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뉴욕 프릭 컬렉션의 환상적인 도자기 꽃들

2025년 05월 09일 오전 10:57

5년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한 미국 뉴욕의 ‘프릭 컬렉션(The Frick Collection)’이 찬사를 받고 있다. 현재 이 미술관을 방문하는 데 있어 경이로운 요소 중 하나는 올해 10월 6일까지 진행되는 특별 전시 ‘도자기 정원: 프릭 컬렉션의 블라디미르 카네프스키(Porcelain Garden: Vladimir Kanevsky at The Frick Collection)’다. 1층과 2층의 여러 전시실과 가든 코트를 포함한 미술관 전역에 설치된 이 전시는 우크라이나 태생 블라디미르 카네프스키가 만든, 숨이 멎을 듯 정교한 꽃 조각 19점을 선보이고 있다.

미술관의 상설 소장품인 다양한 순수 예술 및 장식 예술 작품들과 조화를 이루며 설치된 이 꽃 조각들은 규모, 형태, 색상 측면에서 다양성을 갖고 있다. 각각의 꽃 작품은 식물학적 정확성과 예술성이 어우러진 독특한 매력으로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카네프스키의 꽃 조각 전시

‘레몬나무(Lemon Tree)’, 2024~2025년, 블라디미르 카네프스키 작품. 가든 코트에 설치됨. 연질 도자기, 무광 백색 파리안 도자기, 유약, 구리 사용. 뉴욕시 프릭 컬렉션 소장.⎢Joseph Coscia Jr.

카네프스키는 1951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태어났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의 일부였다. 그는 현재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에 거주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에 거주하던 시절 그는 건축과 조각을 공부했는데 이는 훗날 도자기 작업의 핵심 토대가 됐다. 그는 1989년 단돈 100달러와 영어 한마디 못 하는 상태로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이후 그는 자신을 믿고 또 한 번의 도전을 감행했다. 뉴욕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상점을 둔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의뢰한 18세기 양식의 멜론 모양 도자기 뚝배기를 제작할 수 있는 예술가를 찾는 구인 광고에 응한 것이다. 그는 이 작업을 시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식물학에 매료돼 있었던 카네프스키는 이후 도자기 꽃 조각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프릭 컬렉션 가든 코트에 전시 중인 블라디미르 카네프스키의 ‘레몬나무(Lemon Tree)’ 세부 모습.⎢Joseph Coscia Jr.

그는 꽃의 구조를 건축에 비유하며 자신의 작업에 내재된 기술적 도전들을 즐긴다. 그의 작품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국립 에르미타주 미술관부터 미국 워싱턴 D.C.의 힐우드 에스테이트, 박물관과 가든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전시관들에 전시돼 있다. 또한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오스카 드 라 렌타, 발렌티노 가라바니, 마사 스튜어트 등 취향 있는 유명 인사들이 그의 작품을 수집해 왔다.

카네프스키는 “꽃은 예술과 건축의 역사에서 아마도 가장 보편적인 주제일 것”이라며 “꽃이 지닌 문화적‧상징적 의미는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해 왔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18세기 전통 유럽 도자기에서 큰 영감을 받았으며 프릭 컬렉션은 이러한 유산을 훌륭히 소장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제작소에서 제작된 도자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전시 중에는 정교한 꽃잎을 가진 세 송이의 카네프스키 튤립이 오스트리아 빈의 ‘뒤 파키에’ 제작소에서 만들어진 꽃병에 꽂혀 있는 아름다운 장면도 연출돼 있다. 그가 만드는 모든 꽃은 하나하나 정밀하게 조각되고 손으로 채색된다.

‘튤립 줄기들(Tulip Stems)’, 2024~2025년, 블라디미르 카네프스키 작품. 오스트리아 빈 뒤 파키에 패세지 전시관에 설치됨. 연질 도자기, 유약, 오버글레이즈, 구리 사용. 뉴욕시 프릭 컬렉션 소장.⎢Joseph Coscia Jr.

헬렌 프릭에게 바치는 헌사

이번 전시는 예술가와 프릭 컬렉션 큐레이터 팀 간의 3년에 걸친 협업의 결실로 1935년 미술관 개관 당시 선보였던 꽃장식에 대한 오마주다. 당시 헨리 클레이 프릭의 딸 헬렌은 각 방에 어울리는 생화 장식을 직접 선정했다.

‘은방울꽃(Lilies of the Valley)’, 2024~2025년, 블라디미르 카네프스키 작품. 부셰 룸에 설치됨. 연질 도자기, 파리안 도자기, 구리 사용. 뉴욕시 프릭 컬렉션 소장.⎢Joseph Coscia Jr.

프릭 컬렉션의 부국장이자 피터 제이 샤프 수석 큐레이터인 자비에르 F. 살로몬은 1935년 미술관 개관 당시 꽃장식에 대한 카네프스키의 헌사를 높이 평가한다. 그는 “현대 예술가인 카네프스키의 도자기 작품이 우리가 이 전통을 기리고 미술관의 중요한 역사적 도자기와 세라믹 컬렉션을 함께 기릴 수 있게 해준다”며 “그의 예술성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미술관의 미와 혁신에 대한 오랜 헌신을 되새긴다”고 말한다. 카네프스키는 두 개의 전시실에 헬렌이 선택한 꽃장식을 재현해 설치했다. 라이브러리에는 동백꽃을, 새로 개방된 2층 가족 공간의 일부인 부셰 룸에는 은방울꽃을 설치했다.

‘은방울꽃(Lilies of the Valley)’, 2024~2025년, 블라디미르 카네프스키 작품. 부셰 룸에 설치됨. 연질 도자기, 파리안 도자기, 구리 사용. 뉴욕시 프릭 컬렉션 소장.⎢Joseph Coscia Jr.

다른 도자기 작품들은 헬렌의 의도를 기리면서 전시된 예술과 다양한 식물과 꽃들을 나란히 배치해 관람객들 사이에서 성찰과 대화를 유도한다. 하나의 감동적인 헌사는 골드그라운드 룸에 전시된 활기차고 풍성한 ‘석류나무’다. 헬렌은 아버지의 사망 후 프릭 컬렉션에 추가할 종교적인 초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 작품들을 구입하는 데 주력했다. 이 시대의 작품들은 금박 표면이 특징이다. 개보수 후 이 작품들은 그녀의 이전 침실에 함께 배치돼 전시되고 있다.

‘석류나무(Pomegranate Plant)’, 2024~2025년, 블라디미르 카네프스키 작품. 골드그라운드 룸에 설치됨. 연질 도자기, 유약, 구리, 테라코타 사용. 뉴욕시 프릭 컬렉션 소장.⎢Joseph Coscia Jr.

‘석류나무(Pomegranate Plant)’는 이 방의 벽난로 앞에 극적으로 배치돼 있다. 프릭 컬렉션은 이 조각에 대해 “이 작품은 초기 이탈리아 회화에 자주 등장하며 이 전시실에 소개된 예술가들에게도 익숙했을 석류 열매에 바치는 헌사”라고 설명한다.

벽난로 위에는 겐틸레 다 파브리아노(약 1370~1427년)의 작지만 풍부한 색채를 지닌 그림이 걸려 있다. 그는 당대 최고의 화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마르케 지역 출신인 그는 밀라노, 로마, 베네치아, 토스카나 등 이탈리아 전역에서 활동했으며 교황과 도제를 포함한 유력한 후원자들의 의뢰를 받았다. 그의 서정적이고 정교한 회화는 섬세한 붓 터치, 풍부한 색채, 화려한 직물 문양으로 특징지어진다. 또한 겐틸레는 금박 배경의 도포 및 장식 기법에 있어서도 뛰어난 솜씨를 지녔다.

프릭 컬렉션이 소장한 ‘성 로렌초와 성 율리아노와 함께한 성모자(Virgin and Child, With Saints Lawrence and Julian)’는 1423~1425년 제작된 작품으로 개인 후원자의 가정 예배당을 위해 그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화면 중앙에는 우아하고 유려한 선으로 그려진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자리하고 있다. 겐틸레의 진일보한 자연주의적 관심은 왼쪽의 성 로렌초와 오른쪽의 병자들의 수호 성인 성 율리아노의 사실적이고 초상화 같은 얼굴 묘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프라고나르 룸

미술관 1층의 프라고나르 룸에는 프랑스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패널 14점이 전시돼 있다.⎢Joseph Coscia Jr.

골드그라운드 룸과는 대조적으로 1층의 프라고나르 룸은 헨리 클레이 프릭이 살아있을 당시 구성됐으며 미술관 개관 이래 관람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공간이다. 본래 프릭 부부는 이 공간을 응접실로 사용했다. 1914년 저택이 완공된 지 1년 뒤 그들은 프랑스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1732~1806년)의 아름다운 연작 패널들을 구입했고 이를 위해 방의 구조를 새롭게 개조했다. 이 패널들은 미술사 전반에 걸쳐 ‘가장 낭만적인 사랑의 탐구’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후 프라고나르의 작품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엄선된 가구와 장식 예술품들이 추가로 배치됐다.

로코코 시대의 화가 프라고나르는 프랑스 남부 그라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파리에서 저명한 화가 장 시메옹 샤르댕과 프랑수아 부셰 밑에서 수학했으며 18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프랑스 화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라고나르는 이젤화부터 대형 장식 패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다수 제작했으며 주로 일상적 장면을 다룬 장르화가 많았다.

‘사랑의 진전: 연애편지(The Progress of Love: Love Letters)’, 1771~1772년,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작품. 캔버스에 유채. 317.2×216.9cm 크기. 뉴욕시 프릭 컬렉션 소장.⎢Joseph Coscia Jr.

프릭 컬렉션의 프라고나르 룸에는 총 14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 연작은 ‘사랑의 진전(The Progress of Love)’으로 불린다. 이 중 네 점의 주요 장면—‘추구(The Pursuit)’, ‘만남(The Meeting)’, ‘사랑받는 연인(The Lover Crowned)’, ‘연애편지(Love Letters)’는 1771년부터 1772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의뢰인은 프랑스 루이 15세의 마지막 정부로 악명 높은 마담 뒤 바리였다. 이 작품들은 파리 서쪽에 위치한 그녀의 성 안 음악당에 걸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예술적 취향 변화 때문인지 그녀는 완성된 작품들을 받아가지 않았다. 대신 이 그림들은 20년 동안 프라고나르가 파리에서 (아마도 말아 보관한 채) 간직하게 됐다.

이후 그는 사촌의 저택이 있는 그라스로 이주하면서 이 작품들의 캔버스를 설치했고 저택의 응접실을 채우기 위해 추가로 10점의 작품을 더 제작했다. 그리고 100여 년 후 이 연작은 영국 미술상들의 손을 거쳐 미국 금융가 J.P. 모건에게 넘어갔다. 그의 사망 후 저명한 미술상 조지프 듀빈이 이를 125만 달러(오늘날 가치로 약 3100만 달러, 한화 약 434억원)에 매입해 헨리 클레이 프릭에게 원가로 판매했다. 프라고나르 룸을 위해 카네프스키는 풍성하게 흘러내리는 장미 장식과 하얀 히아신스 디스플레이를 새롭게 제작했다.

‘흘러내리는 장미(Cascading Roses)’, 2024~2025년, 블라디미르 카네프스키 작품. 프라고나르 룸에 설치됨. 파리안 도자기, 구리, 테라코타 사용. 뉴욕시 프릭 컬렉션 소장.⎢Joseph Coscia Jr.

‘도자기 정원: 프릭 컬렉션의 블라디미르 카네프스키’의 전시 조각들은 경이로움과 놀라움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미술관의 오래된 공간과 새롭게 개조된 공간을 물리적으로 정의하는 데 도움을 주며 영구 컬렉션과의 소통을 향상해 준다. 꽃들은 너무나 생동감이 있어 관람객은 마치 꽃다발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세밀히 살펴보면 일부 잎사귀에는 모형으로 만든 벌레 자국도 발견할 수 있다.

카네프스키는 “꽃 속에는 모든 것이 있다—역사, 드라마, 구조, 아름다움, 향기”라고 말한다. 같은 말이 프릭 컬렉션과 이번 특별 전시에도 적용될 수 있다.

‘벚꽃(Cherry Blossoms)’, 2024~2025년, 블라디미르 카네프스키작품.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1871~1874년 작품 ‘살색과 분홍색의 교향곡: 프란시스 레이랜드 부인 초상(Symphony in Flesh Colour and Pink: Portrait of Mrs. Frances Leyland)’과 함께 오벌 룸에 전시돼 있다. 뉴욕시 프릭 컬렉션 소장.⎢Joseph Coscia Jr.

‘도자기 정원: 프릭 컬렉션의 블라디미르 카네프스키’ 전시는 올해 10월 6일까지 뉴욕시에서 열린다. 더 많은 정보를 원하면 frick.org를 방문하길.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