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中 지방당국, 20년 전까지 소급해 기업 추징금

박숙자
2024년 06월 18일 오전 9:28 업데이트: 2024년 06월 18일 오전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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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 원 추징 소식에 기업 주가 폭락도

중국의 여러 성(省)·시(市)에서 세무 당국이 “20년, 심지어 30년을 소급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천만 위안에서 수억 위안에 이르는 세금 추납 통지를 받은 기업 중 일부가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생산을 중단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16일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최근 여러 성(省)·시(市)에서 기업들이 세무 당국으로부터 세금 납부와 관련해 소급 조사를 받았다. 조사 이유는 다르지만, 조사를 받은 기업들은 모두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추납해야 했다.

제일재경은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언급했다.

닝보보후이화학공업(寧波博匯化工, 이하 보후이)은 13일 운영 자금난으로 인해 12일부터 회사의 주요 생산 시설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이로 인해 일상적인 운영과 자금의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 휴가, 급여 삭감, 감원 등 다양한 비용 절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보후이는 3월 말 지방 세무당국으로부터 5억 위안(약 949억4500만원)의 세금 추징 통지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다음 날(14일) 보후이 주가는 20% 가까이 급락해 약 13억3000만 위안(약 2525억5400만원)의 시가가 증발했다.

공개 정보에 따르면 2005년에 설립된 보후이는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특수 방향족탄화수소 계열 제품을 개발, 생산 및 판매한다. 2020년 6월에 상장한 보후이 주식은 IPO를 통해 4억2300만 위안(약 803억2770만원), 2022년 8월에는 전환사채를 통해 3억9700만 위안(약 753억9000만원)의 자금을 조달해 총 조달자금은 8억2000만 위안(약 1557억1800만원)에 달했다.

실적 면에서 보후이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7억9300만 위안(약 1505억 9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69% 증가했고, 상장사 주주에 귀속된 순이익은 9900만 위안(약 188억11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4.55% 감소했다.

제일재경에 따르면 보후이가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한 이유는 회사가 생산한 주요 제품이 ‘중방향족탄화수소 파생물’로 인정돼 ‘중방향족탄화수소’의 기준에 따라 소위 ‘소비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회사 웨이웨이식품음료(維維股份)는 자회사가 “1994년 1월 1일부터 2009년 10월 31일까지의 소비세 납세신고서를 정해진 기한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8500만2900위안(약 161억4120만원)을 추납해야 했다. 이 사건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세무 당국이 “30년 전까지 소급 조사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제일재경은 앞서 순하오주식(順灝股份), 베이다의약(北大醫藥), 장거광업(藏格礦業), 화린증권(華林證券) 등의 회사들도 상당한 금액의 세금 체납금과 연체료를 추징당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중국 내외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빠르게 퍼지면서 뜨거운 화제가 됐다.

중국 네티즌들은 “20년 전까지 소급 조사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30년 전까지 소급 조사한다는 것이 아닌가”, “지방 재정이 압박을 받으니 기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