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IT업계, ‘ZTE 제재’ 이후 반도체칩 공급 부족 ‘심각’

2018년 07월 02일 오후 3:38 업데이트: 2019년 12월 02일 오후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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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신 공룡기업 ZTE가 미 정부로부터 미국산 IT 부품 매입 제한조치 해제 결정을 기다리면서, 현재 중국 반도체 산업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중국 언론계의 저명인사이자 경제전문지 제일재경(第一財經)의 전 편집장 친숴(秦朔)는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위챗(Wechat)’에 새로운 계정으로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친의 글은 중국이 전 세계에서 반도체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국가이며, 중국 반도체 업계는 중국에서 소비되는 반도체의 10%도 생산해내지 못한다는 제목 만으로도 큰 주목을 끌었다.

실리콘 반도체 기판(웨이퍼)을 집적회로(IC)로 전환하면, 평면 TV에서 스마트폰까지 모든 IT 장비의 전원을 담당하는 반도체 칩이 탄생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하이테크 공정이 필요하다. 즉, 인텔, 삼성, 대만 지티뎬루(積體電路·TSMC) 등 테크 공룡들의 기업 기밀 기술 수준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과도한 수입 의존

지난 6월 8일, 무역단체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진 전 편집장의 주장을 확인했다. 중국에서 사용되는 반도체칩 중 92% 이상이 해외에서 제조되고 있다.

또한, CSIA는 2017년 중국의 반도체칩 수입액은 2601억 4000만 달러인 반면, 수출액은 668억 8천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 즉, IT 장비 제조에 필요한 부품 수급 시, 중국은 해외 공급업체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제재 조치가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ZTE는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1억 4000만 달러 규모의 엄청난 비용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작년 이란 수출 제한 조치 위반으로 지불한 벌금 8억 9200만 달러까지 고려할 경우, 총 벌금액은 ZTE의 2017년 당기 순이익의 3배에 이른다.

2007년 10월 23일, 서울 소재 뉴스 컨퍼런스 센터에서 삼성전자 직원이 세계 최초 30nm 64기가 낸드 플래쉬 메모리 장치를 발표하고 있다. | Kim Jae-hwan/AFP/Getty Images

또한, 해당 게시물은 중국 반도체 업계가 회로 내 핵심 부품을 설계 및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스마트폰, PC 등 여러 IT 장비의 반도체 빌딩 블록인 디램(DRAM)과 낸드 플래쉬(NAND Flash) 시장에 발도 붙이지 못하고 있다. 즉, 중국은 필요한 모든 디램과 낸드플래시를 전부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다.

끝으로, 해당 게시물은 IT산업 시장조사회사 가트너(Gartner)가 2017년에 지정한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에 중국 기업의 이름이 오르지 못한 점을 꼬집었다. 대만 시장조사회사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반도체기업 중 하나인 중신국제(中芯國際 SMIC)는 2017년 전 세계 반도체기업 5위(총수입 기준)를 차지했다. 하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SMIC는 타 기업에서 설계한 반도체칩을 제조만 할 뿐 자체 설계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中 반도체 산업 내 문제점

친 전 편집장에 따르면, SMIC는 28나노미터 노드 기술(칩의 크기를 줄이고, 성능을 높이는 제조 기술)의 수율을 개선시키고 있다.  SMIC가 28nm 다음 세대인 14nm 기술 돌파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2009년 10월 29일, 타이페이에서 개최된 3/4분기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TSMC 전(前) 회장 모리스 창(Morris Chang)이 참석해, 발표를 듣고 있다. | Sam Yeh/AFP/Getty Images

그러나, 지난 6월 21일 대만 온라인 매체 이코노믹데일리뉴스(Economic Daily News)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 일류 집적회로(IC) 파운드리인 대만 TSMC는 이미 7nm 기술 공정 개발에 착수해, 현재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심지어, 업계는 TSMC가 5nm 기술에 25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2018년말~2019년초까지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또한, 중국의 반도체 산업 분야 인재부족은 매년 더 심각해지고 있다. 2016~2017년 중국 집적회로(IC)산업 전문가 백서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친 전 편집장은 중국이 이미 3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원활하게 이끌어나가기 위해선 추가 인력 40만 명 이상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친 전 편집장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 시 중국은 집적회로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전문가의 숫자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국과학원(中國科學院)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연구소 소속 우전화 연구원이 지난 5월 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최고 명문대 중 극소수만이 우수 마이크로일레트로닉 연구원을 위한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ZTE로 불거진 중국 IT기업의 민낯

이란 제재조치 위반이 적발된 후 트럼프 행정부가 집행한 ZTE 제재는 중국이 앞으로도 우수 반도체 기업을 한 곳도 조성하지 못할 경우, 외국 공급업체 단절 시 발생할 위기 상황의 일부분일 뿐이다.

지난 4월 제재조치가 발효된 지 수주 만에, ZTE는 주요 사업분야의 운영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5월 28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도 과학자 및 엔지니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자주적인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2018년 5월 3일, 상하이 시내 한 사무용 건물에 부착된 ZTE 로고 | Johannes Eisele/AFP/Getty Images

트럼프 행정부와  ZTE가 합의한 제재 해제를 위한 거래 (미 정부가 선정한 전담팀의 감시감독 하에서, 벌금 14억 달러 납부 뿐만 아니라 향후 위반 예방을 위해 에스크로 계정에 추가 4억 달러 입금 시 제재 조치를 해제)가 6월 19일 미(美) 상원이 거래 성사를 막는 입법조치를 통과시킴으로써 임시 중지 상태다.하지만, 지난 6월 26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 마크 워너(Mark Warner) 민주당 상원의원과 동 위원회 소속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이번 ZTE 제재조치 해제가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론적으로 공개기업이기는 하지만, ZTE는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고 있다. 즉, 결국에 ZTE는 자사 주주가 아니라 중국공산당과 중국 당국에 충성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중국공산당이 자국 민간 반도체 기업들에게 자금을 직접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국내 집적회로(IC) 산업은 올바르게 뿌리내리지 못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부과를 통해 중국의 시장 조작 행위를 엄단하려 하고 있다.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연구소 소속 우 연구원에 따르면, 고성능 칩 생산용 고급 장비 부족도 중국 집적회로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다.

지난 5월 8일 중국 국영언론인 시나 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ZTE 제재조치를 발표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4월, SMIC가 중국공산당으로 재정지원을 받아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로부터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1억 2640만 달러에 인수했다.

미(美) 비즈니스 기술 뉴스 웹사이트 지디넷(ZDNet)에 따르면, 일본 기업 니콘(Nikon)이 생산하고 있는 유사 제품 외에도, SMIC가 지난 4월 인수한 EUV 장비는 7nm 노드 기술 핵심 장비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