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과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

뇌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정원에 물을 뿌리듯 끊임없는 혈류 공급이 필요하다.
그러나 혈압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혈관이 손상될 수 있으며, 이는 마치 관개 시스템에 과도한 압력이 걸려 식물이 해를 입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손상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다행히도 연구에 따르면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혈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면 뇌와 기억력을 보호할 수 있다.
혈압과 뇌 건강의 연관성
수축기 혈압이 높을수록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8~11% 증가한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박동할 때의 혈압을 측정하고, 반대로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박동 사이에 쉴 때의 혈압을 측정한다. 예를 들어 120/80의 혈압 수치에서 120은 수축기 혈압, 80은 이완기 혈압이다.
특히 고혈압을 방치할 경우 치매 발병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건강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36% 증가했으며, 고혈압 치료를 받은 환자와 비교했을 때는 42% 더 높았다.
고혈압은 뇌 위축과 혈관 손상을 유발해 혈류를 감소시키고, 이로 인해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뇌 변화가 촉진된다. 또한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되는데, 이 단백질은 뇌세포 간 신호 전달을 방해하며 알츠하이머 진행을 가속화한다.
고혈압은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혈관성 치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치매 증상을 보이는 환자라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원인으로 꼽힌다.
작은 변화, 큰 효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는 고령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 다만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장비로 정기적인 혈압 측정이 필요하다.
치료 후에도 혈압이 높게 유지된다면 복용 중인 약물이 적절한지, 용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혹은 다른 약물 조합이 더 나은지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생활습관 변화 역시 큰 차이를 만든다. 스토니브룩대학교 뇌 노화 전문가 릴리안 무지카-파로디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지 저하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라, 조기 개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영양학자인 멜리사 무로즈-플라넬스는 다음 세 가지 생활습관 변화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과일·채소·통곡물이 풍부한 식단 유지
• 규칙적인 신체 활동
• 명상이나 심호흡 같은 방법으로 스트레스 관리
그는 “이러한 변화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심장 건강을 지키고 장기적으로 혈압을 개선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많이 연구된 혈압 관리 방법 중 하나는 고혈압 예방을 위한 식이요법(DASH 식단)이다. 이 식단은 가공식품과 당분이 많은 음료,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통곡물·과일·채소·저지방유제품·살코기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DASH-나트륨(DASH-Sodium) 임상시험에서는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게 ▲일반적인 미국식 식단 ▲나트륨을 많이 포함한 DASH 식단 ▲나트륨을 줄인 DASH 식단을 따르도록 했다.
연구 결과, DASH 식단 자체만으로도 혈압 감소 효과가 있었지만, 나트륨을 줄인 DASH 식단은 훨씬 더 큰 효과를 보였다.
나트륨을 적게 섭취한 DASH 그룹은 고혈압이 없는 사람의 경우 수축기 혈압이 평균 7.1mmHg 낮아졌고, 고혈압 환자의 경우 평균 11.5mmHg나 감소했다.
또한 DASH 식단은 단순히 혈압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뇌 기능 개선 및 알츠하이머병 위험 감소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혈압을 낮추는 강력한 수단으로 꼽힌다. 연구에 따르면, 4주에서 12주간 유산소 운동을 지속할 경우 수축기 혈압은 평균 15mmHg, 이완기 혈압은 최대 9mmHg까지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스트레스 또한 혈압과 심장 박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평균 1.54mmHg, 이완기 혈압은 0.79mmHg, 심박수는 분당 1.53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적인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평상시 혈압과 심박수도 상승하며, 장기적인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뇌 기능에 악영향을 미쳐 경도인지장애나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심호흡(횡격막 호흡)이다. 관련 연구 결과, 이 호흡법은 혈압과 심박수를 낮추고, 이완과 불안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루 두 차례, 10분 동안 분당 약 6회(분당 10회 미만) 호흡을 4주간 꾸준히 실시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었다.
영양학자 멜리사 무로즈-플라넬스는 “작은 변화도 큰 차이를 만든다”며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실천이고, 일찍 시작할수록 뇌를 보호하고 알츠하이머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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