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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음악, 혈압 조절에 도움 줄 수 있다

2025년 09월 09일 오후 8:24
일러스트 에포크타임스 | 셔터스톡일러스트 에포크타임스 | 셔터스톡

우리는 모두 음악을 사랑한다. 음악은 우리를 편안하게 하거나 좋은 리듬으로 춤추게 하기도 한다. 특히 고전 음악은 기분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효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아가, 음악은 정신적 웰빙을 넘어 신체 건강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혈압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서 그 의미는 크다.

새 연구는 특정 유형의 고전 음악이 혈압에 영향을 미쳐 신체가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9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음악의 소리 크기와 구절 구조가 예측 가능할수록 혈압이 음악과 더 밀접하게 동기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2025년 유럽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됐으며, 음악이 개인 맞춤형 심혈관 치료법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음악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

킹스칼리지 런던의 일레인 츄(Elaine Chew) 공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9가지 피아노 연주를 듣는 동안 혈압을 계속 측정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42세였으며, 여성 60명과 남성 32명이 참여했다.

컴퓨터 분석 결과, 음악의 템포와 음량 변화가 예측 가능한 구절 패턴을 만들어냈고, 이때 혈압이 음악 흐름에 발맞추듯 함께 움직이는 현상이 관찰됐다. 특히 주목받은 곡은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리스트가 편곡한 버전을 해럴드 바우어가 연주한 곡에서 이러한 특징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곡은 구절 구조가 매우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츄 교수는 “예측 가능한 음악 구절일수록 심혈 관계를 조절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 원리는 ‘동조(entrainment)’라고 불리는데, 몸이 외부 리듬에 맞춰 스스로의 리듬 ─ 예를 들어 심장 박동이나 혈압 ─ 을 조정하는 성질을 뜻한다. 연구에서는 혈압이 템포 변화보다는 음량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구절이 예측 가능해질수록 청취자는 변화를 더 잘 예상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더 강한 동기화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반응이 혈압을 더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츄 교수와 연구팀은 고전 피아노곡을 사용했는데, 이는 다양한 변화를 통제하기 쉽고 또 실제 연주회에서 경험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진은 명확한 구절 구조가 드러나는 음악이라면 어뗜 장르에도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음악이 약이 되는 과학

음악은 뇌 속 보상 회로를 자극하는데, 이는 음악이 강력한 생리적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츄 교수는 “인류는 문화와 시대를 초월해 늘 음악에 맞춰 움직여 왔다”며 외부 리듬에 몸을 맞추는 것이 생물학적·사회적 이점을 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연구 성과를 확장한 것이다. 과거에도 호흡이나 심장 박동이 음악의 구절 구조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특히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패턴일수록 이런 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지구 이동 거리(Earth Mover’s Distance)’라는 통계 기법을 활용했다. 참가자들의 혈압 패턴이 실제로 들은 음악의 구조와 얼마나 잘 겹치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음악이 심혈관 건강 관리에 있어 약물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츄 교수는 이번 연구가 특정한 생리적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맞춤형 음악 치료’의 가능성을 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장기적으로 음악을 활용해 심장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추거나, 심지어 멈추거나 되돌리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음악으로 고혈압 치료를 기대하는 심장 전문의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뉴욕 노스웰 헬스 여성 심장 프로그램을 이끄는 심장 전문의  파리크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환자들이 혈압을 조절할 수 있도록 음악을 제공할 수 있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많은 환자가 고혈압을 위한 이런 비약물적 방법을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임상 현장에서 활용하려면 의료진이 이동형 혈압계와 기록지를 통해 환자의 혈압을 세심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약물 용량을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리크 박사는 이번 연구의 강점이 단순히 ‘음악’ 일반이 아니라, 구체적인 음악 작품을 대상으로 효과를 검증한 데 있다고 강조했다. 예측 가능한 구절 구조와 적절한 음량을 가진 음악이라면 고혈압 치료에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리크 박사는 “환자들에게 음악을 고혈압 치료제로 처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