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운명이 걸린 또 하나의 전쟁 ‘풍수대전’

차이나뉴스팀
2019년 12월 09일 오후 5:08 업데이트: 2023년 08월 26일 오후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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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5천년간 수많은 인류 문화유산의 토대가 돼 왔다. 그중 하나는 점(占)과 풍수다. 중국에선 상(商)나라 시절부터 중대사를 치를 때는 점을 보거나 풍수를 따져왔다. 봉건시대 고관대작이나 부호들을 말할 것도 없이 오늘날 마르크스 주의 무신론을 주장하는 중국 공산당 관리들마저 풍수를 따진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 공산당을 시작부터 풍수를 목숨처럼 여겼다. 혁명 초기 위태로웠던 시절(1935년~1948년) 산시(山西)성 옌안(延安)을 근거지로 삼았던 이유가 ‘생문(生門)’ 방위 때문이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마오쩌둥이 호위부대 명칭을 8341부대라고 이름 붙인 것도 ‘83세까지 살며 41년간 권력을 누린다’는 염원을 담았다는 속설이 나돈다. 권력심부를 중난하이(中南海)로 정하고, 심지어 천안문 광장 깃대 높이마저 풍수에 따라 정했다고 한다.

홍콩인들에게는 풍수는 미신도 과학도 아닌 생활 혹은 비즈니스문화다. 서점에서는 풍수관련 책이 잘 팔리고 사무실은 입지에서부터 공간배치, 실내장식까지 풍수를 따진다. 도널드 창(曾荫權) 전 홍콩 행정장관은 행정장관 집무실로 이전하면서 잉어 연못부터 수리해 비단잉어 9마리를 길렀다. ‘관살(官煞)을 막아준다’는 풍수에 따른 조치였다.

홍콩인들이 워낙 풍수를 좋아하다 보니 홍콩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이런 영향을 받았다. 한 유명 외국계 증권사는 1990년부터 그해의 증시와 부동산 시장을 연간 풍수지수와 연계해 예측한다. 투자심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풍수로 인한 다툼까지도 발생한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중국은행타워(Bank of China Tower)를 둘러싼 풍수대전(風水大戰)이다.

중국은행타워의 ‘칼끝’ 외형은 영국 총독부를 겨냥한 ‘살기(煞氣)’

홍콩섬 센트럴 지역에 위치한 중국은행 타워는 1985년부터 짓기 시작해 1989년 완공됐고 이듬해 정식 개장했다. 300m가 넘는 이 타워는 작고한 건축가 I. M. 페이의 작품으로 4개의 비대칭 구조물로 이뤄져 있는데, 아래가 넓고 위는 뾰족하다. 이는 ‘비 온 후 봄 죽순’을 상징하며 ‘마디마디 상승’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중국은행타워(왼쪽), 청쿵(長江)그룹 청사(가운데), HSBC건물(오른쪽). HSBC건물 옥상에 풍수포가 보인다. | AFP=연합뉴스(Yonhapnews)

홍콩 풍수전문가들은 이 타워의 외형이 사실 ‘사방으로 살기(煞氣)를 뿜는 칼끝’이라고 지적한다. 끝이 뾰족한 삼각기둥이 과거 영국 통치시기의 총독부와 홍콩 주둔 영국군 부대 및 HSBC 은행 빌딩을 겨냥한다고 해석한다.

총독부는 살기를 막아야 한다는 풍수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중국은행타워 방향으로 버드나무를 심고 정원에 회전분수대를 만들었다. 버드나무는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긴다(以柔克剛·이유극강)’이고 회전분수대는 ‘때가 되어 운이 돌아온다(時來運轉·시래운전)’는 의미였다. 하지만, 살기가 너무 강했는지 버드나무도 나중에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HSBC 빌딩은 중앙은행타워보다 먼저 지어졌는데, 중앙은행타워 완공 후 실적이 나빠지자 풍수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했다. 그리하여 건물 옥상에 대포 모양의 큰 장식 2개를 설치했는데, 이를 ‘풍수포(風水砲)’라 한다. 높이 10여미터의 이 대포는 중국은행타워를 겨냥하는데 ‘공격해오는 칼날을 대포로 막는다(刀來炮往·도래포왕)’의 뜻이 담겼다. 풍수포 효과를 봤는지 그후 HSBC는 실적이 개선됐다고.

HSBC는 건물 옥상에 ‘풍수포’를 설치해 중국은행 타워의 ‘칼’에 맞대응했다. | 중국 인터넷

중국은행타워 옆에 나중에 생긴 씨티은행 빌딩에는 책장을 넘기는 모양의 구조물을 설치했는데, 열린 부위가 중국은행타워의 모서리와 대응한다. 이는 중국은행타워의 살기를 가로막는 의미가 있다.

이 외에도 1999년 완공된 홍콩 갑부 리카싱(李嘉誠) 회장의 청쿵(長江)그룹 본사 건물이 있다. 높이는 280여m의 이 건물은 중국은행타워의 칼날과 HSBC 은행 건물의 대포 사이에 네모난 방패 모양으로 세워졌으며 외벽은 방탄유리가 장착됐다.

가장 ‘계산적’인 금융기관들이 건물에 풍수를 따진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과거 오랜 기간 홍콩이라는 지역에서는 재운이 형통했다는 점이다. 풍수전문가들은 홍콩 빅토리아 항구는 바람과 파도가 잔잔하고 동서 양쪽 끝에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있어 홍콩을 천연의 ‘화수분(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 지세로 만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이러한 홍콩의 재물운도 또 다른 풍수대전으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추진하는 인공섬 건설 프로젝트 때문이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2018년 ‘란터우 투모로우 비전(明日大嶼願景·Lantau Tomorrow Vision)’이라는 인공섬 건설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홍콩섬 서쪽에 있는 란터우섬 동쪽 바다를 메워 1700ha(헥타르)의 인공섬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가운데 빨간 부분인 인공섬 건설 예정 지역 | Wikiwand
홍콩섬 사이완 지역 | 구글맵 캡처

홍콩에선 이 프로젝트에 대한 여론이 나쁘다. 풍수적으로 봤을 때 이 지역은 홍콩으로 재물이 들어오는 입구이므로 활짝 열릴수록 좋아서다. 유명 풍수전문가 ‘향산석양(香山夕陽)’은 홍콩섬 북서부 사이완(西环) 지역은 재물이 들어오는 ‘입수구(入水口)’이므로 개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홍콩 정치권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늦추려는 움직임이 있다.

강주아오대교는 홍콩 용맥 끊는 풍수진

현재 진행 중인 풍수대전은 란터우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홍콩-마카오-중국 주하이(珠海)를 연결하는 세계 최장 해상대교 강주아오(港珠澳)대교가 정식으로 개통됐다.

양뱡향 6차선 도로에 전체 길이 55km에 달하는 이 대교 건설에 들어간 비용만 890억 홍콩달러(약 13조원)이다. 홍콩 풍수업계에서는 이 대교가 중국 공산당이 홍콩을 억누르기 위해 세운 ‘풍수진(風水陣)’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강주아오대교에는 뱀 머리처럼 생긴 인공섬이 두 개 있는데, 풍수계에서는 홍콩에 해악을 끼친다고 분석한다. | AFP=Yonhapnews(연합뉴스)

풍수전문가들에 따르면 주장(珠江)은 광저우, 선전, 포산, 홍콩, 마카오 등의 수룡(水龍)을 모아 형성된 하늘로 통하는 거대한 용(通天巨龍)인데, 강주아오대교가 이 용맥을 끊어버리는 구실이라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강주아오대교가 주장의 용맥을 끊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용맥을 이끌어 홍콩을 더 번영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풍수전문가들은 이 주장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은 대교의 디자인 자체가 용이 아니라 두 마리 뱀이라고 한다. 홍콩의 지형은 마치 거북을 닮은 복지(福地)인데, 대교는 뱀을 이용해 거북을 이기(克)는 형국이라 홍콩에 재앙과 혼란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강주아오대교를 건설할 때 불운한 사고도 많았다. 대공사이니만큼 사고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웠겠지만 18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600명이 넘는다. 2018년 10월 23일 개통식 당일 홍콩 증시는 806포인트 하락했고 대륙 증시도 2600선이 무너졌다. 대교가 건설된 후 홍콩은 또 슈퍼 태풍 망쿳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홍콩 풍수전문가 왕팅즈(王亭之)에 따르면 더 심각한 것은 북서쪽이 홍콩의 발원지인데, 강주아오대교가 빅토리아항 입구를 절개하듯 가로지름으로써 홍콩에 매우 해롭다는 점이다.

강주아오대교 외에도 광선강(廣深港·광저우~선전~홍콩) 고속철의 남쪽 종착역인 홍콩 웨스트카우롱(西九龍)역 역시 풍수전문가들은 ‘웨스크카우롱 독사진(毒蛇陣)’이라 부른다.

이 역의 외관이 마치 홍콩식 묘지를 닮았는데, 기차역 맞은편이 손중산의 조각상이 있는 중산공원이다. 민주와 자유의 의미를 담은 이곳에 웨스트카우롱역이 나타나 ‘재수 없는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풍수학적 해석이 옳다고 볼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자유와 민주를 억누르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하고 있다는 추측은 홍콩인들에게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좌] 웨스트카오룽 역 [우] 홍콩 묘지 | 자료사진
8백여 년 전 송나라 때의 풍수대가 뢰포의(賴布衣)는 “홍콩 태평산 위에 돌거북이 한 마리 있는데, 매년 1미터씩 산 위에서 해면으로 기어가 돌거북이 바다로 떨어지는 날이 홍콩이 가라앉는(陸沉·육침) 때다”라고 예언을 남겼다.

1997년 홍콩 태평산 자락에 ‘홍콩컨벤션센터’가 완공됐는데, 그 모양이 꼭 거북이 같다. 이 컨벤션센터에서 홍콩 주권 이양식이 거행됐고 중국 공산당 치하의 대륙 매체들은 이를 ‘홍콩회귀(回歸)’라 불렀다. 그런데 귀(歸)는 거북(龜)과 발음이 같다. 뢰포의의 예언과 묘하게 일치한다.

육침은 오늘날 싱크홀 혹은 땅꺼짐 현상과 맞물린다. 실제로 지난 7월 홍콩 웨스트카우롱 지역을 시작해 홍콩 곳곳에서 싱크홀 현상이 나타났다.

풍수는 사람의 덕행과 깊은 관련이 있다

풍수전문가 향산석양은 중공이 홍콩의 풍수를 파괴하려 하지만, 사악의 힘은 하늘을 이길 수 없으니 결국은 중국 공산당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고대 예언서 ‘추배도(推背圖)’ 제43상(像)에는 “임금이되 임금이 아니고 신하되 신하가 아니며, 처음에는 곤란하고 위태롭지만 결국 극복하여 이기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君非君 臣非臣, 始艱危 終克定·군비군 시비신, 시간위 종각정)”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에 대해 한 연구자는 “앞문장은 중국의 일국양제를 가리키며, 뒷문장은 민주주의가 위기를 겪지만 결국 전제통치를 이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2018년 연말에 홍콩의 저명한 풍수명리학자 레이먼드 로(盧恒立)는 2019년 돼지해는 뱀해에 출생한 현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자와 맞지 않는다며, 그가 각종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언한 바 있다.

그러나 풍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사람의 덕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약 덕행이 뛰어나면 운세를 바꿀 수 있다. 반면 덕행이 나쁘거나 그 위치에 부합하지 못하면 좋은 풍수를 얻어도 일이 해결되지 않고 하늘에 의해 깨뜨려진다.

한 풍수전문가는 “임종을 맞이해서야 선심과 선행이 가장 좋은 풍수임을 알았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홍콩은 최근 큰 위험에 빠져 있다. 거대한 정권의 지도자로서 선심과 덕행을 몸소 실천해 민심을 살핀다면, 불리한 풍수를 극복하고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