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WTO 규정 남용해 해외 IT 기업 제한

2015년 07월 15일 오후 6:21 업데이트: 2019년 11월 09일 오후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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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은 최근, 자국 기업을 지원해주면서 동시에 수입은 선택적으로 제재하는 새로운 법을 제정했다. 중국은 세계 무역의 허점을 이용한 이 규정으로 미국 기술기업을 중국 밖으로 몰아낼 수 있었다. 해당 안건은 새로운 ‘국가안보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중국의 허울뿐인 입법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전국인민대표대회는 해저, 극지방, 우주에 대한 군사적 이익뿐만 아니라 중국 사회의 거의 전 분야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해외 IT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조항이었다. 이 조항은 중국의 모든 주요 네트워크 인프라와 정보시스템이 ‘안전하고 통제 가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새로운 규정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은 중국 정부가 기업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 코드와 암호화 키까지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미·중 경제·안보 검토위원회(UCESRC)가 밝혔다. 워싱턴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 정보통신혁신재단의 로버트 앳킨슨씨 회장은 “중국의 목표는 확실한 듯하다”고 말했다.

“외국 IT기술을 자국 IT기술로 전면 대체하려는 것이다.”

앳킨슨 회장은 이 자국 IT 기술이라는 것이 반도체 설계 및 생산에서부터 서버, 소프트웨어, 인터넷 인프라에 이르는 기술 시장 전 분야를 아우를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사각지대

이 모든 것은 중국 정부가 보호주의에 관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서 허점을 찾아냈기에 가능했다. 보호주의는 한 국가가 외국 경쟁기업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수단을 뜻한다. WTO는 이를 금지하고 있으나, 여기에는 ‘특정 해외기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경우 해당 수입품을 금지할 수 있다’는 결정적인 예외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앳킨슨 회장은 “기본적으로 WTO는 자유무역을 위해 해외 기업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여러 규정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수입품으로 인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발생한다고 판단될 경우, WTO 규정의 예외가 된다”고 밝혔다.

사실 해당 규정들이 널리 쓰일 것이라고 예상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앳킨슨 회장이 언급한 대로, 중국 정부는 WTO 규정 및 조항의 실질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지금 중국의 행동 중 WTO 규정에 위반되는 것은 전혀 없다.

국내 생산

중국 정권은 그동안 자국 기업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해외 IT 기업을 몰아내고자 힘써왔다. 이에 따라 정부 기관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시스코 제품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중국의 국가 운영 체제 하에서는 공기업이 중국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앳킨슨 회장은 “중국은 사실상 자국 기업으로 자급자족하는 폐쇄 회로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며, “국가보안법 중 보안 관련 조항은 중국 정부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국내에서 첨단기술 경제 체제를 마련하려는 계획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으로부터 제품 디자인 및 거래 기밀을 해킹하는 군사 해커 시스템에도 혈안이 되어 있다. 이 중 일부는 벌써 수년간 진행되고 있다. 그 예로 중국 정부는 2006년에 국가과학기술발전을 위한 중·장기계획을 시행했다.

“이 계획에서는 중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중국 기업에 기술을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앳킨슨 회장은 말했다.

현재 중국에는 이와 목적이 비슷한 863 프로젝트와 화지 계획 등 기존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새로운 국가보안법의 등장으로 이 체계가 탄탄해지고 있으며, 현재 이와 유사한 법안 두 건이 현재 심의를 거치고 있고 곧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는 외국 비정부기구를 공안부 통제 하에 둔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이와 비슷한 계획으로 외국 기업을 규제하는 시행하는 ‘테러방지 법’이다.

앳킨슨 회장은 “이 상황의 끝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최종 목표는 자국 기업이 중국 내 기술 생태계를 좌우하고,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다.

무역 전쟁

‘Death by China’의 공동저자이자 미국의 번영을 위한 연합(Coalition for a Prosperous America)의 선임 경제학자인 그렉 오트리씨는 중국의 새로운 국가보안법이 전 세계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트리씨는, “중국의 국가보안법은 무역량을 감소시킬 것이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중에서도 미국 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중국 공산당이 국가보안 위협대상으로 미국 기업을 꼽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많은 기업은 ‘새로운 법에 수긍하는가 아니면 중국시장을 떠나는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미국 기업들에는 안타까운 일이나, 미국 기업이 이 문제에 대해 손쓸 방법은 거의 없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도, 비록 그 규모가 작더라도 WTO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외국 기업의 진입을 제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오트리 씨는 미국이 중국 통신사 화웨이와 ZTE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국가보안위협을 그 근거로 이용해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미국은 그동안 안보위협을 핑계 삼아 이와 비슷하게 중국의 회사 인수를 방해해왔다.

중국 산업 내에 정당의 통제가 투명하지 못한 탓에 이런 미국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국가 안보국 산하 미국 감시 프로그램에서 유출된 정보 덕분에 중국 정권에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누구나 하는 행동이다. 다만, 중국은 훨씬 더 전략적으로 할 뿐이다.”라고 오트리씨가 말했다.

중국 기업들이 새로운 규정에 힘입어 국제 시장에서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지만, 이러한 폐쇄적 시스템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결국 중국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새로운 규정은 일당 독재가 안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트리씨는 중국의 보안법을 보면 중국 스스로 자국의 보안 규정이 부실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알 수 있고, 경제법을 보면 ‘중국 경제가 정부에서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부실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트리씨는 국가보안법이 중국의 부실함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오히려 ‘마르크스주의로 퇴보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