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서 치쿤구니야열 확산…中 당국, 발생 일주일 만에 늑장 발표

8일 첫 감염 확인하고도 15일에 “확진 478명” 발표
주민들 “또 감췄냐” 불만, 확진자 숫자에도 불신감
중국 광둥성 중산시에서 모기 매개 감염병인 치쿤구니야열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질병은 고열과 극심한 관절통을 일으키며 중증으로 발전할 경우 장기 후유증까지 남을 수 있지만, 당국이 발생 사실을 뒤늦게 발표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 여론이 고조됐다.
광둥성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최근 포산시 내 여러 지역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포산시 지역 보건당국은 15일 첫 공식 발표를 통해 “8일에 첫 해외 유입 감염 사례를 발견했고, 오늘까지 누적 확진자는 478명”이라고 발표했다.
당국은 치쿤구니야열이 뎅기열과 유사한 모기 매개 감염병으로 환자의 72%가 40도 이상의 고열과 두통, 구토, 관절통을 겪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모기 퇴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19일에는 관영 글로벌 타임스가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 공식 계정을 통해 1193건의 확진 사례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당국 발표 후 나흘 사이에 감염자가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감염병 확산을 걱정하면서도 제때에 위험을 경고하지 않은 당국에 대한 비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법정 감염병 발생을 8일에 인지하고도 15일까지 발표를 미뤘다”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고 방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의 질병 예방법에 따르면, 법정 감염병의 경우 발생 후 24시간 이내 보고가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일주일 가까이 전염병 발생 사실을 알리지 않은 셈이다.
앞서 7월 초,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와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훙슈에는 “의사가 모기 매개 감염병이라고 진단했지만 병실이 없어 격리도 못 한다”는 게시글이 쏟아졌고, “온 가족이 감염됐는데도 의료 지원은커녕 보건소에서도 방역 물자조차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확산되기도 했다.
일부 감염자들은 눈이 충혈되고 손발이 부어오르며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지만,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집에서 병과 싸우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중산시 위생건강국은 15일 오후 늦게 “중산시의 치쿤구니야열은 주로 도로 공사와 하수도 정비가 늦어져 고인 물에서 모기가 대량 증식한 것이 원인”이라며 “모기 매개 전염병이므로 지역사회 전파(사람 간 감염)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작년 뎅기열 때도 실제 감염자 수는 발표의 몇 배였다”며 “친척과 지인만 해도 확진자가 많아 정부 발표 숫자를 믿을 수 없다”고 정부 당국에 대한 불신감을 피력했다.
치쿤구니야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주요 모기 매개 감염병 중 하나로, 동남아와 인도, 아프리카 등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기후 변화와 도시화로 인해 중국 남부 지방에서도 확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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