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열흘 남짓 다가온 가운데, 각 당의 공약을 중심으로 한 분석을 통해 향후 출범할 차기 국회의 방향을 미리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제사회연구원이 주최해 28일 열린 세미나에서는 ‘어느 쪽이 승리하던 정치 엘리트들이나 유권자들이 서로를 적대시하는 정치적 양극화 극복이 숙제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민생·경제 분야 공약 평가자로 나선 권남훈 경제사회연구원 원장은 “각 당 공약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저출산 고령화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안에 대한 접근 방식에 당마다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이기도 한 권남훈 원장은 우선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해 “신중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많다, “다른 당에 비해 중소벤처 육성, 규제혁신·완화 공약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상별로 각종 수당 지급이나 세제 혜택을 약속한 경우가 많다”, “노동·산업 분야 규제강화 공약을 다수 제시했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또한 소수정당에 대해서는 “여당, 제1야당의 공약에 비해 덜 구체적이지만 눈에 띄는 독특한 공약을 다수 제시했다”며 구체적인 분석을 이어갔다.
그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기획재정부 분할과 시민 참여형 예산편성 등이 눈에 띄었고 △개혁신당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립 추진, 국민 모두 조금이라도 소득세를 부담하게 하자는 등 꼭 필요한 정책을 약속했다.
이번 정당별 공약 분석은 지난 22일 기준 갤럽조사 기준 지지율 1% 이상 정당을 선정했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각 위성 정당(국민의미래,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6개 정당이다.
외교·안보 등 비경제분야 공약 평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조원빈 교수는 각 정당의 10대 공약을 경제, 정치, 민생·복지, 교육, 안전, 기후·에너지, 외교, 과학기술 등으로 세분한 후 비(非)경제 분야 공약을 분석했다.
조원빈 교수에 따르면 “모든 당의 공약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저출생, 고령화와 일과 가정의 양립”이다.
또한 각 당은 공통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 공약을 제시했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은 원전과 재생에너지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동시에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필요 재원을 구축하고자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재생에너지에 집중했다.
조 교수는 국민의힘이 제시한 10대 공약에 정치, 외교, 과학기술 공약이 빠진 점을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10대 공약 중 경제·산업, 사회·복지 분야가 각각 3개로 양축을 이뤘다.
더불어민주당의 10대 공약 역시 경제·산업 3개로 가장 많았지만 이어 정치개혁 2개, 복지 2개, 안전 및 기후·에너지 각 1개로 정치개혁이 특징으로 꼽혔다.
조 교수는 “국민의힘은 정치에 관심 없어 보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에 관심이 지나쳐 보인다”며 “(총선 이후) 여당은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야당과 협조해야 하지만 야당이 제기할 정치 이슈에 대해 대비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의힘 공약 우선순위에는 외교, 과학기술 관련 공약도 없다”면서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느라 여당다운 면모를 내세우지 못하는 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했다.
이날 포럼은 서울 방배동에서 오후 5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열렸으며 정치인, 교수, 직장인, 공무원, 연구원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참여해 밀도 있는 토론의 장으로 마련됐다.
한 참석자는 “각 정당의 공약을 살펴보면 국가 재정이 걱정된다”며 “유권자에게 대량으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선심성 공약’이 지나치게 많아서 깜짝 놀란다. 당선한 국회의원이 이러한 공약을 정말 이행할까 봐 걱정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발제자인 권남훈 원장 역시 지적한 문제로 그는 “각 당이 선심성으로 해석될 만한 지출성 공약을 다수 제시했다”며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현금 살포 제안으로 인식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우려했다.
15년 이상 민간 기업에 몸담고 있다가 공기업으로 이직했다는 한 참가자는 “민간기업은 7% 이상 연간 성장률을 달성해야만 직원에게 정상적으로 연봉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점점 공무원화되는 국회의원들이 제정한 법안, 정책으로 민간 기업의 이러한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 20대 청년은 “이번 포럼을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면서도 “정의당 등 소수정당의 움직임과 공약도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잘 행사하도록 돕는 과정에서 소수정당의 공약도 살피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마지막으로 권 원장은 “정부가 국정 운영에 부족한 면이 있으면 정당들이 나서서 정부를 도와야 하고 정당의 도움이 한계가 있으면 시민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처한 난관을 통합과 협력으로 돌파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