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녹음된 5인의 작곡가

2025년 05월 28일 오후 4:12

누군가 인터넷에 ‘클래식 음악은 죽어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검색하면 이 질문에 대해 같은 입장을 가진 수백 개의 기사와 블로그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실제 의미하는 바는 상대적으로 말해 클래식 음악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첼리스트 요요 마는 전 세계적으로 2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하며 오늘날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의 판매량은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 같은 과거 팝스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인기란 다양한 방식으로 측정할 수 있다. 절대적인 수치를 놓고 보자면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위대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연주하고 감상하는 사람들의 수가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위대한 클래식 작품의 녹음은 너무나 많아서 가장 열정적인 감식가조차 전부를 파악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다음은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녹음된 작품 중 일부를 간략히 정리한 목록이다.

서로 다른 악기들의 소리를 배우는 것은 클래식 음악을 진정으로 감상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Ferenc Szelepcsenyi/Shutterstock

파헬벨의 ‘D장조 캐논’, P 37

불쌍한 요한 파헬벨. 그는 생전에 500곡이 넘는 작품을 작곡했지만 현대인들은 오직 한 곡만을 듣는다. 파헬벨은 이 유명한 ‘D장조 캐논’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사촌 형인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했다고 전해진다. 정확한 사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파헬벨이 바흐 가문과 친구 사이였던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듯한 이야기다. 만약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파헬벨은 자신의 곡이 지금 전 세계 결혼식에서 연주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선율이 두 개의 다른 목소리로 겹겹이 모방되는 이 캐논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덜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훌륭한 곡으로는 파헬벨이 캐논과 짝을 이루도록 작곡한 활기찬 춤곡인 세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지그(Gigue)’가 있다.

클래식 작품의 방대한 음반 목록을 관리하는 웹사이트 프레스토 뮤직(Presto Music)에 따르면 이 캐논은 200회 이상 녹음됐다. 고음악 아카데미(Academy of Ancient Music)가 1983년 제작한 음반의 제작진에 따르면 이 곡은 대개 ‘불필요하게 추가된 비올라 파트와 함께’ 연주된다고 한다.

원래의 순수한 형태로 이 곡을 감상하고자 하는 이들은 ‘세 대의 바이올린과 바소 콘티누오(basso continuo·저음 악기와 화성 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하모니 방식)’를 위한 편곡을 찾아야 한다.

모차르트의 ‘D단조 레퀴엠’, K 626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전 세계적으로 5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했다. 이는 모든 형식을 합산했을 때 비틀즈의 판매량과 대략 비슷한 수준이다. 만약 웹사이트 차트마스터스(chartmasters)가 고인이 된 클래식 작곡가들을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순위에 포함시킨다면 최고의 작곡가들은 틀림없이 많은 현대 뮤지션을 순위 밖으로 밀어낼 것이다. 2016년 영국의 유명한 음반사 데카와 독일의 대표적인 클래식 전문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이 공동 발매한 모차르트 전곡 박스 세트는 그해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비욘세마저 제쳤다.

1819년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 바르바라 크라프트가 그린 모차르트의 사후 초상화.⎜Public Domain

모차르트의 작품 중 가장 많이 편곡된 곡은 아마도 그의 위대한 미완성 작품 ‘레퀴엠’일 것이다. 프레스토 뮤직에는 281개의 녹음이 등록돼 있다.

모차르트가 1791년 사망했을 당시 이 곡의 두 개 부분만 완성됐고 나머지 부분은 스케치로 남겨져 있었다. 미완성 상태였던 탓에 여러 작곡가들이 자신만의 해석을 바탕으로 각 악장을 관현악 편곡을 해 모차르트가 직접 완성했을지도 모를 방식을 추정해 왔다.

오늘날 가장 널리 연주되는 버전은 모차르트의 제자 프란츠 쥐스마이어가 작성한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약 15가지 정도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 작품번호 49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는 러시아 최고의 작곡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자주 공연되는 발레곡들을 작곡했으며 그의 아름다운 멜로디는 수많은 영화에서 불멸의 명곡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의 모든 작품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곡은 단연 ‘1812년 서곡’이다. 이 곡은 나폴레옹을 상대로 한 러시아의 승리를 기념하는 작품이다. 이 곡은 거의 300회에 달하는 녹음이 존재하며 클래식 레퍼토리 중 가장 자주 연주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1812년 프랑스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가 그린 초상화 ‘튀를리에서 공부하는 나폴레옹 황제’ 초상화.⎢ Public Domain

‘1812년 서곡’은 군악대용으로 수차례 편곡됐으며 이 곡의 군사적 성격을 강조해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행사에서 특히 인기를 끌게 됐다.

차이콥스키의 원악보는 절정 부분에서 대포 발사 16회를 요구한다. 대부분의 편곡에서는 사전 녹음된 포성 음향을 사용해 이를 구현한다. 헝가리 출신 지휘자이자 작곡가 안탈 도라티가 미니애폴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버전에서는 군사 효과음을 웨스트포인트에서 따로 녹음해 후에 믹싱했다. 당시 웨스트포인트 박물관 큐레이터였던 제럴드 C. 스토우는 1775년 프랑스 두에에서 제작된 프랑스산 대포를 사용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작품번호 27

루트비히 반 베토벤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월간 청취자 수 760만 명을 기록하며 해당 플랫폼에서 두 번째로 인기 있는 클래식 작곡가로 자리 잡고 있다.

그의 모든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곡은 ‘월광’ 소나타로 잘 알려진 피아노 소나타 14번 C♯단조, 작품번호 27-2이다. 이 곡은 500개가 넘는 서로 다른 녹음이 존재한다.

대부분은 피아노 독주 버전이지만 연주자마다 감정 표현, 템포, 기교적 강조점에 대한 해석이 제각기 다르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년)는 이 곡을 지나치게 빠르게 연주하고 페달 사용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그 결과 명확성이 손실된다는 평을 받는다. 반면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1931년~)의 해석은 사려 깊고 절제된 접근으로 평가된다.

알프레드 브렌델이 연주한 ‘베토벤 소나타’ 앨범 커버.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 565

온라인 플랫폼 프레스토 뮤직 데이터베이스에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이름을 검색하면 1만5000개가 넘는 작품 목록이 나온다.

이 많은 작품 가운데에서도 ‘토카타와 푸가 D단조’는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이 곡은 약 550개의 녹음 횟수를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많이 편곡된 곡으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근소하게 앞선다.

녹음은 주로 오르간 연주가 중심이지만 그 편곡의 다양성은 실로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이 곡은 오케스트라, 기타, 바이올린, 색소폰, 류트 등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악기를 위한 편곡이 존재한다.

또한 바흐는 스포티파이에서 월간 청취자 수 790만 명을 기록하며 가장 많이 스트리밍되는 클래식 작곡가이기도 하다. 만약 그가 오늘날 살아 있었다면 소셜미디어 활동만으로도 생전에 교회 음악가로서 벌었던 소박한 급여보다 훨씬 더 많은 수입을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깊은 신앙심을 지녔던 작곡가 바흐에게 이 같은 물질적 부는 결국 그다지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세대를 넘어 살펴보면 인기와 위대함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목록이 보여주듯 ‘위대한’ 작곡가들은 녹음 횟수와 스트리밍 청취자 수로 측정되는 대중적 명성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클래식 음악은 여전히 생명력이 넘치며 번성하고 있다.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