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4년의 인수합병 시간 끝에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승인을 얻어낸 것이다. 대한·아시아나가 합친 ‘세계 10위권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 출범에 국제사회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8일(현지 시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에어인천을 ‘적합한 매수인’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에어인천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독립적이며 양사 및 다른 경쟁자들과 존립할 수 있고 적극적인 경쟁업체로서 매각 사업을 유지하고 전개할 재정적 자원, 입증된 경험과 인센티브를 갖췄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대한항공은 마지막 남은 기업결합 심사국인 미국 법무부에 EU 경쟁 당국의 최종 승인 내용을 보고했다. 미 법무부는 EU와 달리 승인 결정을 내리는 절차가 없고 양사 합병에 대한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기업결합을 승인한 것으로 간주한다. 심사가 가장 꼼꼼한 것은 EU란 후문이다. EU 최종 승인이 떨어진 만큼 이변이 없는 한 현시점에서 미국이 소송으로 제동을 걸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중론이다. 미 법무부 절차를 통과하면 사실상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위해 신고한 14개 필수신고국 승인을 모두 받게 된다.
이는 대한항공이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에 나선 지 약 4년 만의 일이다. 두 항공사가 완전한 합병을 이루기 위해선 2년이라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각자 브랜드로 운영하면서 인력 재배치 작업 등을 거친 뒤 통합 대한항공으로 출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아시아나항공은 연내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에어부산도 통합 수순을 진행하게 됐다.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 따른 원가 절감 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점쳤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항공 합병 인수가 마지노선에 접어들자, 증권가도 들썩이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의 투자 의견이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가 2만 7000원에서 3만 3000원으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미국 법무부의 추가 소송 제기가 없다면 주요국의 기업 결합 승인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연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2년 내로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