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된 천사, 성인, 꽃들로 장식된 성당 정면은 양옆이 살짝 뒤로 물러나 있고 작은 돔으로 마무리돼 있으며 한층 화려한 고전적 바로크로의 전환을 잘 보여준다. 위에서 아래로 도리아, 이오니아, 코린트식 기둥이 각기 세 층을 장식하며 고전 전통을 창의적으로 혼합하고 있다.⎟ Mikhail Markovskiy/Shutterstock
이 벨기에 성당은 지어질 당시 ‘세계 8대 불가사의’라 불렸다. 수도 브뤼셀에 이어 벨기에 두 번째 도시로 꼽히는 앤트워프에 위치한 성 카를로 보로메오 성당은 초기 바로크 시대의 가장 웅장한 성당 중 하나이며 북서 유럽에서 이 양식으로 지어진 최초의 성당들 가운데 하나다. 건축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건축을 맡은 앤트워프 예수회는 긴축 생활을 해야 할 정도였다.
1615년 착공된 이 성당은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예수회 본부에서 영감을 받았다. 예수회 본부로 사용된 ‘제수 성당(Church of the Gesù)’은 최초의 바로크 성당으로 간주되며 성 카를로 보로메오 성당보다 30년 앞서 완공됐다. 바로크 회화와 조각 그리고 건축은 르네상스 시대의 기술적 진보를 바탕으로 종교적 장면을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사용됐다.
바로크 양식의 성당 건축은 이 땅에서 천국을 엿볼 수 있게 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으며 하나님의 위대함과 사랑을 표현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러한 표현의 기초에는 고전 건축 전통이 있었다. 건물의 대칭성과 비례 그리고 세로 홈이 파인 기둥과 돔과 같은 요소들이 그 전통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바로크 건축은 기존의 엄격함에서 벗어나 유려함을 도입했다. 직선 대신 곡선을 자주 사용하는 양식적 특징은 바로크 초기에서 전성기로 이어지는 건축에 더욱 화려한 외관을 부여했고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차가운 인상을 피하게 해주었다.
성당의 공학적 구조와 많은 미적 요소는 건축가 피터 하위센스와 프랑수아 다기용이 담당했다. 그들을 광범위하게 이끌고 세부를 조율한 인물은 바로 바로크 시대의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인 페터 파울 루벤스였다. 루벤스는 비록 본격적으로 건축가로 활동하진 않았지만 건축을 연구했고 앤트워프에 있는 자신의 저택을 직접 설계했으며 고향 도시의 이 성당에도 전문 지식과 다수의 회화를 기부했다.
화려하게 장식된 검은색과 금색의 제단 공간은 본당 중앙통로를 따라 늘어선 금색 테두리의 흰색 아치와 기둥의 비교적 단순한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중앙통로가 공간을 지배하는 가운데 이 대조는 제단 공간에 대한 시각적 집중을 한층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바로크 성당은 본래 제단 쪽으로 시선을 유도하도록 설계됐는데 페터 파울 루벤스가 설계한 원래의 화려한 천장이 벼락으로 파괴되면서 그 효과는 오히려 더욱 극대화됐다.⎟ KerrysWorld/Shutterstock플랑드르 출신 대표적 바로크 조각가이자 건축 장식가 한스 판 밀데르트는 루벤스의 설계를 바탕으로 이 제단을 조각했다. 제단 위에 있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림 또한 루벤스가 직접 그렸다. 왼쪽에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카라라 대리석으로 조각된 이냐시오 데 로욜라 성인상이 아래쪽 감실에 있고 그 위에 위치한 프란치스코 보르하 성인상이 있다. ‘감실(龕室)’이란 가톨릭 성당 안에서 성체(聖體, 축성된 성찬빵)를 보관하는 작고 성스러운 장소다.⎜ lindasky76/Shutterstock크고 웅장한 중앙 돔은 루벤스와의 협업을 통해 설계됐다. 돔 중앙의 원형 천창(오큘루스)은 흰색 배경 위에 자리 잡고 있으며 조각된 천사를 비롯한 황금빛 장식 요소들로 둘러싸여 있다. 천창으로 들어온 빛은 주변 천장에 반사돼 아래쪽 제단 공간을 환히 비추며 자연스럽게 그곳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Julija Ogrodowski/Shutterstock성모 예배당 제단 위에는 루벤스의 작품 ‘성모승천(Assumption)’ 복제품이 걸려 있는데 이는 원래 대리석과 금박을 입힌 화려한 스투코 장식 사이에 설치돼 있었다. 19세기 동화 ‘플란다스의 개(A Dog of Flanders)’ 주인공인 화가 지망생 소년 네로와 그의 충실한 개 파트라슈가 함께 굶주림과 추위에 숨을 거둔 곳이 바로 이 성당의 성모승천 그림 앞이었다. 루벤스의 성모승천 원본은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Erik AJV/Shutterstock본당 중앙통로 양쪽에는 바로크 시대에 앤트워프에서 활동한 조각가 피터 반 바우르스하이트와 미힐 판 데르 포르트 시니어가 조각한 고해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벽을 따라 놓인 나무 조각 장식 앞에는 천사 조각상들이 배치돼 있으며 각 구역의 중앙에는 성 이냐시오와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생애를 묘사한 장면들이 담겨 있다. lindasky76/Shutterstock본당 중앙통로의 북쪽과 남쪽 측면에 있는 갤러리에는 각각 더 단순한 측랑 예배당들이 있다. 이 예배당에는 제단과 고딕 교회를 연상시키는 목재 제단 난간이 있다. 제단 위 그림은 성 후버트가 신앙을 받아들이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KerrysWorld/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