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6년 7월 4일, 미국 독립 선언이 채택됐다. 미국의 독립은 영국의 식민지 상태였던 당시 아메리카 합중국이 독립을 선포함으로써 성립됐다. 독립 선언문에는 천부 인권을 선언한 내용과 인민 주권 확립, 저항권 등이 명시돼 있다.
현재 미국에서 연방 헌법 다음으로 존중받고 있는 독립 선언문의 원본은 워싱턴 국립 문서국에 전시돼 있다. 양피지에 유려한 글씨로 적힌 글귀는 묵직하고 의미심장하다. 자유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이 문서는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동기를 부여하지만, 실제로 누가 쓴 글씨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수많은 전자기기로 짧은 글을 접하는 현대에는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드물어서 필기 기술이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1700년대에는 전문 필기사가 존재했고 펜과 잉크 등 필기구가 필수적 도구였다. 독립 선언문의 원본을 작성한 이는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1743~1826)이지만, 원본 문서를 손으로 직접 쓴 사람은 티모시 매틀랙(1736~1829)이다.
젊은 애국자
1774년 9월, 영국 정부의 강압적인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각 식민지의 대표들이 모여 제1차 대륙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참여한 이들은 강압적이고 불합리한 법령 폐지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작성해 영국 국왕 조지 3세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찰스 톰슨 장관은 매틀랙을 고용해 이 서한을 수기로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뉴저지 출신의 매틀랙은 높은 애국심을 바탕으로 정치가로 활동하던 중, 국가를 위한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대의에 합류했다.
1776년 미 의회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독립 선언문은 벤저민 프랭클린, 존 애덤스, 로저 셔먼, 로버트 리빙스턴, 토머스 제퍼슨이 힘을 합쳐 작성했다. 제퍼슨은 독립 선언문 공개 후 매틀랙에게 이를 양피지에 옮겨 적고 모든 의원의 서명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매틀랙의 글씨
매틀랙의 글씨체는 오늘날에도 쉽게 접할 수 있다. ‘American Scribe(미국 서기관)’로 불리는 이 서체는 매틀랙의 글씨를 재현한 것으로,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형태가 돋보여 지금 사용해도 어색하지 않다.
매틀랙을 비롯해 당시 서기관들은 문서를 작성하기 위해 고급 잉크, 깃털, 종이 등이 필요했다.
당시 잉크는 건식과 습식(액체) 두 가지 형태로 제공됐다. 잉크 제조법은 당시 꽤 복잡했기에 참나무 열매, 아라비아고무, 명반(수화 황산칼륨 알루미늄), 구리 등이 필요했다. 양피지(종이) 또한 생산이 어려웠다. 천 조각을 끓여 화학 처리를 한 후, 크고 무거운 판으로 눌러 말렸다. 이후 균일한 크기로 잘라 종이로 활용했다. 퀼(Quill)이라고 부르는 깃펜은 거위, 기러기 등 큰 새의 깃으로 만들었다. 깃펜은 칼로 날카롭게 깎아 사용했는데 한 개로 몇 글자 정도만 쓸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당시 많은 문장가는 자신의 소유지에서 기러기를 사육해 안정적으로 깃펜을 공급받기도 했다.
자유를 향한 발걸음
당시 바른 글씨체는 교양의 필수 요소였다. 학자들은 읽기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는 필체를 중요시했다. 매틀랙은 필기 지침서를 보며 자신의 필체를 확립하고 자주 연습했다. 그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미국의 역사를 뒤바꿔 놓은 혁명에 일조할 수 있었다. 독립 선언문 발표 이후 그는 자유를 향한 발걸음에 더욱 적극적으로 함께했다. 그는 1776년 12월 트렌턴 전투, 1777년 1월 프린스턴 전투에 참여해 독립전쟁의 위대한 승리에 기여했다.
매틀랙은 미국 독립 선언문을 필사한 것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기틀을 만든 인물로도 기억되고 있다. 그는 노년기에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아 국가 발전에 기여했고, 86세에 은퇴했다. 93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의 묘비에는 ‘독립 선언문 원본을 적었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