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영화가 만나는 곳…두브로브니크에서의 하루

이 도시를 처음 직접 마주하는 순간, 그 스카이라인에 압도당할 것이다. 지중해의 어느 꿈같은 풍경 같기도 하고, 어쩌면 영화 속 한 장면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이 바닷가 도시는 보는 이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단순히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서, 그 풍경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고, 말문이 막힐 정도로 인상적이다. 흔히 쓰는 표현들이지만, 이곳에서는 전혀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곳에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두브로브니크는 매혹적인 도시다. 놀랍도록 작은 규모지만, 그 속엔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구는 겨우 4만 명 남짓. 하지만 이곳에는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불리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가 있다. 이곳은 그냥 몇 발짝 걷기만 해도 제국과 전쟁의 흔적, 비밀스러운 공간과 숨겨진 골목들과 마주치게 된다.
이런 미로 같은 도시를 24시간 안에 모두 탐험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아래의 일정과 함께, 우리는 그 하루를 최대한 알차게 써 볼 생각이다.
도착
두브로브니크의 루제르 보슈코비치 공항(DBV)은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큰 공항은 아니다. 하지만 최신식 터미널과 국내 최장의 활주로를 자랑한다. 이곳에는 아일랜드, 스칸디나비아, 프랑스,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전역에서 여름철 휴양객을 실은 계절 항공편들이 다수 도착한다. 두바이, 서울, 이스탄불, 뉴어크 등지에서 출발하는 직항편도 일부 운항된다.
공항은 구시가지에서 약 16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중심지까지 이동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공항에서 우버(Uber)나 택시로 이동 가능하다.
가장 간편하고 저렴한 이동 수단은 플라타누스(Platanus) 셔틀버스다. 청결하고 신뢰도 높은 이 버스는 모든 항공편 도착 30분 후 출발하며, 1인당 편도 10유로다. 돌아가는 항공편도 같은 공항이면 왕복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5유로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
역사 도시 두브로브니크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중심지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답이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또 관광객들로 북적이기 전에 주요 명소들을 둘러보자. 두브로브니크는 크루즈 선박의 기항지로도 유명해, 수천 명의 단체 관광객들이 오전에도 순식간에 거리를 메운다.
이 도시는 7세기경에 건설되었으며, 그 후로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비잔틴 제국, 베네치아 공화국, 합스부르크 제국, 유고슬라비아 왕국 등, 각기 다른 세력이 이곳을 거쳐 가며 자신들의 흔적을 남겼다.
대지진이 도시를 흔들었고, 여러 전쟁이 성벽을 위협했다. 가장 최근에는 1990년대 크로아티아 독립 전쟁 당시, 수개월간의 포위 공격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만 보면 그런 참혹했던 과거는 느껴지지 않는다. 철저한 복구 작업으로 도시 전역이 옛 영광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두브로브니크 역사에서 가장 번성했던 시기는 아마도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자유국가로 존재했던 시기일 것이다. 해상 무역이 번성하면서 이곳 상인들은 큰 부를 누렸고, 그 흔적은 오늘날 구시가지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
이곳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가이드를 고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Viator나 Get Your Guide 같은 사이트에서 지역 전문 가이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단순한 건물 설명을 넘어서, 두브로브니크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풍부하게 풀어낸다.

예수회 계단은 두브로브니크에서 가장 뛰어난 바로크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 mana5280 / Unsplash

‘왕좌의 게임’ 촬영 당시 예수회 계단에서 찍은 한 장면. | Shutterstock
가이드 투어를 하든,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든, 구시가지에 빼곡히 들어찬 명소들을 찬찬히 감상해 보자. 좁은 골목과 거리들이 바둑판처럼 이어져 있어 도보 이동이 매우 편리하다.
곳곳에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 양식의 성당들이 눈에 띄고, 물 흐르는 분수, 고대 수도원, 엽서처럼 완벽한 시계탑들이 즐비하다. 물론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상상해 보는 것이다. 이 공간에서 수백 년 전 두브로브니크 시민들이 어떻게 살고, 기도했을지를.
뒷골목 미로에서는 일부러라도 길을 잃어보자. 어느 모퉁이를 돌든 예기치 못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주요 명소 중 몇 곳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 좋다.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차례 파괴되고 다양한 양식으로 재건된 ‘두브로브니크 대성당’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의 거리. 배경에는 성모승천 대성당의 돔이 보인다. | Shutterstock
오후
이제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의 중심 거리인 석회암 산책로 스트라둔(Stradun)을 따라 걸으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 바로 점심을 어디서 먹을지다.
이 도시는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루밖에 머물지 않는 여행자라면, 조금 까다롭게 고르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다.
두브로브니크에서는 해산물을 선택해도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 현지 어부들이 매일 아침 신선한 해산물을 시장과 식당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생선 요리’는 언제나 좋은 선택이지만, 그 외에도 눈에 띄는 인기 메뉴들이 있다.

두브로브니크는 해안 도시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신선한 아드리아해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로 꼽힌다. 현지 올리브오일과 허브를 곁들여 구워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 Flycatcher/Shutterstock
대표적인 메뉴로는 화이트와인, 파슬리, 마늘을 넣어 조리한 홍합 요리와 오징어 먹물 리조또가 있다. 야외에서 식사할 수 있는 곳을 고르자. 1886년부터 도미, 조개, 게 요리를 선보여온 미쉐린 추천 레스토랑 ‘프로토(Proto)’도 좋은 선택이다.
이쯤 되면 달콤한 낮잠의 유혹이 찾아온다. 이른 비행, 분주한 오전 일정, 푸짐한 점심에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여기에 크로아티아산 포십(Posip) 와인 한잔이 더해졌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 날엔 계속 움직이는 게 상책이다. 이제 도시 성벽으로 향해 보자. 두브로브니크의 방어 성벽은 이 도시를 대표하는 가장 인상적인 유적 중 하나다. 12세기 또는 13세기에 만들어진 이 성벽은 당시 도시의 번영과 권력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역사다.
오늘 일정에서 성벽은 점심으로 섭취한 칼로리를 조금이나마 태우기에 안성맞춤이다. 높이 24미터, 두께 최대 6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성벽은 과거 사라센에서 러시아, 오스트리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막아냈다. 입장은 필레 게이트(Pile Gate)에서 가능하며, 성벽을 한 바퀴 도는 데는 최대 두 시간이 소요된다. 팁 하나: 아드리아해의 여름 햇살은 만만치 않으니, 모자와 생수 한 병은 반드시 챙기자.

성 블라시(St. Blaise)성의 서쪽 주요 입구인 필레 게이트(Pile Gate)가 보인다. | John Elk/Getty Images

구시가지의 성벽 위에서 새끼 고양이가 잠들어 있다. | Miha Rekar/Unsplash
이제 시가지에 더위와 인파가 본격적으로 몰리는 오후 시간대, 시가지 위로 올라가 보는 건 어떨까? 두브로브니크의 케이블카는 1969년에 건설된 아드리아해 최초의 케이블카다. 유리로 된 곤돌라는 단 4분도 채 안 돼 2500피트(약 760m) 높이의 스르지 산(Mount Srd) 정상까지 데려다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전망이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지붕과 석조 성벽, 그 너머 아드리아해, 그리고 수평선 너머 아프리카까지 닿을 듯한 장대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여름철이면 정상에 마련된 원형극장과 부대시설에서 콘서트,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두브로브니크 케이블카에서 스르지 산의 일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Denise Johnson/Getty Images
저녁 시간
위에서 내려다보는 두브로브니크의 모습도 물론 아름답지만, 진짜 매력은 아래쪽에 있다. 다시 구시가지로 들어가 항구에서 배에 올라타 보자. 고풍스러운 목조 범선에서 즐기는 일몰 관광, 와인 시음이 제공되는 유람선, 혹은 작은 전용 보트를 렌트하는 선택도 가능하다.
어떤 선택이든, 이 황금빛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해가 지면서 성벽과 바다, 그리고 하늘 위로 호박빛과 주황빛이 물드는 장면은 그야말로 황홀하다.

해 질 무렵, 항구를 떠나는 배 한 척. | Hector John Periquin/Unsplash
낮의 열기가 식고 저녁의 어스름이 깔릴 무렵, 배는 다시 항구로 돌아온다. 잔잔한 파도에 몸이 살짝 흔들리는 가운데, 침대의 유혹이 강하게 밀려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참아야 한다. 왜냐하면 두브로브니크는 밤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크루즈 관광객들이 배로 돌아간 뒤에는,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어우러지며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돌아다녀 보자. 라이브 음악이 흐르는,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아도 좋다. 달마티아 해안의 이 거리에서는 어디서든 파스타를 맛볼 수 있고, 대부분 훌륭하다.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는 도보로 둘러보기 좋으며, 곳곳에 숨은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 Shutterstock

항구에서는 고대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Lyle Hastie/Unsplash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다면, 도시의 재즈 바 중 한 곳에서 밤을 마무리해 보자. 현악기의 선율과 재즈 보컬이 어우러진 음악이, 두브로브니크에서의 이 완벽한 하루—두고두고 기억될 하루—를 서서히 떠나보내는 데 더없이 좋은 세레나데가 되어줄 것이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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