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계가 인민해방군 소속 연구진과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서로 협력하는 탓에 국가안보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 연구진이 인민해방군과 관계된 중국 유명대학 7곳 연구진과 협력해 발표한 논문이 254건으로 집계됐다.
인민해방군은 국가의 군대가 아닌 중국 공산당 산하의 당(黨)의 군대다.
후버 연구소가 지목한 국방과학기술대학 등 중국대학 7곳은 중국의 대표적인 과학연구기관이자 중공군과 오랫동안 관련을 맺어왔다.
이들과 협력한 미국 내 연구기관은 미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연구소·대학 등 115곳이 포함됐고, 분야별로는 신에너지에서 항공까지 다양한 영역이 망라됐다.
이같은 연구협력은 미국이 보유한 원천기술이 중공군에 흘러 들어가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의 국방연구, 무기개발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후버 연구소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한 미국의 국방력을 약화시켜 양국 간 무력 충돌 시 미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까지 제기됐다.
보고서는 중공군과 연결된 중국 연구진과의 협력은 중국 공산정권의 ‘민군융합 전략’을 돕는 일이라면서 국가기밀과 무관한 기본적인 연구 협력도 궁극적으로 미국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군융합 전략’은 중국 민간기업과 국영 군수기업이 공동으로 중공군의 군사장비 생산시설 업그레이드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전략이다.
이번 후버 연구소 보고서는 중공의 지식재산권 탈취를 막으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과 맥락을 같이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공의 스파이 행위를 차단하려는 조치를 연이어 내고 있다. 지난 22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의 폐쇄 명령도 그 일환이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영사관 직원들은 미국의 기술과 과학연구 실적을 중국으로 빼돌리기 위해 생물의학 분야 연구진 포섭에 수년간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는 중공의 인재 유치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실을 숨긴 미국과 중국 교수진들을 기소하는 등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해 강력한 조치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연방수사국(FBI)이 중공군 소속임을 숨기고 연구 비자를 발급받은 중국 국적 연구진 4명을 비자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FBI는 25개 이상의 도시에서 중공군 요원으로 의심되는 관계자를 직접 만나 조사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공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관련 활동을 하는 중국 대학원생과 연구자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중공의 정보 탈취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후버 연구소 보고서는 중공 정부가 협력 연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식으로 금지명령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중공 정부의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논문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지난 2018년 호주 전략정책연구원(ASPI)이 발표한 보고서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당시 호주 전략정책연구원 보고서는 미국 사회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2007년부터 중공군 소속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신분을 감추고 미국에서 유학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중공군과의 관계를 감추기 위해 자신의 이력에 ‘국방연구소’ 대신 ‘국가연구소’라고 기재하거나 관련 기관 홈페이지에서 약력을 아예 기재하지 않는 등의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보고서는 중공군 소속 연구원들과 협력이 지닌 위험성을 미 연구기관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중국 연구진과의 협력 시 연구 결과가 군사 장비 개발에 이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윤리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