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 신임 총재의 외교 안보 정책 발언이 미국 일본 간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시바 시게루는 10월 1일 총리에 공식 취임한다. 방위성 대신(국방부 장관 해당)을 지낸 그는 총리 취임 이후 자신의 지론을 실행에 옮기며 일본 내 미국 핵 반입 문제를 본격적인 의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나의 사명은 일본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거듭 밝혀온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침략당한 이유를 핵무기 포기와 나토 미가입이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9월 11일 자민당 총재 선거 공식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를 중국, 우크라이나를 대만이라고 보면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아시아이다.”라며 “동아시아엔 나토 같은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데, 이 지역의 평화·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 9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9월 27일, 이시바 시게루가 미국 허드슨연구소에 게재한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 기고문에서 “아시아에 나토와 같은 집단적 자위 체제가 존재하지 않고 상위 방호의 의무가 없어 전쟁이 발발하기 쉬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중국 등을 억제하기 위해서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를 창설하고 해당 프레임 내에서 미국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 혹은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일본은 미일 동맹 외 캐나다·호주·필리핀·인도·프랑스·영국과 준(準)동맹국 관계에 있다.”며 “한국과도 미국, 일본은 안전보장 협력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동맹 관계를 격상하면 장래에는 아시아판 나토로까지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미국 전략·전술 핵 무기 공유, 아시아판 나토 창설 등은 이시바 시게루 총재가 지난 선거 과정에서 지속 주장한 지론이다. 이는 일본이 안보 분야에서 좀 더 주도적이고 자주적이어야 한다는 지론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 중시, 미일 동맹 강화에 중점을 둔 기존 일본 정부의 노선과는 차이가 있다.
허드슨연구소 기고문도 총재 선출 전 기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시게루 총재는 기고문에서 미일안전보장 조약에 대해 “비대칭 상호 조약을 고칠 기회가 무르익었다.”면서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주(駐)일본 미군의 법적 특권을 인정한 ‘미일지위협정’ 개정, 미국 내 자위대 훈련기지 설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총재는 지난해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岸田文雄)에게 핵 공유 필요성을 질의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비핵 3원칙 등 법체계에서 인정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는 이시바 시게루 총재의 발언은 “모두 자위권, 헌법 관련 문제로서 이시바 시게루 총재가 정권 출범 초기부터 스스로 난제를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시바 시게루 총재가 제기하는 동맹 재검토는 중국의 군비 증강이라는 어려운 동아시아 안보 환경을 근거로 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작은 것을 계속 말하면 미국의 신뢰를 잃을 위험성도 존재한다.”고도 논평했다.
이시바 시게루의 아시아판 나토 구상은 전문가들도 회의적으로 평가한다. 나토는 동맹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필요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하는 서방 군사동맹이다.
하지만 이시바 시게루가 거론한 ‘미국 핵 반입’은 많은 일본인이 큰 거부감을 가진 이슈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미국이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수십만 명이 사망한 역사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가 발표한 ‘핵을 보유하지 않고, 만들지 않으며, 일본 영토에 들이지 않는다’는 이른바 ‘비핵(非核) 3원칙’을 따른다. 전쟁 발발 등 유사시 오키나와에 한한 미군의 전술 핵 반입, 미군 핵 추진 항공모함의 오키나와 정박 등의 예외를 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시바 시게루가 거론하는 ‘아시아판 나토’와 ‘미국의 핵무기 공동 운용(공유·반입)’은 이 같은 예외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어서 주목받는다. 미국은 공식 핵 보유국이 아닌 벨기에·독일·이탈리아 등에 나토 차원에서 전술핵을 배치하고 미군이 관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시바의 ‘아시아 나토’ 구상은 아시아 내 미국의 군사동맹국인 일본에도 이처럼 전술핵을 배치하고 미국과 공동 운용하는 방안까지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2016년 시행된 개정 안보 관련 법제에 따라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해 일본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 생명 등에 위험이 있는 상태일 때만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어도 현재 일본 집단 자위권 정의에는 부합하지 않으며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평화 헌법 9조와도 어긋날 수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시절인 2014년, 헌법 해석 변경을 각의(閣議) 결정(국무회의 의결)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했다. 2022년 말 이른바 ‘안보 3문서’ 개정 등을 통해 ‘반격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위대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선언했다. 이는 현행 평화헌법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집권 자민당은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호소야 유이치(細谷雄一)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요미우리신문에 “아시아판 나토를 발족시켜도 일본은 가맹국 의무를 완수할 수 있는 상태에 있지 않다.”라며 한계를 지적했다. 제프리 호넝 (Jeffrey Hornung)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국가안보연구실 일본부장)도 “아시아판 나토 창설은 비현실적이다.”라고 전제하며 “나토가 역사적으로 기능한 것은 가맹국이 (러시아라는) 위협에 공통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며, 현재 인도·태평양에는 그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 미국 쪽 반응이 냉담한 것으로 보인다. 사브리나 싱(Sabrina Singh)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9월 27일 브리핑에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재가 미일 지위협정 개정 주장을 펼치는 것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일본 신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을 뿐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