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견디는 4가지 금욕주의 원칙…세네카의 편지

레오 살바토레(Leo Salvatore)
2024년 07월 2일 오전 10:17 업데이트: 2024년 07월 2일 오전 10:17

고대 로마 네로 황제의 스승이자 후기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정치가 루시우스 세네카(B.C. 4년 추정 ~ A.D. 65년)는 많은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영감을 줬다. 미국 3대 대통령이자 미국 독립 선언서의 기초자인 토머스 제퍼슨은 죽기 전 세네카의 책 한 권을 독서대에 올려뒀고,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세네카의 저서 ‘추상에 의한 도덕’을 몇 번이고 읽었다고 전해진다.

‘세네카의 흉상’(1600), 피터 폴 루벤스. | 퍼블릭 도메인

21세기 철학자 라이언 홀리데이(1987년생)는 스토아 철학을 현대에 전파하며 세네카의 영향력이 21세기에도 건재함을 증명했다. 세네카의 신념을 차용해 쓰인 라이언의 저서 ‘장애물이 길이다: 시련을 승리로 바꾸는 불멸의 기술’은 출간 이후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전 세계 경영인과 정치가들에게 영감과 격려를 전했다.

고대와 현대의 스토아 철학자들

스페인 코르도바 태생인 세네카는 유명한 웅변가이자 역사가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 로마로 이주해 수사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총명한 자질을 십분 발휘한 그는 이후 고대 로마의 입법기관인 원로원의 의원이자 유명 정치가로 성장했다.

서기 41년, 세네카는 정치 스캔들에 연루된 혐의로 클라우디우스 황제에 의해 추방됐다. 자유를 박탈당하고 가족과도 헤어져야 했던 그는 훗날 “현명한 이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바라지 않고 주어진 것에 만족한다”는 글귀를 남겼다.

‘세네카의 죽음’(1871), 마누엘 도밍게스 산체스. | 퍼블릭 도메인

8년간의 유배 생활 후 세네카는 곧 황제로 즉위하게 될 네로의 가정교사로 일하게 됐다. 그러나 그는 69세 때 황위를 찬탈하려 했다는 음모에 연루돼 기소된다. 결백을 주장했지만, 네로는 그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명령했다.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에 그가 보인 평온함은 여러 예술가에게 영감을 전했고 여러 예술품 속에 재현됐다.

세네카의 편지: 삶을 대함에 철학을 녹여내다

세네카는 12편의 수필, 9편의 비극과 1편의 풍자극, 그리고 편지 모음집을 남겼다. 특히 편지 모음집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의 원천으로 회자하고 있다이 모음집은 세네카가 말년에 시칠리아의 재정 관리자 루실리우스에게 쓴 124편의 편지로 구성돼 있다. 편지에는 철학이 세네카뿐만 아니라 로마인들에게 삶의 지표가 되었음을 입증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당시에도 철학적 탐구는 삶의 시련과 고난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가 쓴 편지 속 많은 이야기 중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네 가지 실용적 교훈을 정리했다.

단순하고 절제된 삶이 최선의 삶이다

세네카의 흉상. 고대 작품의 사본 | ded pixto/Shutterstock

지난 수십 년 동안 전체 인구에서 빈곤층 비율은 꾸준히 감소했다. 전 세계 인구의 상당수가 역사상 전례 없는 안락함을 누리고 있다. 물질적 풍요가 높아진 긍정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우울증 등의 심리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물질적으로 부유해졌지만, 행복도가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고대 로마의 정치가였던 세네카는 부유한 생활에 익숙했다. 그러나 그는 부유함이 성공보다는 정신과 심리적 타락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만 먹고,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만 마시고, 추위를 막기 위해서만 옷을 입어라”라고 조언했다. 부와 만족감의 관계는 복잡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풍요로움이 ‘거짓 필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하며 절제하는 삶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다.

선한 추구를 지향하는 근면함

단순함은 검소함을 의미하지만, 무기력을 의미하진 않는다. 세네카는 목표와 열망이 없는 이는 불행해지거나 지루한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캐나다의 인지 과학자 존 베르베크는 목표가 없음을 ‘의미의 위기’라고 칭했다. 그는 이 위기가 전 세계 인구의 상당수를 불안과 허무주의에 몰아넣은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이러한 파멸적 운명을 피하려면 세네카의 말처럼 ‘선한 관심사로 바쁘게 사는 것’이 필수적이다. 긍정적이며 선한 가치에 집중하면 발전과 성취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된다. 또한 그는 부지런함의 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바쁜 이는 게으름 피울 시간이 없으며, 바쁨으로써 여가의 해악을 떨쳐낼 수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감정을 받아들이되 탐닉하지 말라

이성을 따르며 금욕과 평정을 행하는 현자를 최고의 선으로 꼽았던 스토아학파는 종종 감정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으로 오해받곤 한다. 그러나 그들은 감정이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후기 스토아학파의 일원인 세네카는 생애 동안 질병에 시달리거나 감옥에 가고, 심지어 유배를 가는 등 많은 일을 겪었다. 그때마다 그는 격렬한 감정의 변화와 위협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눈물은 우리가 어떻게 막으려 해도 흘러나오기 마련이며, 흘림으로써 영혼을 편안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슬픔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 지나치게 빠져들면 매 상황에 따라 추론하고 행동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감정적인 일에 부닥치게 될 때, 우리는 “눈물을 흘리도록 허용하되, 눈물을 흘리라고 명령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한 세네카의 말을 명심하고 지나치게 감정에 휘둘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미래를 염두에 두되, 적당히만 하라

루시우스 세네카의 편지의 표지 | 퍼블릭 도메인

미국의 정신과 의사 아론 T. 벡의 저서 ‘우울증의 인지 치료’는 인지행동치료(CBT)가 인지적 왜곡을 거부하는 스토아 철학의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한다. 2023년 기준 CBT는 임상 우울증에 대한 장기 치료에서 가장 높은 효능을 보였다.

세네카는 대부분의 인지적 왜곡이 상상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종종 특별한 동기 없이 질병과 불행을 예견한다. 또는 변할 수 없는 과거를 떠올리며 불행해하거나 두려움을 유발하는 가설을 생각하곤 한다.

세네카는 “이 삶의 격렬한 폭풍우로부터 안전한 유일한 항구는 미래에 대한 경멸과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한다. 그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방관을 권장한 것이 아닌, 먼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으며 수많은 일에 쉽게 변화한다. 부정적인 기류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미래에 대한 걱정과 관심을 줄이고 현재에 초점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세네카의 교훈

세네카의 편지 속 단순하지만 강력한 생각들은 현대의 여러 영화, 문학, 심리 치료 등 여러 분야에 널리 퍼져있다. 스토아학파의 교훈은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이겨내고 위대한 업적을 성취하도록 영감을 주었다. 또 건국의 아버지들에게는 새로운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스토아학파는 삶의 원칙을 개념적으로 받아들여 실천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임을 알았다. 그들은 많은 생활 규범을 만들어 매일 일기를 쓰거나 자신의 단점과 문제점을 돌아보는 등 보다 나은 삶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의 이러한 생활 방식은 당시 로마인들에게 전해져 삶의 지침이 됐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레오 살바토레는 고전과 철학에 중점을 둔 인문학 학사 및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