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비용도 들지 않는, 단지 약간의 관점 전환만이 필요한 약이 있다면? ‘선(善)의 치유력’ 시리즈에서는 선량한 행동과 건강 사이의 잊혀진 연결고리를 살펴본다. 그 두 번째 순서로 만성 두통에 시달리던 의사가 발견한 놀라운 치료법 ‘일상 속 거짓말과 마주하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조나단 코슨 박사는 의료 전문성뿐 아니라, 처방전과 함께 건네는 특별한 조언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환자들에게 감사함과 같은 덕목을 기르면 건강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하기 시작했다. 의료 행위에 철학적 가르침을 접목한 이러한 방식은 찬사를 받는 한편, 의구심이 들게 했다.
어느 날 진료를 마치고 나오면서 코슨 박사는 쉴 새 없이 일한 한 주를 보낸 후 피로감을 느꼈다. 약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인 편두통과 싸우며, 그는 평소 자신이 하던 조언을 곱씹어 보게 됐다. 지속되는 통증은 의사인 자신도 질병 앞에서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이 고통스러운 순간은 그에게 전에 없던 깊은 자아 성찰의 계기가 됐다.
코슨은 신체적 증상을 넘어선 것들에 귀 기울이고 조언하는 자기 능력을 자부했으며, 과감히 환자들의 삶에서 도덕적, 윤리적 측면까지 다뤘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니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대로 살고 있는가?’
그때 충격적인 깨달음이 찾아왔다. 자신의 편두통이 단순한 신체 질환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현재 자신의 상태와 최근 진료실에서 자주 논했던 덕목들, 혹은 그것의 결여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끊임없는 요구와 책임에 쫓기며 살다 보니, 코슨은 종종 환자와의 세세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가족에게 실현 불가능한 약속을 하거나, 그저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곤 했다. 성과에 대한 압박 속에서 자만심, 이기심, 때로는 타인을 얕보는 마음이 그를 손쉬운 길로 이끌었다. “내 삶에 정직이 부족했던 걸까?”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코슨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 대해 더욱 정직해지는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자신이 정직하지 못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을 할 때마다 기록하고, 후에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되돌아 봤다. 아울러 정직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관한 과학 논문들을 깊이 연구했다.
긴장감이 사라지다
정직의 힘에 마음을 열자, 코슨은 더 깊은 안정감과 일에 대한 새로운 사명감을 발견했다. 그는 건강과 정직한 행동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체감했다.
약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퇴근길에 문득 깨달았다. “그 성가신 두통이 사라졌네!” 그가 ‘통증 폭풍’이라 부르던 이 증상을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정직을 실천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평소의 스트레스 수준이 눈에 띄게 낮아진 것이다.
2010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짧은 순간의 거짓말도 몸속 주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급격히 높일 수 있다. 코르티솔은 위협 상황에서 싸우거나 도망갈 수 있게 신체를 준비시키는데, 이는 거짓말을 할 때 우리 몸이 마치 대립이나 도주를 준비하는 것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의미다. 이 연구는 거짓말이 생리학적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을 밝혀, 정직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인체의 본능적 민감성을 입증했다.

위험한 상황에서 코르티솔의 급격한 분비는 신체가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인체는 이런 상태로 지속해서 살아가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은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고, 염증을 증가시키며, 코슨이 겪었던 것과 같은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인체는 놀랍도록 정교하게 조율된 생물학적 시스템이다. 하지만 기계에 과도한 부하가 마모를 일으키듯,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면 고장이 날 수밖에 없다.

정직 본능으로 설계된 뇌
이전엔 코슨도 종종 거짓말을 했다. 특정 시간까지 귀가하겠다고 아내와 약속하고는 늦게 들어가기 일쑤였다. 직장에서는 가끔 환자들에게 검사 결과를 “오늘 아침 일찍 직접 검토했다”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진료 직전에 훑어보기만 한 경우도 있었다. 한번은 딸에게 야근 때문에 축구 경기에 가지 못한다고 했지만, 사실 마음만 먹었다면 참석할 수 있었다. 긴 한 주에 지쳐 조용한 저녁을 보내고 싶었고, 한 번쯤 경기를 놓쳐도 나중에 보상하면 될 거라 합리화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말하기 전에 잠시 멈춰 자신의 발언이 진실하고 행동과 감정을 정직하게 반영하는지 점검하기 시작했다.
타인을 대하는 코슨의 진정성이 커지면서, 그의 발언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놀랍게도 자존감과 대인관계의 깊이가 그 어려움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무엇보다 그는 마침내 진정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꼈다.
거짓말을 그만두기로 한 결정은 코슨에게 새로운 자유를 선사했다.
2002년 학술지 ‘뉴로 이미지’에 실린 획기적인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피험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진실을 말하도록 하면서 뇌 활동을 측정했다. 참가자들은 먼저 특정 트럼프 카드(예: 하트 2)를 보여준 뒤, 나중에 다른 카드를 보여주며 같은지 다른지를 ‘예’ 또는 ‘아니요’로 답하게 했다.
피험자들이 거짓말을 할 때, 진실을 말할 때와 동일한 뇌 활동이 관찰됐는데, 이는 뇌가 먼저 진실을 떠올리기 때문이었다. 다만 자기통제와 관련된 두 영역에서 추가 활동이 감지됐다. 즉, 사람은 먼저 진실을 떠올리지만, 거짓말을 할 때는 그 진실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뇌의 기본 상태임을 시사한다. 거짓말에는 추가적인 인지 자원이 필요하며, 이는 정신적 피로와 건강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거짓말을 하는 데 에너지를 소비하면, 문제 해결과 창의적 사고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힘든 하루를 보낸 후 사람들의 자제력이 약해져 타인에게 해를 끼치게 되는 이유다.
거짓말의 유형들
2003년 ‘대뇌피질’ 저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거짓말에는 여러 유형이 있으며 각각 다른 신경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어떤 거짓말은 점심 메뉴를 둘러댄 것처럼 즉석에서 만들어진다. 반면 실제로 가보지 않은 해외여행에 대해 거짓말하는 것처럼 미리 구상하고 암기하는 거짓말도 있다.
거짓말이 중대할수록 정신과 신체에 주는 부담도 커진다. 거짓말을 하려면 그 맥락과 영향, 목적, 누구에게 언제 했는지를 모두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 거짓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즉석에서 새로운 거짓말을 해야 할 때, 예를 들어 늦잠을 잤으면서 교통 체증 때문에 늦었다고 둘러댈 때, 뇌 영역은 진실을 말하려는 자연스러운 성향을 억제하고, 거짓말이 그럴듯하게 들리고 후속 질문에도 일관되게 답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인지 에너지를 소모한다.
해외여행 이야기처럼 완전히 꾸며낸 시나리오는 단순한 거짓말보다 더 많은 정신적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지어낸 이야기의 앞뒤가 맞는지 지속해서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거짓말에는 상당한 대가가 따르지만, 진실을 말하면 걱정 없이 신뢰를 쌓고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생산성과 가치 있는 삶
시간이 흐르면서 코슨은 퇴근할 때 에너지가 조금씩 더 남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가 책상에 앉아 생각하는 것이 이렇게 피곤한 일인 줄 알았겠어요? 육체노동을 한 것처럼 지치곤 했죠!” 예전에는 보통 녹초가 돼 딸과 놀아줄 여력이 없었지만, 이제는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더 창의적이고 활기차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삶의 질이 개선되자 코슨은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과 나누기 시작했다. 어느 날 의료비 청구 전문가인 프랭크와 대화하며 “정직한 사람들은 병원을 덜 찾지 않을까요? 누군가 연구해 봐야 할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프랭크는 “맞는 말씀이에요”라며 2022년 ‘사회정신의학 및 정신역학’ 저널에 실린 연구를 소개했다. 이 연구는 보험 청구 데이터를 분석해 도덕성이 우울증 발병률 감소 및 정신건강 개선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난히 길었던 하루를 마치며 코슨은 사무실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의 삶에 찾아온 미묘하지만, 깊은 변화를 깨달으며 책임감이라는 무게가 한결 가벼워졌다.
그는 궁금해졌다. “단순히 정직해지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와 편두통이 줄어들었다면, 다른 선량한 덕목들 속에는 또 어떤 가능성이 숨어 있을까?”
퇴근 준비를 하며 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사무실 불을 끄고 상쾌한 저녁 공기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황혼 아래 운전대를 잡은 그는 단순히 집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더 정직하고, 더 건강하며, 궁극적으로 더 온전한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다음은 필자의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사회, 의료, 직장에서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동료들과 의료 전문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됐습니다. 여기에 담긴 어려움과 보상은 모두 실화입니다. 자기 과시, 시간과의 싸움, 사회 발전 속도 맞추기 등 갈수록 심해지는 압박 속에서 많은 이들이 도덕적 딜레마와 부정직성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직만이 진정한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라 믿습니다!”
*한교진 기자가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