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국회서 ‘난투극’ 벌였나…대만 ‘국회개혁법’ 쟁점은?

핵심은 ‘국정보고 의무화’, ‘국회 조사권, ‘의회모독죄’
공직자 및 군인·개인·기업에도 정보요구…답변 거부 금지
반대 측 “국가 기밀, 사생활 지킬 수 없어…정부 파행 불보듯”
그들은 왜 국회에서 난투극을 벌였나…대만 ‘국회 개혁법안’ 쟁점
대만 여야 국회의원(입법위원)들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제1야당인 국민당이 제2야당인 민중당과 합작해, 이른바 ‘국회 개혁법안’ 통과를 강행하려 하자, 여당인 민진당이 법안의 강행 처리를 막으려 연단 점거를 시도했다.
국민당 의원들이 이를 저지하려 하면서 양측 사이에 몸싸움이 발생해, 일부 의원들이 주먹질을 주고받고 단상에서 떨어지는 등 소동이 일었다.
이 장면은 대만 언론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돼 전 세계로 보도됐다. 국내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무력 침공 위협 앞에서 난투극을 벌이는 대만 국회의원의 모습이 한심하게 비춰졌지만, 실제로 현지 분위기는 심각하다.
토요일이었던 24일 대만 타이베이 입법원(국회) 청사 앞에서는 국민당의 ‘국회 개혁법안’ 강행 통과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군집한 시민들은 경찰 추산 10만 명에 달했다.
시위 현장에서는 하나의 목소리만 울려 퍼지지는 않았다. 다양한 요구가 어우러졌다.

적잖은 시민들은 ‘국회를 경멸한다’는 푯말을 들고 수준 낮은 정치권을 비판했다. 특정 정당을 가리지 않고 “토론 없는 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구호를 외치며 정치인 전반의 각성을 촉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법안 자체에 반대하는 이들도 상당수 포착됐다. 지난 총선으로 중국 공산당을 배후에 둔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대거 진입하면서 민진당 정권, 더 나아가 대만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다는 이도 있었다.
타이베이 시민 자오(曹)모 씨는 에포크타임스 현지 취재진에 “중국 공산당의 사주를 받은 이들이 국회에 들어왔다”며 “그들은 국회의 권력을 확대해, 국회를 황제처럼 만들고 행정을 마비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자오 씨는 “이런 식으로 가면 (대만) 국회가 홍콩 입법원처럼 될 것”이라며 “앞으로 권력을 남용해 우리의 자유와 인권을 단계적으로 박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개혁법안…야권은 왜 추진하고 여당은 왜 반대하나
해당 법안에 관해, 다수 국내외 언론들이 ‘국회와 의원들의 권한을 확대하고 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법안’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정확하게는 국민당의 주장이다.
민진당 측에서 보는 이 법안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새로 출범한 민진당 라이칭더 정권을 임기 내내 발목 잡을 뿐만 아니라, 국가 기밀을 유출해 국가 안보를 저해하고 개인의 사생활까지 파헤쳐 정부 인사들을 실각시키기 위한 악법이라고 비판한다.
국회 개혁법안의 골자는 △총통의 국회 국정보고 의무화 △국회모독죄 △인사동의권 △국회조사권 △국회 의장 및 부의장 비밀투표제 등 5가지다.
국정보고 의무화는 국회의원들에게 ‘질문권’이 주어졌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민진당과 시민단체들은 국정보고를 듣는 것은 괜찮지만 질문할 권한이 주어지고 답변이 의무화될 경우, 국가 기밀이나 외교 기밀을 지킬 수 없게 된다고 우려한다.

더욱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국회 모독죄(藐視國會罪)’ 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국회조사권을 강화해 공직자들이 심문에 반대하거나 답변 거부 혹은 허위 진술할 경우 국회 모독죄를 적용해 처벌한다.
또한 국회는 정부기관은 물론 군과 법인(기업), 단체, 개인에게도 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하면 최대 10만 대만달러(약 424만원)의 벌금을 정보 제공 이행 시까지 중복 부과할 수 있다.
반대 측에서는 ‘조사권’은 헌법에서 의회에 명시적으로 부여한 권한이 아니며, 적절한 제약이 없을 경우 정치적 동기를 가진 의원들에 의해 무분별하게 남용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답변하기 까다롭거나 애매한 질문을 던진 후, 답변 거부나 허위 진술이라고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중국 공산당과 손잡고 조사권을 발동해, 일반 기업에 회사 기밀정보를 얻어낸 뒤 중국 측에 넘길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밖에 대만 각계각층과 이런저런 관련을 맺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조사권을 남발할 경우 이익충돌을 막을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국민당 “일단 통과부터 나중에 설명”…민진당 “뭘 믿고”
이러한 비판에 대해 법안을 주도하는 국민당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것도 논란에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지난 23일 국민당 우종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법안이 완성(통과)되면 그때 국민들에게 설명하겠다”는 답변으로 의혹 해소에 실패했다. 이에 민진당 린쥔셴 의원은 “먼저 삼키고 나면 나중에 독이 들었는지 알려주겠다는 이야기”라고 질타했다.
대만 법조계에서도 ‘국회 모독죄’ 조항의 허위진술 범위가 모호해 국방이나 외교 분야에서 국익 침해가 있을 경우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만 형법학자 판겅웨이는 “국익 침해가 뻔한 질의를 받았더라도 이를 거부하려면 의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조사를 받는 공직자들이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독일 연방 의회는 조사권을 가지고 있으나 조사권을 발동하려면 먼저 위원회를 구성해야 하고 자국 형사 소송법에 따라 사안에 따라 증인에게 거부권을 주도록 보완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 이 기사는 중위안 기자가 기여했습니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