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도부 집단휴가 ‘베이다이허 회의’…시진핑 건강이상설 확산

중국 지도부의 단체 여름 휴가인 ‘베이다이허 회의’에 돌입한 가운데 시진핑 건강이상설, 지도부 내분설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뉴욕타임스 기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중국 출신 언론인 덩위원(鄧聿文)은 12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에 쓴 칼럼에서 시진핑에 관한 루머를 정리하고 자신의 견해를 제시했다.
덩위안은 “3중전회 이후 (중국에서) 시진핑에 대한 소문이 계속 확산됐다”며 시진핑이 뇌졸중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지도부 내분이 심각해 베이다이허 회의 도중 반란이 일어나 시진핑이 체포됐다는 쿠데타설을 언급했다.
재미 시사평론가 차이선쿤(蔡慎坤)은 이번 루머 확산의 배경에는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을 전후로 약 2주간 중국 공산당 고위층이 자취를 감춘다는 관행이 깔려 있다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설명했다.
차이선쿤은 “(고위 간부들은) 일반적으로 8월 19일까지는 정상적 근무에 복귀하지 않으므로, 루머의 유효기간은 아직 일주일 정도 남았다”며 “시진핑이 정말로 곤경에 처했는지는 일주일 후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내부 소식에 정통한 차이선쿤은 지난해 9월 초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국방장관) 실종 이유도 맞힌 바 있다. 그는 당시 “확인되지 않은 소식”이라면서 “(리상푸가) 부패와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달 후 중국 당국은 리상푸 해임 사실을 발표했다.
건강이상설·내분설…‘객관적 신호’는 없어
올해 2월에는 중국 온라인에서는 시진핑이 췌장암 진단을 받았으며 살이 급격히 빠졌다는 뉴스가 사진과 함께 확산됐다. 전월 혁명원로 화장식 참석 현장을 찍은 사진 속 시진핑이 야윈 듯한 모습이 진원이 됐다.
당국의 강력한 통제로 잠시 주춤했던 건강 이상설은 올해 여름 재점화됐다.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인 3중전회를 앞두고, 시진핑이 열흘 가까이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사실이 계기가 됐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 루머는 15~18일 회의 기간 내내 시진핑의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으면서 절정을 이뤘다. 게다가 2018년 19기 3중전회 때는 시진핑과 참석자들의 사진이 활발히 공개됐다는 점과 대비되며 설득력을 얻었다.

마지막 날인 18일 폐막식에 참석한 시진핑의 모습이 CCTV 보도 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야 루머가 진화됐지만, 일각에서는 폐막식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대역’이라고 주장하며 건강 이상설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과거 영상과 비교해 몸짓, 행동 등이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도부 내분설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 출신 언론인 덩위안은 VOA 칼럼에서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진핑이 체포돼 공산당 총서기직과 국가주석직을 사퇴했으며, 권력 승계를 위한 임시 조직까지 이미 편성됐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덩위안은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는 한편, 이런 루머가 계속 퍼지는 이유를 10년이 넘는 강압적 통치로 누적된 대중의 불만 여론으로 풀이했다.
그는 “시진핑의 통치에 지친 많은 이들이 그의 몰락을 바라고 소문을 믿고 싶어 하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역사적 추세로 볼 때는 그럴 만하지만 시진핑의 몰락은 아직은 사실이 아니다”, “상상과 현실”을 구분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시진핑이 건강에 큰 문제가 있어 권력 유지가 어려워졌거나 실제로 쿠데타가 발생했을 경우, 만약의 소요 사태에 대비한 보안군의 움직임이 수도 베이징에서 포착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中 당국, ‘시진핑 루머’에 예전과 다른 대응…의심 촉발
다만, 일부 관측통들은 과거 루머가 발생하면 무시하거나 언론 통제로 대응했던 중국 당국이 최근에는 반대되는 소식을 보도하는 형태로 진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를 지적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베이다이허 기간인 지난 9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린 기고문이다. 이 글이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글쓴이가 현재 떠돌고 있는 쿠데타설의 핵심 인물인 장여우샤(74)이기 때문이다.
장여우샤는 중국 공산당 군사위 부주석이자 인민해방군 상장(上將·대장)이다. 그는 ‘국방과 군대 개혁을 계속 심화한다’는 제목의 이 글에서 시진핑을 22번이나 언급하며 시진핑을 이해하고 그의 사상을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차이선쿤은 이 글에 대해 “시진핑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 것”이라며 “최근 떠돌고 있는 각종 루머에 대한 대응이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지도부 내분 루머 중에 군부 반란을 장여우샤 등 군 장성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군사위 부주석이 최고 지도자에 대한 노골적 충성 서약을 담은 글을 발표한 일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즉, 중공 선전부가 민간에 떠도는 쿠데타설을 의식하고 당사자에게 충성 서약을 발표하게 함으로써 진화에 나서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쿠데타 가능성 매우 낮지만, 권력 불안정성 여전”
장여우샤는 시진핑 측근이지만 현재 궁지에 몰린 처지다. 리상푸 전 국방부장(장관)을 비롯한 그의 옛 수하들이 로켓군 비리 사건으로 대거 숙청당했기 때문이다. 방산업체 임원들까지 포함하면 수십 명이 처벌을 받았거나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그만큼 시진핑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군 부패 청산을 단행하며 의도적으로 장여우샤를 비껴갔으며 이를 통해 장여우샤 그룹의 내부 분열을 꾀하고 있다고 본다. 살아남으려 서로 고발하게 함으로써 그룹을 와해하고 군부의 힘을 약화한다는 전략이다.
RFA 평론가 천포쿵(陳破空)은 쿠데타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11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당 독재 체제에서는 최고 지도자가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게 되면, 측근들로부터 버림을 받게 될 것”이라며 시진핑의 건강에 큰 이상이 있었으면 이미 문제가 터져 나왔을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지도자 이상에도 국가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현재까지 공산당 집권 체제가 작동한다는 점을 볼 때 결정적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다만 천포쿵은 “시진핑에게 권력은 있지만 권위는 없다”며 강압으로 집권을 유지하고 있을 뿐, 구성원들에게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지도자라고 분석했다. 이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당·군 내부 반대 세력과 모종의 정치적 거래를 했을 것이라며 겉보기와 달리 취약한 처지에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