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일간 르몽드 “중국인 세운 업체가 ‘유령 경찰서’ 역할”
현지에서 반체제 인사 협박·추적…중국 대사관 직원들이 관여
프랑스에서 중국 공산당 공작요원들이 반체제 인사들을 협박하거나 납치·송환하려는 시도가 두 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일간 르몽드는 18일(현지 시각) 프랑스 국내보안국(DGSI)과 파리경시청 내부 문서를 입수해 지난 3월과 이달 각각 한 차례씩 2차례 자국 내 정치적 난민을 겨냥한 중국 공작요원들의 납치 작전이 실행됐다고 밝혔다.
납치 대상은 위구르족 출신 여성 굴하바르 잘릴로바와 중국 반체제 인사인 링화잔(26)이다. 잘릴로바는 프랑스 정부에 정치적 난민 신청이 접수된 상태이며, 링화잔 역시 정당한 신분으로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잘릴로바는 지난 5월 8일 중국 요원들에 의해 추적당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었고, 링화잔은 지난 3월 22일 공항까지 강제로 이동해야 했으나 프랑스 당국 개입으로 비행기 탑승 전 송환이 무산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두 차례의 납치 및 송환 작전 당시 중국 공산당 비밀기관의 간부들이 현장에 있었으며, 송환 작전 실행을 감추려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르몽드에 따르면 경찰은 잘릴로바 측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 검은 옷을 입은 남성 10여 명과 마주쳤는데, 그중 6명을 압수수색한 결과 한 명에게서 중국 공무여권을 발견했다. 중국 대사관 관계자임이 드러난 것이다.
잘릴로바는 위구르족 출신의 카자흐스탄 여성으로 한때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노역소(일명 ‘직접 재교육 시설’)에서 1년 반 구금됐다가 2020년 10월 프랑스에 입국해 정치적 난민으로 지내왔다.
르몽드는 프랑스에 위치한 유럽위구르연구소 회장인 딜누르 레이한의 발언을 인용해 “잘릴로바가 신장 수용소를 떠날 때 중국 비밀경호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경고 내용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히 말하면, 당신이 어디에 있든 우리는 손이 길고 항상 당신을 붙잡을 수 있다”였다고 했다.
올해 3월 22일 납치될 뻔한 중국 반체제 인사 링화잔은 중국 요원들에 의해 파리 샤를 드골 공항까지 끌려갔으나 프랑스 국경수비대가 끼어들자 탑승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겨우 송환을 면했다.
링화잔은 파리 생라자르 역 인근에서 생활해 왔는데 인근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업체 측으로부터 여권과 전화를 압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공항에 가게 된 것은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관 측으로부터 공항에 오면 빼앗은 여권을 되돌려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기 때문이었는데, 당시 미리 제보를 받고 동행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공항에는 중국 대사관 직원이 링화잔의 여권과 전화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프랑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중국 업체는 최근 국제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중국 당국의 해외 비밀경찰서로 파악됐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유령 경찰서’라는 용어로 불린다.
이번 납치 사건에 연루된 7명 중에는 ‘유령 경찰서’ 책임자도 있었는데, 이 책임자는 중국 대사관과 연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링화잔은 시진핑을 비판하는 그라피티를 그리고 시진핑 초상화가 들어간 포스터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중국의 추적을 받아왔다.
그는 3월 강제 송환이 무산된 후에도 중국 본토 경찰로부터 수백 통의 괴롭힘 전화를 받았는데 ‘중국에 있는 동생을 고문하겠다’, ‘동생의 생식기를 적출하겠다’ 등의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가족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기 때문에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자유세계에 나와서도 중국 공산당의 폭정과 인권 탄압에 대한 폭로 활동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
링화잔은 당시 공항에 동행했던 언론에 “그들은 프랑스 전역에 조직원들이 퍼져 있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이 설치한 해외에 설치한 비밀경찰서는 식당, 식품점, 여행사 등 현재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평범한 업체로 위장하고 있으나 중국 대사관과 연계해 현지에서 공산당 정권에 저항하는 반체제 인사를 감시하고 색출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르몽드는 익명의 프랑스 관리의 말을 인용해 프랑스 정부가 잘릴로바 납치 시도 사건과 관련해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에 분노를 표명했지만, 중국 대사관은 사건과 관련성을 부인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