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30년간 직접 제분해 빵 만들어 온 식품학자 “당신도 할 수 있다”

2025년 06월 18일 오후 5:49

수 베커의 주방에서는 항상 무언가가 구워지고 있다. 향신료, 설탕, 이스트, 밀가루의 향이 공중에 감돈다. 빵틀, 쿠키 시트, 머핀 팬들이 찬장에서 나와 하루 일을 시작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이 주방에는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시판되는 범용 밀가루 봉지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작가이자 팟캐스터, 요리 강사인 수 베커가 지난 30년 동안 매일 직접 통곡물에서 갓 갈아낸 밀가루를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베커가 ‘방금 간 밀가루’란 새로운 세계로 들어선 것은 1992년 우연히 한 의학 저널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으면서부터였다. 그녀는 조지아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중 식품 미생물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 기사는 미국인들의 건강이 1920년대 상업적으로 제분된 흰 밀가루가 보급되면서부터 악화됐다는 사실을 추적하고 있었다.

밀알은 겨, 배아, 배유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9세기 후반까지는 지역 공동체의 제분소에서 이들을 통째로 갈아 밀가루를 만들었다. 배아와 겨에는 오일, 비타민, 단백질이 들어 있어 이러한 밀가루는 금방 소비하지 않으면 쉽게 상했다. 1870년대 식품 과학자들은 제분 전에 배아와 겨를 제거하면 배유만 갈아 저장 가능한 흰 밀가루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밀가루는 필수 영양소와 식이섬유를 잃게 됐다는 점은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 결과 니아신(비타민 B3)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펠라그라 같은 질병이 1900년대 미국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 질병과 영양 결핍 사이의 연관성은 1930년대에 이르러서야 밝혀졌다.

이 사실에 베커는 충격을 받았다.

“나는 남부 출신이라 손수 요리하고 굽는 게 제2의 천성과 같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항상 가족에게는 진짜 음식을 먹이려 했다. 그런데 그 기사는 정말 충격이었다. 우리에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그녀는 말했다.

수 베커는 30년 넘게 통곡물로 직접 밀가루를 갈아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Courtesy of The Bread Beckers

성공을 위한 레시피

그 주, 베커는 곡물 제분기와 통밀 밀알을 구입해 직접 밀가루를 갈기 시작했다.

그녀는 “과학적으로도, 성경적으로도 완전히 이치에 맞았다. 곡물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영양이 풍부한 식품이다. 우리의 일용할 양식은 우리 몸에 온전히 영양을 공급하게끔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식품학자이자 7명의 친자녀, 2명의 입양 자녀까지 모두 9명의 엄마이자 한 사람의 아내인 베커는 가족의 식단 변화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했다. 그 결과는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그녀 자신에게는 건강상 이점이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첫날부터 평생 겪어온 장 문제들이 사라졌다. 일주일이 지나자 집중력이 향상되고 에너지 수준도 높아졌다는 걸 느꼈다. 한 달이 되자 단 음식에 대한 갈망도 없어졌다. 아이들은 콧물을 흘리거나 중이염에 걸리는 일이 없어졌고 감기에서 회복되는 시간도 훨씬 빨라졌다”고 베커는 말했다. “게다가 이 빵은 정말 맛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과 가족, 지역 주민들이 베커에게 자신들을 위한 빵도 구워 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발견과 공동체에 기여하고자 하는 열망에 힘입어 남편 브래드와 함께 1993년 집 차고에서 ‘더 브레드 베커스(The Bread Beckers)’란 이름의 작은 베이커리를 시작했다.

수와 브래드 베커 부부.⎟ Courtesy of The Bread Beckers

같은 해, 더 브레드 베커스는 홈스쿨 교육 박람회에 초대돼 신선하게 제분한 밀가루로 빵을 굽는 법을 가르치는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은 큰 성공을 거뒀고 그에 따른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은 사업 전략을 재고해야 했다.

“그때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던 게 기억난다. ‘내가 세상 사람 모두를 위해 빵을 굽는 게 아니라 각자 자기 빵을 굽는 법을 가르쳐야 할 것 같아.’ 하느님께서 우리를 기근의 시대에 사람들에게 곡식을 공급한 요셉처럼 일으켜 세우셨다고 느꼈다”고 베커는 말했다.

부부는 브레드 베커스를 신선한 통곡물로 빵을 굽기 위한 모든 도구를 제공하는 곡물 협동조합(co-op) 형태로 재구성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곡물은 물론 곡물 제분기, 요리책, 향신료, 빵 반죽기 등이 포함됐다.

1999년, 더 브레드 베커스는 조지아주 우드스탁에 있는 지금의 1만 평방피트(약 929㎡) 규모 창고로 이전했다. 오늘날 이곳은 미국 남동부 최대의 곡물 포장 및 유통 시설이며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의 식단과 건강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

자신의 사업 성공이나 가족의 건강 여정을 넘어 베커가 가장 큰 격려를 받는 것은 직접 제분한 밀가루로 바꾼 사람들에게서 듣는 생생한 경험담이다.

만성 질환에서 회복된 사람들, 글루텐으로 인해 소장 점막이 손상되는 자가면역 질환인 셀리악병이나 글루텐 민감증이 있음에도 다시 빵을 즐기게 된 사람들, 자녀의 건강과 식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녀는 들었다.

베커는 “우리는 이걸 ‘그것이 바로 빵’ 이야기라고 부른다”며 “왜냐하면… 유일하게 바뀐 건 그들이 먹는 빵뿐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장비

직접 밀가루를 제분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핵심은 곡물 제분기다. 베커는 ‘원더밀(Wondermill)’이란 전기 제분기를 사용하며 이는 2025년 기준 약 300달러(약 42만 원)에 판매된다. 이 제분기는 한 번에 최대 8컵의 곡물을 처리할 수 있고 거의 모든 종류의 곡물을 제분할 수 있다.

제분기는 세 가지 주요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즉 곡물을 붓는 호퍼, 곡물을 가는 분쇄기, 밀가루를 받는 용기 이렇게 세 부분이다. 곡물을 호퍼에 붓고 작동시키면 곡물은 스테인리스 재질의 전동 제분기로 떨어져 밀가루로 갈린 후 아래 수거통으로 떨어진다.

“원더밀의 분쇄 헤드는 제약용 약물을 갈 때 사용하는 것과 같은 종류다. 자가 세척 기능이 있어서 분해해 청소할 필요도 없고, 아주 곱고 균일한 밀가루가 나온다”고 베커는 설명했다.

‘뉴트리밀 클래식(NutriMill Classic)’도 인기 있는 선택이며 가격은 약 299달러(약 41만8600 원)다. “물론 손잡이를 돌려 사용하는 전통적인 석재 제분기도 살 수 있지만 전기 제분기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전기 제분기는 1파운드(약 450g)의 곡물을 밀가루로 만드는데 약 30초밖에 안 걸린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브레드 베커스’ 설립 후 베커는 다른 사람들이 영양이 풍부한 빵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집중했다.⎟ Courtesy of The Bread Beckers

가정에서 제분을 시작할 때 꼭 필요한 또 다른 요소는 곡물 자체다. 브레드 베커스는 미국 전역의 가정 제분자들에게 직접 곡물을 배송한다. 알팔파, 메밀, 귀리, 쌀, 옥수수, 스펠트, 기장, 호밀, 수수, 콩, 밀 등 다양한 곡물을 판매한다. 곡물은 밀폐된 6갤런(약 22.7리터) 크기의 식품 등급 버킷에 담겨 배송되며 무게는 약 42파운드(약 19kg)다.

“이 버킷 하나로 빵을 약 53개 굽을 수 있다. 그리고 통곡물이기 때문에 무기한 보관이 가능하다. 내 팬트리에는 아직도 Y2K(2000년 문제) 대비용 밀이 숨어 있다”고 베커는 말했다.

어떤 종류의 곡물을 구입해야 하느냐는 “무엇을 구우려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하드 레드 밀(hard red wheat)은 범용 베이킹에 아주 좋다. 반면 소프트 화이트 밀(soft white wheat)은 더 부드러워서 페이스트리용으로 적합하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그녀가 가정용 제분자에게 추천은 하지만 필수로 꼽진 않는 유일한 추가 주방기기가 ‘튼튼한 스탠드 믹서’다. 베커는 “매일 대량의 반죽을 섞을 수 있으려면 견고한 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2025년 기준 약 750달러(약 105만 원)인 ‘앙카스트럼 오리지널 스탠드 믹서(Ankarsrum Original Stand Mixer)’를 사용하는데 가정용 믹서기 중 산업용에 가장 가까운 믹서라 한다.

곡물 제분 및 베이킹

곡물을 밀가루로 가는 과정은 집 안 주방에서 아주 간단하게 할 수 있다. 곡물을 호퍼에 넣고 제분기를 작동시킨 뒤 밀가루가 수집 용기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려오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계량 기준으로는 곡물 1컵이 밀가루 1.5컵을 만든다. 밀가루는 제분하자마자 사용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영양소가 산화하기 시작해 영양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고 베커는 설명했다.

곡물을 제분하고 나면 바로 베이킹을 시작할 수 있다. 직접 곡물을 제분해 사용하는 가장 큰 장점은 시판 밀가루를 사용하는 기존 레시피를 거의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녀의 요리책 ‘집에서 직접 가는 밀가루 필수 가이드(The Essential Home-Ground Flour Book)’에는 범용 밀가루를 대신해 직접 제분하는 방법이 간단하게 설명돼 있다.

효모를 사용하는 빵에는 갓 제분한 하드 밀이나 하드 밀과 스펠트, 호밀, 카무트 밀가루를 혼합해 사용하는 것을 베커는 추천한다.

효모를 사용하지 않는 사워도우 같은 빵도 마찬가지로 만들 수 있지만, 베커는 밀도 낮고 수분이 많은 밀가루(소프트 밀, 스펠트, 호밀의 혼합)를 쓰면 더 부드럽고 먹기 쉬운 빵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 외에 레시피는 기존대로 따라가면 된다. “달라지는 건 오직 하나뿐이다. 당신의 모든 베이킹 결과물이 훨씬 더 맛있어질 거란 점”이라고 베커는 말했다.

그녀는 초보 제분자이자 제빵가, 특히 입맛 까다로운 가족을 둔 사람들이라면 처음에는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베커의 요리책에는 빵, 머핀, 팬케이크, 커피 케이크, 쿠키, 기타 페이스트리를 위한 단계별 쉬운 레시피가 수록돼 있다.

“가족이 좋아하는 걸 찾아 그걸 만들어주라”고 베커는 말했다. “처음부터 사워도우는 하지 말라. 나중에 도전해도 괜찮지만 초보자에게는 조금 복잡하다.”

베커는 가족들이 건강을 되찾도록 한 번에 한 덩이씩 빵을 굽는 것부터 실천하자고 권한다.⎟ Courtesy of The Bread Beckers

가정 제분의 경제성

가정에서 제분을 시작하기 위해 몇 백 달러에 이르는 장비를 구매해야 한다는 점이 처음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초기 투자만 넘어서면 집에서 밀가루를 제분하는 일은 놀라울 만큼 경제적이다.

“직접 구운 빵은 포만감도 크고 만족스럽기 때문에 간식을 먹으러 부엌에 가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장 보는 양도 줄고, 요리하는 시간도 줄어든다”고 베커는 말했다. “그리고 통곡물의 건강 효과 덕분에 병원에 갈 일도 훨씬 줄어든다. 단 한 가지 간단한 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하게 되는지 생각해보라.”

참고로 한국에서도 각종 곡물 가루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가정용 제분기와 쌀을 직접 도정할 수 있는 가정용 도정기들이 판매되고 있다. 또한 가정 제분이나 도정 용도로 통곡물이 소분 판매되는 곳들도 있다.

이 머핀들은 아몬드나 현미처럼 갓 간 밀가루의 다양성과 풍미를 잘 보여준다.⎟Courtesy of The Bread Beckers

애플 블루베리 아몬드 머핀

다음은 베커의 애플 블루베리 아몬드 머핀 레시피다. 아몬드 가루와 쌀가루의 조합 덕분에 이 머핀은 촉촉한 식감과 훌륭한 풍미를 자랑한다. 너무 맛있어서 이것이 글루텐 프리, 유제품 프리, 달걀 프리라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12개 머핀 또는 미니 머핀 24~30개 분량을 기준으로 한 재료와 준비 도구, 조리법이다.

[재료]
•치아씨드 2 작은술(10mL)
•물 6 큰술(90mL)
•잘게 간 아몬드 가루 1/2 컵(125mL)
•갓 제분한 현미 가루 1 1/2 컵(375mL)
•베이킹 파우더 1 작은술(5mL)
•베이킹 소다 1 작은술(5mL)
•소금 1/2 작은술(2mL)
•코코넛 오일(녹인 것) 1/4 컵(60mL)
•액상 꿀 1/2 컵(125mL)
•바닐라 추출액 1 작은술(5mL)
•아몬드 추출액 1/2 작은술(2mL)—선택 사항
•애플버터 또는 사과소스 1컵(250mL)
•신선 또는 냉동 블루베리 1컵(250mL)

[도구]
머핀 팬(12구) 또는 미니 머핀 팬(24구 또는 30구), 기름을 바르거나 머핀컵을 깔 것.

[만드는 방법]
오븐을 화씨 350도(섭씨 약 175도)로 예열한다. 작은 그릇에 치아씨드와 물을 섞어 약 5분간 놓아두고 혼합물이 걸쭉해질 때까지 그대로 둔다. 그동안 큰 믹싱볼에 아몬드 가루, 현미 가루, 베이킹 파우더, 베이킹 소다, 소금을 넣고 휘핑기로 잘 섞는다. 그리고 가운데에 우물을 만든다.

다른 볼에 코코넛 오일과 꿀을 넣고 잘 섞는다. 불린 치아씨드, 바닐라 추출물, 그리고 아몬드 추출물을 사용한다면 함께 넣고 잘 휘젓는다. 애플버터를 넣고 잘 섞는다. 이 혼합물을 밀가루 혼합물 우물 부위에 한꺼번에 넣고 고루 섞일 때까지 저어준다. 마지막으로 블루베리를 넣고 살살 저어 섞는다.

[반죽 나누기 및 굽기]
준비해 둔 머핀 컵에 반죽을 고르게 나눈다. 예열한 오븐에서 20~25분간 굽는다. 미니 머핀의 경우 15~20분 굽는다. 겉이 황금빛 갈색이 되고 윗부분을 가볍게 눌렀을 때 다시 튀어 오를 때까지 굽는다. 팬에서 약 5분간 식힌 후 서빙 접시나 식힘망으로 옮겨 추가로 식힌다.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