없이 온몸을 파스로 도배를 하고 일을 하는데 정말 기가 차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일부 입주민이 “경비가 비바람 치는데 전등 들고 돌아다니지 않는다”, “옥상에 물 퍼내는 작업 중인데 낙엽이 많은데 치우지도 않고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같은 민원을 넣었다.
이에 대해 경비원들은 “안전이 우선이니 절대 나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대기하다가 순찰을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바람 불어 지붕이 떨어지는데 저희들이 나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경비원들은 “경비 목숨은 10개쯤 되나. 태풍이 경비원 따위는 피해 가나”며 “저희도 한 집의 가장이고 입주민들과 똑같은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달 10일 관계자들은 두 번째 공지문을 내고 “‘마이삭’ 태풍으로 인해 시설물 및 차량 피해로 인해 입주민 민원이 심각하여 긴급회의 결과 전원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받은 민원은 다양했다.
베란다 유리가 파손됐는데 당장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리소에 찾아와 욕설과 폭언을 하고 물건을 던졌다.
이 입주민은 “그것도 해결 못 하면 그만둬라”, “아파트를 다 불싸지르겠다” 등의 발언도 했다.
또 다른 민원으로는 태풍으로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낙엽 청소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넘어온 나뭇가지를 해결하라는 요구 등이 있었다.
해당 안내문 사진을 찍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누리꾼은 “욕설과 폭력이 난무해 관리실 직원 전원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후 “다행히 관리사무소 측은 사퇴를 보류하고 태풍 피해 복구에 힘쓰기로 했다”며 “그렇다고 갑질 사건이 무마된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