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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 자녀 자폐증·ADHD 위험 높일 수 있어”…연구 결과

2025년 08월 28일 오후 7:18
2015년 2월 13일 미국 메릴랜드주 휘턴의 세이프웨이 매장에 진열된 타이레놀 브랜드 진통제. ⎢ Gary Cameron/Reuters2015년 2월 13일 미국 메릴랜드주 휘턴의 세이프웨이 매장에 진열된 타이레놀 브랜드 진통제. ⎢ Gary Cameron/Reuters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발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레놀 등 다양한 브랜드로 판매되는 아세트아미노펜은 발열, 두통 및 기타 통증을 관리하기 위해 임신부가 사용하기에 가장 안전한 진통제로 여겨져 왔다.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를 ‘파라세타몰(paracetamol)’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8월 초 발표된 연구에서 하버드대학 안드레아 바카렐리 연구팀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된 자녀는 자폐증과 ADHD를 포함한 신경발달장애(NDD) 발병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고 8월 20일(이하 현지시간) 대학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연구팀은 10만 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46건의 아세트아미노펜 관련 연구 결과를 분석하며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 ADHD 등 신경발달장애 사이의 가능한 연관성을 검토했다.

연구 결론에 따르면 분석 결과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노출이 ADHD 및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같은 신경발달장애의 위험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시킨다고 보고한 연구들과, 이러한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한 소수의 연구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앞서 8월 13일 ‘BMC 환경보건(BMC Environmental Health)’ 저널에 게재됐으며,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증이나 ADHD를 직접 유발한다는 것을 입증하진 않았으나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임신부에게 이 진통제를 투여할 때의 현재 임상 지침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마운트사이나이 이칸 의과대학(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의 디디에 프라다 조교수는 성명에서 “이번 연구 결과, 질이 높은 연구일수록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노출과 자폐증 및 ADHD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약물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험이 조금만 증가해도 공중보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라다 조교수는 “임신부가 의사와 상의하지 않고 약물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치료받지 않은 통증이나 발열도 태아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의료진과 가장 안전한 접근 방법을 논의하고, 가능한 경우 비약물적 대안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문은 아세트아미노펜과 관련한 기존 연구 결과들을 더한 자료로 평가된다. 2019년 발표된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이 제대혈 샘플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출생 시 아세트아미노펜 노출량이 가장 높은 신생아가 성장 과정에서 ADHD 또는 자폐증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관성을 발견했다.

당시 대학 측은 “최소 수준의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된 아동과 비교할 때, 노출이 가장 높은 아동은 두 가지 신경학적 질환 중 하나로 진단될 가능성이 대략 세 배 더 높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 위험 증가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1995년부터 2019년 사이에 태어난 스웨덴 어린이 250만 명을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이전 분석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과 신경발달장애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 결과를 왜곡했을 수 있는 다른 잠재적 요인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또는 ADHD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 연구 결과는 그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약물을 제조하는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을 촉발해 왔다. 2023년 한 판사는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을 대상으로 한 수백 건의 소송을 사실상 종결하는 판결을 내렸다.

맨해튼 연방지방법원 디니즈 코트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 측 전문가들이 채택한 비체계적 접근 방식은 사례를 선택적으로 활용하게 하고, 결과 중심의 분석을 가능하게 하며, 기초 데이터에 내재된 복잡성, 불일치, 약점을 은폐했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자사 웹사이트에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의 안전성을 의문시하는 연구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FDA는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임신 중 진통제 사용은 신중히 고려돼야 한다. 임신부는 약물을 사용하기 전 반드시 모든 약물에 대해 의료 전문가와 상의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