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 가라앉자 돈 풀었다… 1월 융자규모 767조원 ‘사상 최고’

FAN YU
2019년 02월 25일 오후 4:59 업데이트: 2019년 10월 23일 오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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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유동성의 수문을 열었다.

지난 1월 중국의 은행 대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대출을 활성화하라는 최근의 ‘지시’가 광범위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게다가,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中國人民銀行)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1월  사회융자규모(社會融資規模)가 4조 6400억 위안(767조 원)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작년 12월 1조 5900억 위안(263조 원)의 3배에 가깝다. 중국의 사회융자규모는 그림자금융 및 자본시장 거래를 포함해 경제 전체의 융자금과 유동성을 측정하는 포괄적 지표다.

1월은 전통적으로 은행 대출이 늘어나는 달이지만, 연간 대출한도 재설정으로 인해 2019년 들어 지금까지의 대출액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렇게 해서 중국 공산정권은 2017년부터 해왔던 신용팽창에 대한 억제 노력을 완전히 포기했다. 중국 관료들은 중국 경제뉴스매체 차이신(財新)에 “신규 대출이 실질 경제 수요에 부합하고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융자총량의 증가가 중국 신용팽창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대출 증가의 영향을 지금껏 과소평가하고 있다.

중국 관료들은 부정하지만, 지금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중국은 2015년 이래 가장 공격적인 경기부양에 착수하면서 금융정책에서는 극도로 완화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1월 은행 대출은 3조 2300억 위안(534조 원)을 넘어서 200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차이신이 전했다.

2018년 말 중국 정부는 최근의 경제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몇 가지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1월 초 정책 입안자들은 국내 은행들의 대출, 특히 민간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50베이시스 포인트(50BPS, 0.5%포인트) 인하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1분기 경제성장을 위해 1월에 국내 채권 발행에 선제적으로 착수했다.

2019년의 음력설이 상대적으로 일찍 도래한 것도 2019년 1월 채권 발행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도취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될까? 시장은 아마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중국은 총부채가 GDP의 약 300%에 이르고 경제성장이 침체되면서, 중국 정권이 실제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었다. 신용(융자) 공여가 계속돼야 과다한 부채를 짊어진 수많은 중국 기업과 지방정부가 생존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당면한 채무의 만기연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의 신흥시장 전략가 조너선 가너는 2월 15일 고객에게 보낸 글에서 “이는 최근 몇 주간 시장이 할인 구간으로 이동하고 있음(즉, 긴축에서 완화로 바뀌는 중국의 익숙한 금융정책 경로)을 확인해 준다. 그리고 올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EPS(주당 순이익)가 강하게 증가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항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1년 만에 처음으로 올 1월 전년 동월 대비 성장세를 보인, 부외(簿外, 재무제표상에 나타나지 않는)의 그림자금융의 움직임이다. 그림자금융에 대한 지난 2년간의 차단 정책을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번복할지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지켜볼 또 다른 주제는 최근 중국 주식시장의 상승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월 1일부터 거의 9% 상승했는데, 좀 예상 밖이다. 하지만, 지난 후에 따져 보니 이유 있는 상승이었다.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확대하는 것에서부터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긍정적 전망 제시에 이르기까지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관리해 왔다.

올해 중국 금융시장은 세계무대에 중대한 첫선을 보인다. 주요 주가지수 2곳에서 널리 이용되는 벤치마크에 중국의 A-주들을 포함하기 시작할 것이다. FTSE 러셀은 중국 A-주를 자신의 신흥시장지수에 포함하고, MSCI는 중국 A-주가 차지하는 비중을 20%로 늘릴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1월 중국 정부와 은행이 발행한 위안화표시채권을 블룸버그 바클리즈 글로벌지수(채권 수익에 대한 주요 지표 중 하나)에 포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조치는 해당 벤치마크를 참조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에게 중국 주식과 채권을 사도록 유도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당국은 국내 증시 부양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할 수 없는 경기 둔화?

그러나 경기 둔화가 심화할 조짐이 있으므로 중국이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공격적으로 통화 완화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월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는 0.1% 상승에 그쳤다. 12월의 0.9%에 비해 감소한 이 수치는 디플레이션 범주를 간신히 웃도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는 1월에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에 그쳐 여론 예상치 1.9%를 밑돌았다. 두 지표 모두 시장 전체 수요가 견고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은행에 대한 대출 압력을 지속하기 위해 금융당국을 동원해 왔고, 최근에는 은행감독기관인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中國銀行保險監督管理委員會)’에 “은행의 무수익여신(부실대출)에 좀 더 관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수요 둔화와 높은 부채 부담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 그리고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결과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중국 경제에는 훨씬 더 심대한 악영향이 미칠 것이다.

“아시아 시장에 단기적인 자금 유입은 있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결국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개선 없이는 어떤 기술적 반등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중국 주식 전략책임자 데이비드 추이는 2월 14일 블룸버그 뉴스를 통해 밝혔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통화 완화정책은 중국의 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확립된 경제모형에 대한 중국의 저항이 마냥 지속될 수는 없는 것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아빈드 수브라마니안 선임연구원은 뉴스 분석 웹사이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2월 5일 자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통화 완화정책은) 중국의 부채와 과잉 투자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중국이 거시경제학, 지정학, 개발경제학의 ‘법칙’에 계속 저항한다면 반드시 되돌아가야 하는 정상 상태, 그 시기를 재촉할 뿐이다. 세상은 그런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