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좋아한다면서 정작 도망치는 당신, 혹시 ‘섭공’?

2025년 09월 28일 오전 6:41
섭공은 용을 좋아하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진짜 용이 그의 앞에 나타나자, 혼비백산해 도망쳤다. Catherine Chang │ Epoch Times섭공은 용을 좋아하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진짜 용이 그의 앞에 나타나자, 혼비백산해 도망쳤다. Catherine Chang │ Epoch Times

기원전 770~476년 춘추시대, 초나라에 심제량(沈諸梁)이라는 관리가 살았다. 그는 한때 허난성 섭현(葉縣) 지역을 다스렸기에 섭공(葉公)이라 불렸다.

*편집자주 : 섭공(葉公) 한국에선 엽공으로 읽고 쓰기도 하지만,  독음은  뜻할 때는  지명이나 인명으로 쓰일 때는 으로 읽는 게 원칙이다.

섭공은 용을 좋아하기로 유명했다. 그는 용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집 안 거의 모든 곳에 용을 그리거나 조각해 놓았다. 벽과 문, 창문, 들보, 기둥 등 집 안 곳곳에 용이 새겨져 있었다.

그의 옷에도 용이 수놓아져 있었고, 사람들에게 용이야말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

하늘에 있던 용 한 마리가 섭공의 열정을 전해 듣고 깊이 감동했다. 그 용은 섭공을 찾아가서 감사의 뜻을 전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용이 섭공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섭공은 그 압도적인 모습에 혼비백산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며 두려움에 떨었다.

용은 이를 매우 이상하게 여기며 물었다. “당신이 용을 가장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나를 보고 이렇게 무서워할 수 있습니까?”

섭공이 대답했다. “나는 용 그림만 좋아할 뿐, 당신을 직접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그러고는 최대한 빨리 집 밖으로 도망쳤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섭공이 진짜 용이 아닌, 용의 그림이나 조각품만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전한시대(기원전 206년~기원후 8년) 문인 유향이 편집한 ‘신서(新序)’에 수록돼 있다.

이 이야기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바로 ‘섭공호룡(葉公好龍)’이다. 글자 그대로는 ‘섭공이 용을 좋아한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두려워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즉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 행동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쓰인다.

2천 년 전 섭공을 보는 듯한 오늘날

섭공호룡이라는 2천 년 전 고사가 오늘날에도 생생한 교훈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상시 ‘서민을 위한 정치’, ‘개혁’, ‘변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진짜 변화나 개혁이 필요한 순간에는 기존 기득권과 타협하거나 뒷걸음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섭공과 겹쳐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선거철이면 ‘국민과 함께하겠다’며 전통시장을 누비고 서민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지만, 정작 당선 후에는 국민들과 멀어지는 모습 또한 마찬가지다.

용 그림은 좋아했지만 진짜 용을 보고는 도망친 섭공처럼, 구호와 슬로건은 좋아하면서도 그것이 요구하는 진짜 변화와 희생 앞에서는 주저하는 것이 아닐까.

고대 중국의 섭공이 용 장식품으로 집을 꾸몄듯이, 오늘날의 일부 정치인들도 아름다운 공약과 수사로 자신을 포장하지만, 정작 그 실체와 마주할 용기는 부족해 보인다.

진정한 리더라면 자신이 추구한다고 말하는 가치와 직면했을 때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참고: 유향(기원전 77년~기원전 6년)은 전한시대의 학자이자 작가였다. 그의 학문적 전문 분야는 역사, 문헌학, 천문학 등 다방면에 걸쳐 있었다. 그는 특히 방대한 황실 도서관의 목록을 작성하고 편집하는 서지학적 연구로 잘 알려져 있다.

*이혜영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