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황금연휴 때 자국 여행 몰려…씀씀이는 3년 만에 최저

작년보다 하루 더 긴 ‘9일’ 연휴에도 ‘절약 여행’ 확산
‘텐트족’ 급증, 유료 관광지 기피…소비 위축 여전
중국의 황금연휴 기간 국내 여행은 급증했지만, 관광객들의 1인당 지출은 오히려 줄어들며 중국 소비 부진의 단면을 드러냈다.
올해 중국 정부는 1일 중국공산당 정권 수립 기념일과 중추절 연휴를 묶어 9일을 공식 휴무일로 지정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하루 더 긴 일정으로, 관광과 소비 촉진을 노린 결정이었지만 기대와 달리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문화관광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 국내 여행객 수는 8억 880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억 2300만 명 늘었다. 여행 지출 총액도 8090억 6000만 위안으로 전년보다 1081억 8900만 위안 증가했다.
하지만 1인당 여행 지출액으로 보면 1000위안(약 19만 원)에 못 미치며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행 수요는 다소 회복됐지만, 경제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주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황금연휴 기간 1인당 평균 지출은 911위안(약 18만 2300원)으로 전년 대비 0.55%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2년 코로나19 봉쇄 기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당시에는 도시 봉쇄로 여행이 사실상 중단돼 인당 지출이 680위안(약 13만 6500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용 불안 등 구조적 요인이 지속되면서 중국 내 소비 수요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연휴 기간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주요 관광지에서 숙박비를 아끼려 텐트를 치고 노숙하는 여행객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베이징, 저장성, 광둥성, 푸젠성 등 주요 도시 쇼핑몰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중국 전문 매체 칸중궈(看中國)에 따르면, 중국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후난성 장자제(張家界·장가계)의 한 민박업주는 “3성급 호텔 숙박비는 1박에 500~800위안(약 10만원~16만원)으로 성수기를 맞아 호텔과 민박 요금이 평상시보다 2배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관광객수는 예년과 비슷하지만,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황금연휴에 관광객이 텐트를 들고 오거나 캠핑카를 끌고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매출 급감을 호소했다.
우한의 한 과일가게 상인도 “매년 연휴 초반에는 매출이 급등했는데, 올해는 첫날부터 손님이 거의 없었다”며 “다들 여행지에 와서 돈을 쓰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휴가철마다 되풀이되는 ‘바가지 요금’에 대한 피로감도 알뜰 여행 트렌드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중국 청년 세대는 유료 관광지를 피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사진만 찍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등 가성비와 체험을 중시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사치스러운 여행은 금방 잊혀지지만 가난한 여행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며 알뜰 여행을 옹호한 글이 많은 이용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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