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주거 사다리 무너지나…6·27 부동산 대책 허점과 과제는?
에포크미디어코리아&한반도선진화재단 프리미엄

6·27 부동산 대책의 허점과 주거안정의 본질적 과제는?
답변_정수연 한반도선진화재단 부동산정책연구회장
중앙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부동산경제학‧부동산대량감정평가‧부동산계량경제학 분야를 연구하며 국립제주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한국감정평가학회 명예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새 정부가 지난 6월 27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핵심 내용을 설명해 주세요.
“6·27 대책의 핵심은 대출 규제입니다. 대책이 발표된 이유는 4월부터 주택거래량 증가로 수도권 중심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가계 대출은 올해 1월 9000억 원 감소했지만, 2월부터 4조 2000억 원, 3월 7000억 원, 4월 5조 3000억 원, 5월 6조 원으로 매달 증가 폭이 커지는 추세를 보였죠. 이에 따라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향의 규제정책을 발표한 겁니다.”
“첫 집이 아니라 한번 구매해 본 이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특히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는데요. 기존에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70% 기준에 따라 10억 원 집을 7억 원까지, 15억 원 집은 10억 5천만 원을 대출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주택가격과 무관하게 최대 6억 원까지만 대출이 허용됩니다. 또한 다주택자의 대출은 전면 차단됐고요. 2주택 이상을 소유한 사람은 3번째 주택 구입 시 대출을 받을 수 없으며,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부과됩니다. 이 실거주 의무는 정책대출 여부와 무관하게 강제 적용되며, 위반 시 대출 회수 및 최대 3년간 대출 금지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1주택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할 경우, 기존 주택을 6개월 내 처분해야 합니다.”
“생애 첫 집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도 6·27 대책은 강력한 규제입니다. 원래 정책대출은 신용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장치였지만, 6·27 대책은 이들조차 규제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의 경우, 대출 한도는 80%에서 70%로 강화돼 첫 집 마련의 부담이 커졌죠. 신혼부부 대출은 특례가 축소돼 4억 원에서 3억 2천만 원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은 5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생애 최초 대출은 3억 원에서 2억 4천만 원으로 한도가 축소됐습니다.”
-이 정책이 실수요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시나요?
“정부는 대출을 줄였지만, 국민은 기회를 잃었다고 봅니다.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상승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보호 대상이었던 정책대출 수요자들마저 규제한 6·27 대책은 지나치게 가혹합니다. 이는 정책의 본래 취지인 ‘주거 안정’과는 거리가 멀고, 실수요자들에게조차 기회를 닫아버리는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이 강력한 대출 규제는 일시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고, 거래절벽을 통해 주택 가격 상승세도 억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가계부채 수치가 낮아지고, 가격이 주춤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득보다 실이 크다면, 그 정책은 실패에 가깝죠. 이번 대책으로 인해 기존에 한 차례 주택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실수요자들은 주택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는 어쩌면 더 넓은 공간으로 가족을 이사시키려던 가장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현금 부자에게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그의 좌절은 ‘금수저 부모를 두지 못한 죄’로 ‘스스로’를 자책하는 방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정책은 실수요 여부가 아닌, ‘현금을 보유했는가’를 기준으로 주택 구매 자격을 가른 셈입니다. 대출 상환 능력 여부는 고려되지 않았죠. 한 번도 집을 구입해보지 못한 사회 초년생들은 더 절망적입니다. 그들에게 정책금융은 신용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는데 대출 한도 축소로 인해 부족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내 집 마련의 희망이 없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습니다. 현금을 가진 일부 계층만이 주택을 가질 수 있는 사회에서, 나머지 국민들의 의욕과 동력이 소진되는 것은 시간문제죠. 그런 나라에서 대한민국이 무엇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입니다.”
“정책적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영역은 정책금융이었습니다. 특히 서울 중위가격 이하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신혼부부 및 생애 최초 구매자에 대한 대출 한도는 줄이기보다 오히려 확대했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이번 대책이 ‘전 국민 무주택화 정책’이라는 비판이나 오해는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시나요?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언제나 ‘주거 안정’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는 소득계층에 따라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지요. 저소득층은 자력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핵심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중산층 이상에게는 임대에서 자가로의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 ‘주거 사다리’ 제공이 중요합니다.”
“이 ‘주거 사다리’의 대표적 수단이 바로 정책 금융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에게 주택 가격의 70~80%를 장기·저리로 대출해 주고, 나머지 자기자본 20%도 지방정부가 무이자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이를 위해 일정 조건(예: 지역 중위소득 50% 이하, 중위가격 이하 주택 등)이 부과됩니다. 이는 자가주택 마련을 통해 주거비를 절감하고, 그로 인해 가처분 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기대한 것입니다.”
“또한 정부가 주거 안정을 위해 해야 할 또 하나의 정책은 바로 집값 안정입니다. 소득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집값은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높이며, 국민의 주거 불안을 가중합니다. 그렇기에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많은 연구에서도, 월세를 내며 남의 집에 거주하는 것보다 자기 집에 살며 세금과 이자를 부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낮은 주거비용을 발생시킨다는 결과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이 ‘집값 안정’에만 집중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유독 ‘집값 안정’에만 집중하면서, 국민이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에는 소극적이며, 가격 억제와 대출 규제 같은 수단에만 매몰돼 있습니다. 이번 6·27 대책 역시 그 연장선입니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 6억 원 이상 금지와 같은 조치는 정책의 목적이 ‘주거 안정’이 아니라 ‘가계부채 축소’에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정책의 목표는 숫자로 표현되는 가계부채 총량이 아니라 국민의 “주거 안정 실현”이어야 합니다.”
“대출을 막아서 부채가 줄었다고 해도, 그 결과가 내 집 마련의 포기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정책의 실패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전 국민을 무주택자로 만드는 셈이죠.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현금 자산이 없는 국민이 여전히 집을 살 수 없으면, 이는 시장 왜곡과 정책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뿐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산소가 부족한 방에 갇힌 사람에게 산소를 공급하기보다 숨을 참으라고 하는 격입니다.”
-집값은 왜 계속 오르는 걸까요?
“시장이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사지 않으면 영영 내 집은 없다’는 불안이 시장에 팽배해 있습니다. 정부는 늘 공급 계획을 외치지만, 정작 실제 착공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민들은 ‘말뿐인 공급’에 학습돼 있어요.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희소성’은 가격을 밀어 올립니다.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가 비싼 이유도 바로 이 희소성 때문입니다. 공급 확대를 위해 세제를 완화하거나, 기존 주택을 시장에 유도하는 등의 정책이 있어야 했는데, 이번 대책에서는 그 신호조차 없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출총량을 억제하는 기계적 수치 조절이 아니라, 국민이 다시 주거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신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가격 안정’이라는 수단에 몰입한 나머지, ‘주거 안정’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놓치고 있습니다. 정책의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합니다.”
-주거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려면 부동산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설계돼야 할까요?
“우선 정책금융이 철저히 보호돼야 합니다. 정책금융은 단순한 대출이 아니라, 계층 이동의 사다리이자 실수요자를 위한 안전망입니다. 생애 최초 구매자,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등 시장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게는 여전히 주택금융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들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순간, 정책은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또 공급은 ‘계획’이 아니라 ‘현실’이 돼야 합니다. 공급 신호는 말로 전달되는 것이 아닙니다. 수년간 반복된 ‘수십만 호 공급’이라는 선언은 국민의 불신만 키웠죠. 이제는 착공률, 입주 가능 시점, 공급 대상과 유형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이행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급이 있어야 시장이 안정되고, 희소성에 대한 공포심도 가라앉게 됩니다.”
“아울러 정책의 기준은 ‘현금’이 아니라 ‘상환 능력’이어야 합니다.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갚을 수 없는 사람에게만 제한을 두는 정교한 규제 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현금 여부를 기준으로 주택 구입 여부를 가르는 구조는 자산 격차를 고착화하고, 세대 간 불평등을 심화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목표를 재정의해야 합니다. 가계부채가 정책의 목표가 되어선 안 됩니다. 그것은 통제 대상일 수는 있어도, 지향점이 될 수는 없습니다. 국민의 주거 안정, 삶의 안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신뢰야말로 정부가 추구해야 할 진짜 목표입니다. 그래야 성과가 납니다.”
원문 보기
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 브리프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