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11월 11일 11시, 부산을 향해 묵념을”

국가보훈부, 제19회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 거행

2025년 11월 11일 오후 10:16
11월 11일 오전 10시 50분, 국가보훈부(장관 권오을)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제19회 유엔 한국전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을 거행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11월 11일 오전 10시 50분, 국가보훈부(장관 권오을)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제19회 유엔 한국전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을 거행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11월 11일 오전 10시 50분, 국가보훈부(장관 권오을)는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제19회 유엔 한국전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을 거행했다. 이번 행사는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유엔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그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자리다.

유엔기념공원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엔이 공식 지정한 묘지로,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22개국의 전사자들이 잠들어 있다.

이 날의 추모행사는 2007년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코트니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코트니는 세계 각국이 특정 시각에 부산을 향해 1분간 묵념함으로써 유엔군 전몰 장병들에게 경의를 표하자고 제안했고, 이는 해마다 이어져 전 세계적 추모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정부는 2020년 3월 「유엔 한국전 참전용사 예우 및 기념에 관한 법률」을 제정, 매년 11월 11일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Turn Toward Busan” 자유의 땅을 향한 세계의 경의

올해 기념식의 표어는 ‘Turn Toward Busan(부산을 향하여)’. 이는 전 세계가 함께 자유의 도시 부산을 향해 경의를 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14개 참전국의 참전용사와 유가족, 주한 외교단, 유엔 장교, 한국전 참전용사, 학생 대표 등 약 800명이 참석했다.

행사에 앞서 부경대학교 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111위 참전용사의 이름을 한 사람씩 호명하며 ‘유엔 참전용사 호명식’을 진행했다.

오전 10시 50분, 부경대 학생들과 한국군 장병들이 함께 태극기와 유엔기, 22개 참전국 국기를 게양하며 연대와 명예의 뜻을 표했다.

이어 국기에 대한 맹세와 애국가 제창이 이어졌고, 개막 영상에서는 유엔 참전용사들의 증언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오늘의 자유대한을 조명했다.

오전 11시 정각, 부산 전역에는 사이렌이 울리며 1분간 묵념이 진행됐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오전 11시 정각, 부산 전역에는 사이렌이 울리며 1분간 묵념이 진행됐다. 묵념과 함께 최고 군사적 예우를 뜻하는 21발의 예포가 울려 퍼졌다.

추모식이 끝난 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박형준 부산시장, 참전국 대표단, 시민 대표가 차례로 헌화했다. 헌화용 화환은 국화와 22송이 양귀비, 그리고 올리브잎으로 장식돼 애도와 평화를 상징했다.

이후 유엔군 사령관의 추도사가 낭독됐고, 유엔 참전용사 후손, 국방부 전통악대, 유엔평화기념관 소년합창단이 함께 헌정 공연을 펼쳤다.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와 ‘As a Legend(전설처럼)’가 울려 퍼지며, 유엔군의 희생이 영원히 기억될 것임을 전했다.

“70년을 넘어선 감사의 여정” 참전용사 한국 재방문 프로그램

국가보훈부는 국제추모의 날을 맞아 11월 8일부터 13일까지 ‘참전용사 한국 재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는 14개 참전국에서 총 80명이 초청됐으며, 이 중 참전용사 13명, 유가족 41명, 전사자·실종자 유족 26명이 포함됐다.

올해 국제추모의 날을 맞 행사에 참여한 외국 참전용사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최고령 참가자는 100세의 루이스 A. 가르시아 벨란디아 전 콜롬비아 육군 병사로, 경기도 연천군 노적산 전투에 참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91세 빌럼 프레데릭 판 스트라렌 전 네덜란드 해군 참전용사는 “그 기억은 한순간도 내 마음을 떠난 적이 없다”며 72년 만의 방한 소감을 밝혔다.

벨기에의 미셸 에메 드몰은 1953년 자곡 전투에서 전사한 형 오스카 드몰을 대신해 참석했다.

영국 대표 제인 M. 파크(78세)는 임진강 전투에서 전사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부친 윌리엄 로리머 하사를 대신해 헌화했다.

터키에서는 전사자 유족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오스만 코슈쿤 중사의 딸은 “언젠가 아버지의 유해를 부산에 모시고 싶다”고 밝혔고, 이브라힘 카라테킨 일병의 아들은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이곳에 올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방한 기간 중 대표단은 전쟁기념관 헌화, 인사동 문화 체험, 한복 착용, 유엔 참전용사 헌정 콘서트 ‘HEROES(영웅들)’ 등에 참여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유엔의 깃발 아래 하나가 되었던 참전영웅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은 미래 세대의 역사 속에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정부는 그 유족들께도 보답할 수 있는 국제보훈사업을 확대하고, 참전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11월 11일 부산 유엔추모공원 일각. | 한기민/에포크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